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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도덕성 겸비한 미래 인재 키워야

 

지난 주 몇몇 연구자들끼리 연구과제에 대한 심사를 하다가 과연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한 미래 인재는 어떤 요건을 지녀야 하는가에 대하여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일 년에 2억씩 5년을 지원해주는 상당히 큰 연구과제를 선정해야 했기에 심사위원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대세는 창의적인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으나 한편으로 소수 연구자들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도리에 충실한 올바른 구성원을 기르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오히려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였다.

이 같은 의견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전(前) 대통령의 비리로 인한 경각심에 기인한 바 크다.

가장 도덕적이며 정의감이 넘친다고 믿었던 리더의 추락은 사실상 많은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최근 경기대학교의 총장 선거는 나름 고무적인 결과를 산출한 것이라 판단된다.

교내의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발된 세 명의 총장 후보 중 한 명이 외부에서 지원한 유명 인사들을 제치고 총장으로 선출되었다.

30년 동안 교수로 봉직하면서 단 한 번도 범사회적인 인지도를 얻지 못했던 교내 인사가 전직 국회의원이나 전직 지자체의 수장들을 제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요건은 바로 그의 청렴함 때문이었다.

그동안 옆에서 지켜보았던 동료들에 의해 검증된 도덕성이 바로 정치적 비리에 연루된 외부의 저명인사들보다 더 강력한 설득력을 지녔던 것이다.

현재 경기대학교의 여러 구성원들은 도덕성이라는 것이 조직의 밝은 미래상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미덕이라는 사실에 절실하게 공감하고 있다.

미래 인재는 사실 급속하게 변화해가는 과학기술을 선도해야 할 것이며 남들이 생각지 못한 창의적 사고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남들보다 앞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국가를 풍족한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빨리 빨리’만을 외치며 많은 것들을 외면해 온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과연 첨단의 기술을 남들보다 먼저 개발하는 것만일까?

곰곰 생각해보면 그것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에라도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의 많은 중산층은 현재 극단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패륜적 범죄나 집단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현상은 근본적으로 보자면 그동안 우리가 외면해왔던 인간성에 대한 상실 때문일 수 있다.

사람으로서의 도리도 저버린 채 남들보다 먼저 그리고 더 많이 발전을 이루기 위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왔던 지난날들,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연대감을 모두 상실한 순간에 찾아 온 위기. 바로 그 위기에서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 바로 나를 희생시키거나 남을 희생시키는 극단적인 결과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잊고 지냈는가?

어쩜 바로 이 순간 앞길 탄탄하게 보장된 기회를 뒤로 한 체, 한 번은 주변을 여유롭게 돌이켜 보는 일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내 가족에게 나는 누구인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누려왔던 것은 무엇인가, 지인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

그동안 제쳐두었던 결코 생산적이지만은 않은 이 같은 일상적인 생각들이 인간을 극한으로 내몰지 않는 귀중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는 여유, 바로 그것이 극단의 선택을 막는 가장 좋은 예방법인 것이다.

이 사회를 그나마도 이만큼 이끌어온 것은 사실상 한국인의 총명함과 근면함이 아니라 오랜 동안 우리의 부모가 우리에게 보여준 끝없는 기대와 집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희생과 도리, 바로 이것들이 우리를 이만큼에라도 있게 한 중대한 요건이 아니었을까? 그저 남들보다 좀 더 빨리 좀 더 효과적으로 앞서기 위한 기술을 습득하는 것보다 남들보다 느리고 답답하지만 도리를 다하는 것이 사실은 미래의 인재상이란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과제를 심사했던 날, 물론 소수 심사위원들은 이 같은 진리를 나머지 심사자들에게 설득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바로 이 같은 요건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했으며 우리의 미래도 보장해 줄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즉 인간으로서의 도리, 도덕성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대한민국 미래 인재의 자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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