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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일품먹거리] 27. 파주 장단콩

민간 출입통제된 DMZ 자연조건 으뜸
전국 최초로 ‘장단 백목’ 콩 품종 재배
20만평 경작… 年 70㎏ 1,500가마 생산

구수한 장만들기 체험…메주 띄우며 기다림에 콩닥콩닥

농업·농촌의 소득화 해법으로 경기도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에 있는 특색 사업이 있다. 패스트푸드(Fast Food)에 반하는 일명 슬로푸드(Slow Food) 사업이다. 토속 농산물을 재료로 농가 또는 마을 현장에서 빚어지는 전통먹거리가 주요 소재다. 이러한 먹거리문화는 농촌의 어메니티(주변 고풍스런 전원과 빼어난 관광지)와 연계, 농사체험 등의 방법을 통해 농가 소득 창출로 이어진다. 건강과 농가 소득, 그리고 농업·농촌 청사진 제시 등이 슬로 푸드사업의 목적이다. 현재 도내에는 10여개의 슬로푸드 사업장이 있다. 이 가운데 장 만들기 체험으로 봄기운이 모락 모락 피어나는 파주 장단 슬로푸드 마을을 찾았다.

 

장단콩마을을 방문하려면 민통선을 거쳐야 하는 불편이 뒤따르지만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불평’과 ‘불만’이 어느덧 ‘만족’으로 바뀐다. 도시의 쾌쾌한 매연냄새와 상쾌한 전원내음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장단콩마을은 3~4월이 가장 분주하다.

1년 농사 준비에 봄철 장 만드는 일까지, 주민들은 쉴 틈이 없다. 지난 겨울 간헐적으로 이뤄졌던 농촌체험 프로그램도 날이 풀리면서 일정이 빼곡해졌다.

“잠자는 시간만 집에 머르를 정도로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는 마을 대표 이완배씨는 “1년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 이맘때가 항상 바쁘다. 마을 주민들은 장단콩의 빼어난 맛을 도시민에게 전하고 또 현장에서 농업·농촌의 소중함을 도시민에게 일깨워 줄 수 있다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장단콩마을 체험은 특별한 제한이 없다.

인터넷을 통해 체험 인원을 모집한 뒤 그룹 단위로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마을은 4인 가족은 물론 수백여명에 이른 단체 방문객도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때론 체험객수가 가족단위에 머무를 경우 번거롭기도 하지만 하루 체험 일정을 소화하는데 소홀하지 않는다.

체험객들은 마을로 들어가기 전, 사전에 출입허가를 받아야 한다. 체험 신청을 할 경우 마을에서 미리 방문예약을 해주기 때문에 출입에 있어 문제는 없지만 신분증은 지참해야 한다.

민통선 출입 절차를 거친 체험객들이 마을에 도착하는 시간은 보통 오전 10시30분께. 마을 입구에 다달으면 이완배씨가 그들을 반갑게 맞는다.

이씨는 우선, 통일촌 마을이 탄생된 배경에 이어 이 지역이 자랑하는 장단콩의 유래와 장점 등 마을 현황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본격적 체험 프로그램은 ‘순두부 만들기’부터 시작된다. 맷돌을 돌리면서 콩을 직접 갈아보고 미리 끓여 놓은 두부물에 간수를 넣으면서 순두부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한다.

이곳에는 장을 담가놓은 항아리가 유별나게 많다. 체험객들은 이 항아리에 숙성돼 있는 장맛도 보며 담그는 요령과 과정도 익힌다.

체험객들은 대부분의 체험일정을 재미나게 소화해 내지만 특히 ‘메주 만들기’를 좋아한다.

맛있는 장을 담그려면 메주를 잘 띄우는 것이 키 포인트다.

푹 띄운 메주로 장을 담글 경우 간장은 잘 우러나 맛은 좋으나 된장 맛은 떨어져 알맞게 띄운 메주로 장을 담그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저런 요령들이 설명되고 또 시연된다.

이때쯤이면 배가 고파온다. 장단콩으로 만들어진 순두부에다 청국장, 콩비지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잠시 나른함을 달랜 후엔 천연재료를 이용, 옷감에 물을 들이는 천연염색 체험을 한다.

아이들이 먹기에도 그렇게 거북스럽지 않는 청국장도 손수 만들어 보고 수확철이 되면 도리깨 만들기와 콩 타작, 나뭇잎 탑본 등 다양한 농경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판문점 인접지역인 주변에는 도라산역이나 도라전망대 그리고 제3땅굴 등 안보 관광지가 가까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곳까지 들러보는 패키지 체험은 모두에게 농업·안보 교육의 장으로, 또 농경문화의 멋을 현장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추억으로 남을 듯 싶다.

‘느린음식’ 콩 맛있는 체험하러  7천명 다녀가죠
   
▲ 이완배 파주 장단콩마을 대표
-장단콩마을의 유래는.
▲장단콩마을은 일반 시골마을과는 다르게 태동했다. 지난 1973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곳이다. 좋은 땅을 그대로 방치해 둘 수 없다는 취지로 민간인 유치 등의 방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마을 가구수는 100여가구에 달하지만 조성 당시에는 실향민 및 군인가족 80여가구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주민들의 성향이 출신지역은 물론 계층이 다양해 서로간의 이질감도 없지 않았지만 수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포근한 인정이 오가는 다정한 이웃 사촌이 됐다.

-장단콩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처음 장단콩마을로 이주한 주민들은 대부분 벼농사에 치중했다. 관행적으로 재배해온 먹거리에다 소득 농작물로 쌀이 최고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듬해 일부 콩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판로가 마땅치 않아 선뜻 콩 재배에 나서는 주민들이 없었다. 그러다 1993년부터 안보관광이 시작되면서 통일촌마을을 찾는 외지인이 급격히 늘었다. 더불어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소득화를 위한 소재로 콩이 부각됐다. 이때부터 특산품으로 콩이 주목을 받았고 부녀회가 만들어낸 된장과 청국장 등 장류가 인기를 모으면서 콩 재배가 본격화 됐다. 현재 콩 경작지는 20만평에 이르고 있으며, 1년에 70kg짜리 1천500가마를 생산하고 수확하고 있다. 이 중 1천가마는 된장과 청국장으로 가공·판매되고 나머지는 인터넷과 장단콩 축제를 통해 직거래 판매하고 있다.

-파주 장단콩의 장점은.
▲예부터 콩의 주 생산지역으로 알려진 장단마을은 1913년 우리나라 최초 콩 장려 품종으로 ‘장단 백목’이 재배됐던 곳이다. 콩에 대한 유구한 역사에다 또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탓에 토양이 오염되지 않아 재배조건도 월등히 뛰어나다. 무공해, 유기농 웰빙 제품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장단콩마을은 2004년 경기도로부터 슬로푸드 마을로 지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일반콩보다 맛이 그만큼 뛰어나고 지역적 특색을 갖춘 장단콩이 좋은 소재가 됐다.

-장단콩의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최근 들어 웰빙식품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속에 인체에 유익한 성분 함유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쟁력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 지난 한해 7천명 이상이 마을을 다녀갔다. 다양한 농촌체험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웰빙제품으로 콩이 부각되면서 마을을 찾는 체험객들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장단콩마을 체험 프로그램을 보다 내실있게 운영할 것이다. 또 아이들을 위한 청국장 아이스크림 등 청국장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과 음식을 개발에 나서고 있다. 관광객들의 선물용으로 무공해 콩비누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이종철기자 jc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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