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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제언] 범죄피해자 고통 껴안고 수사해야

피해자구조법 개정됐지만
사회적책임 의식 필요

 

전통적 형사사법 체계에서는 범죄로 인한 주요 피해자가 국가라고 이해돼 왔다. 살인·강도·강간 등 범인을 검거하고 처벌하는 기능만 강조된 나머지 정작 그 범죄 때문에 피해를 본 개인의 입장은 간과돼 왔다.

수사기관이 사회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 아래 범죄 피해를 당한 개인의 처지와 입장에는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면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경찰의 인권 의식이 점점 성숙돼 범죄피해자의 법적 지위에 대한 재검토가 활발해지면서 형사사법이 피해자의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의 사전적 정의는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명예 따위에 침해 또는 위협을 받은 사람을 말하며 특히 범죄피해자란 범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와 그 가족 등을 의미한다. 1차적 피해는 폭행ㆍ상해 피해자가 신체적 피해를 입고, 절도ㆍ사기 피해자가 재물이나 재산 손실 등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이다. 2차적 피해는 범죄피해로 인해 실직 등에 의한 경제적 손해, 수사ㆍ재판 과정에 있어서의 정신적ㆍ시간적 부담, 언론의 취재ㆍ보도에 의한 불쾌감, 대인관계 악화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를 통틀어 말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고시원에서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른 뒤 연기를 피해 뛰쳐나온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무고한 사람이 6명이나 숨졌다.

억울하게 숨진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보상은 기초적인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화, 산업화가 가속화될수록 끊임없이 강력사건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된다.

그런데 대부분 피해자들은 ‘억울한’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2007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살인·강도·성폭행·절도·폭력 사건은 총 52만2000여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사건의 피해자들 가운데 정부의 구조금 수혜를 받은 사람은 168명에 그쳤다. 뺑소니 사고로 사망할 경우 정부 구조금으로 1억원을 보상받지만, 법무부의 지난해 범죄 피해자 지원 전체 예산은 단 12억원에 불과했다.

억울하게 죽음을 당해도 1000만원밖에는 보상받지 못했다. ‘억울한’ 죽음에 ‘억울한’ 보상일 수밖에 없다. “국가는 범죄 피해자 지원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필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포괄적 규정에 따라 범죄피해자보호법은 생색만 내고 실질적인 지원에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구조금액을 현행 1,0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장해구조금 지급대상자도 현행 장해 1-3급에서 1-6급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개정된 범죄피해자구조법 시행령 개정령은 4월 20일부터 공포·시행되었다.

일본의 경우, 범죄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14등급의 세분된 기준에 따라 구조금 최고액을 2964만5000엔(약 4억500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범죄피해자들이 법정에서 피고에게 질문할 수 있는 ‘피해자 참가제도’도 시행된다. 미국의 연방범죄피해자기금(Crime Victims Fund)은 벌금, 범칙금, 보석금을 활용한 재정수입 등으로 연간 5억9000만달러(약 83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범죄피해자의 치료비와 변호사비는 물론 장례비나 임금손실 등에 대해서까지 보상해 주고 있다.

미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NOVA)의 윌 말링 사무총장은 “범죄 피해자 보호는 보상 차원의 ‘원조(援助)’가 아니라 사회적 ‘투자’”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범죄피해 후유증의 고통이 크고 심각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범죄피해자들이 형사 절차를 밟다가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다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범죄피해자가 아무리 수사기관에 자기의 인적 사항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구해도 피의자측 변호사가 형사소송법을 내세워 열람·등사권을 행사하면 공개될 수 있다.

피해자가 증인일 경우 법정에서 신원이 노출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세심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범죄피해자가 바로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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