[독자제언] 학생 봉사활동의 제자리 찾기
[독자제언] 학생 봉사활동의 제자리 찾기
  • 경기신문
  • 승인 2009.03.11 21:02
  • 댓글 0
  • 전자신문  22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전명기 (한국청소년진흥센터 활동지원부장)

학생봉사활동은 1995년 소위 ‘5. 31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학교 교육과정에서 제도화되었다. 봉사활동을 교육과정에 도입한 취지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건전한 공동체의 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더불어 사는 삶을 체험하게 하여 바른 인성을 함양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과정을 통해 제도화된 이후 학생봉사활동은 인성교육에 기여한 것 못지 않게 많은 부작용과 폐단이 지적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급기야 그 폐지를 요구하는 주장들이 커지고 개선의 시급함을 다수가 공감하게 되었다. 학생봉사활동이 그 좋은 도입 취지와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경에 이른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봉사활동의 취지를 공감하기보다는 시간 수 채우기 급급하게 하는 기준, 자녀의 건강한 인성 함양을 위한 체험의 기회보다는 시험 준비를 위한 학업을 방해하는 시간으로만 인식하는 학부모들의 한계, 더 나아가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 대리 활동이나 확인서 부정 발급까지도 서슴치 않는 몰지각한 행태 등등 많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학생봉사활동의 기형화를 조장했다. 그럼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정말 제 자리를 찾기 힘들고 차라리 없에는 편이 더 나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청소년들에게 봉사활동 의미있고 중요한 활동은 없다고 하겠다. 인터넷이나 방송 프로그램 등에 둘러 쌓여 간접 체험만을 하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부족한 다양한 실생활의 체험을 봉사활동 만큼 의미있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해줄 방법이 있을까?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 그 속에서 앞으로 건강한 시민으로 삶아나갈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해주는 체험학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봉사활동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있을까?

우리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직접 체험의 부족과 공동체 의식의 감소는 청소년들의 삶을 위협하고 청소년들의 삶의 방향이 표류하게 하는 공통적인 경향으로 지적된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봉사활동은 명목상의 자원봉사, 즉 강제하는 의무활동이 아니라 실생활의 필요를 찾아가게 하는 자발적인 청소년활동의 맥락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학생봉사활동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은 청소년활동, 그중에서도 특히 청소년 참여 활동의 핵심적인 영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영국의 청소년활동 지원정책은 청소년들에게 기회와 지원의 확대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하고, 권리와 책임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국의 청소년 자원봉사활동 지원정책은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활동과 역량 강화를 통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활동으로서, 명확한 기준과 보다 전문적인 지원을 필요로 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2005년 이후 ‘러셀 위원회’의 권고를 채택하여 청소년자원활동과 참여를 지역사회 단위까지 지원하기 위한 지원체제를 구축하여 전국적인 지원사업인 ‘V Project’를 수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청소년정책의 과제를 첫째, 청소년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과 가야 할 곳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둘째, 더 많은 청소년들이 자원활동에 참여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셋째, 청소년들이 자신의 직업, 교육, 건강 등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정책의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영국 정부에서 제시한 ‘지역 중심 청소년활동지침’에서는 다양한 청소년활동의 활성화와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러셀 위원회에는 청소년활동과 참여를 위한 새로운 국가적 지원체제의 구축과 청소년들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새로운 기회의 창출과 지속적인 참여 여건의 형성을 제안한 것이다.

입시 등 교육제도와 사회·문화적 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에도 지역 자원봉사센터 체제가 우리에 비해 잘 구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체험과 봉사활동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기부터 적극적인 자원봉사활동 실천을 통해 ‘함께 공존하는 사회’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고자 2002년부터 문부과학성 주도로 중앙센터와 함께 전국 47개 광역 단위와 1,353개 기초 단위 지역에 ‘청소년체험·봉사활동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우리의 학생자원봉사활동도 이러한 청소년 중심의 접근을 통해 지역사회 청소년활동을 활성화하고, 또래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의미있고 지속적인 자기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