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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사교육과의 전쟁 선포, 맞는 말인가?

사교육의 필요성 인정하고 공교육 본래 목적을 찾아야

 

지난 4월 24일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이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학생의 학교 선택제, 교원평가제 도입, 일제고사 실시, 수능 점수 공개 등 교육에 있어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내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사교육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사교육이 더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할 만도 하다.

그러나 범죄나 마약과 전쟁을 선포한다는 말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사교육과 전쟁을 선포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결국 사교육을 죽여서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것인데,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급기야 정부가 물리적인 공권력을 동원하여 사교육을 억제하는 것에 대해서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경제적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오히려 팽창한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경제적 사정이 좋아지면 굳이 비싼 사교육비를 들여가면서까지 공부시키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사교육비가 줄어들게 되어 있다. 공교육 현장에 사교육이 존재하는 이유는 명백하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공교육에서 책임질 수 없는 교육의 영역들이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우리 사회에 입시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비판을 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사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다. 그러니 사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자. 사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공교육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도 아닐 턴데 말이다.

다만 사교육은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서 오직 입시 위주의 학력 신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입시 경쟁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공교육에서는 행복한 삶의 영위를 위해 인성교육, 건강한 신체, 지적 능력, 사회성, 가치관 교육 등 전인교육을 실시한다. 그러므로 공교육이 입시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교육과 경쟁을 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 공교육은 공교육 본래의 목적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여기에 걸맞는 제도적 장치와 입시 제도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사교육이 입시 경쟁의 산물이기는 하나 입시 경쟁을 부정할 수는 없는 마당에 경쟁이 없는 입시를 주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남과 경쟁을 하든지 자기 목표와 경쟁을 하든지 어떤 형태로든지 입시는 경쟁의 형태를 취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한 입시경쟁을 철칙으로 삼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학원 교습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한다느니 방과후학교에 사교육을 끌어들여서 경쟁력을 높인다느니 하는 희한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사교육과 전쟁이라는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공교육은 어찌하든지 사교육을 따라잡으려고 무진 애를 쓴다. 애를 쓰다 못해 아예 공교육을 사교육화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쓰레기통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지만,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고 쓰레기통을 없애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적재적소에 쓰레기통을 비치해 놓고 사람들로 하여금 쓰레기에 대한 의식을 변화시켜서 쓰레기의 양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는가?

공교육 현장은 전인교육을 통하여 자라나는 세대들로 하여금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공교육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사교육은 그대로 가만 놔두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사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교육수요자의 선택에 맡길 수 있도록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라.

그러나 정부는 반드시 교육수요자들로 하여금 사교육이 어느 정도에 도달하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공교육이 사교육과 치열한 전쟁을 치르면 치를수록 사교육은 더욱 음성화되어 지하에서 독버섯처럼 기승을 부리게 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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