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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88년만에 바뀌는 ‘우측보행’

 

자전거에는 핸들 오른쪽, 왼쪽 끝에 각각 브레이크 레버가 달려 있다. 두개의 브레이크는 앞뒤 바퀴에 서로 다른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자전거는 왼손으로 브레이크를 힘주어 잡았을 때 뒷바퀴에 제동이 걸려 멈추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온 좌측통행에서 빚어진 잘못된 브레이크 셋팅이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도의 오른쪽으로 달리도록 되어 있다. 주행중 왼손으로 수신호를 보내기 위해 왼손을 자전거 핸들에서 분리한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작동해야 할 경우 오른쪽 브레이크를 당기면 앞바퀴가 잠겨 전복되고 만다.

자전거는 뒷바퀴 보다는 앞바퀴가 중심을 잃었을 때 전복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금이라도 핸들 오른쪽에 연결되어 있는 브레이크 선을 뒷바퀴에 연결해 헷갈리지 않게 숙달시켜야 한다.

일본은 대한민국을 식민지화하여 좌측 통행을 고착시키려 했다. 일본의 차들은 운전대가 우측에 장착돼 있어 도로 좌측으로 통행을 한다. 다만 우리의 자동차 문화는 미국방식을 받아 들여 도로 우측으로 통행해 왔다.

자전거 문화도 일본의 차들이 좌측통행하는 방식을 그대로 답습, 자전거도 도로의 왼쪽으로 통행하는 방식의 브레이크 셋팅이 아무 여과없이 받아들여져 현재에 이른 것이다. 일제 때 건설된 우리나라 기차는 지금도 좌측 통행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통일된 방식 없이 우측, 좌측 통행 방식이 혼용되어 온 것이다.

우리는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부터 ‘차는 오른쪽 사람은 왼쪽’이란 교육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복도 중앙에 선을 그어 놓고 왼쪽으로 걸어가도록 강요받았다. 이를 어기면 질서사회에 역행한다며 여지없이 회초리가 날아오기를 여러번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9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행문화를 우측통행 원칙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최초의 근대적 규정인 1905년 대한제국 규정에서는 우측통행을 명시했으나 1921년 조선총독부가 도로취체규칙을 개정하면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좌측통행으로 변경됐다.

이후 미군정은 1946년 차량의 통행방법은 우측으로 변경했지만 사람의 통행방식은 그대로 뒀고, 우리 정부는 1961년 도로교통법을 제정하면서 ‘보행자는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도로에 있어서는 도로의 좌측을 통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 뒤 좌측보행이 원칙으로 굳어진 것이다.

3년전 건설교통부는 좌측보행 통행방식이 신체특성, 교통안전 및 국제관례 등에 맞지 않다는 일부 지적과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면서 그 변경 여부와 시기·전략 등에 대하여 지난 2007년 9월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연구·검토에 착수했다.

당시 우측보행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주된 논거로는 인간의 90% 이상이 오른손잡이로 우측으로 움직이는 것이 편리(신체특성)하고 보도 내에서 긴급한 순간에 차량을 피하기 쉬운 교통사고 예방 효과(교통안전), 외국과 같이 국제관행에 일치(국제관행)와 회전문, 국제공항게이트, 일부 전철역 개찰구 등은 이미 우측보행을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국토부는 우측통행이 가져다 줄 파급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고 있다.

보행문화가 우측통행으로 전환되면 교통사고가 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연간 70명, 1천700명 감소하고 인적 피해 비용 711억원, 심리적 피해 비용 734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국토부는 보행 자율권 보장과 교통안전측면을 종합 고려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지하철 개찰구 등은 우측통행을 유도하도록 전환하고 지하철역, 기차역, 공항, 터미널, 산책로, 등산로 등 교통시설물과 공공시설에 안내판 및 안내표지를 부착하기로 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안전도시 인증을 받은 서울 송파구는 2년 전부터 우측보행 운동을 벌였다. 인간은 본래 우측통행의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눈을 감고 앞으로 곧장 나아가도록 하면 대부분이 저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우측보행은 일제시대 때인 1921년에 좌측통행이 시행된 후 사실상 88년만의 변경이다.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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