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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제언] 우리의 지도자상

 

중국의 역대 임금 중에서도 어질기로 유명한 요 임금이 어느 지방으로 순행할 때 일이다. 그 지방의 한 관리가 요를 맞아 인사를 드렸다. “성인이시여, 무병장수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요 임금은 “수명이 길어지면 욕된 일도 많아지니 그것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관리는 다시 “부구가 날로 더해지시길 빕니다”하자 요 임금은 “부가 늘면 욕심이 느는 법, 그것은 불필요하다”고 하였다. 관리는 마지막으로 “다남(多男)을 빕니다”하자 요 임금은 역시 “다남하면 그 중 부족한 이가 있어 걱정이 많을 테니 이 역시 필요없다”고 하였다.

물질도 아닌 말에서조차 초연할 수 있는 요임금은 지도자로서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물질에 대한 요 임금의 청렴함을 지켜본 관리는 말했다. “저는 당신을 성인으로 우러렀는데 말씀을 들어보니 그저 군자 정도밖에 되지 못함을 알았습니다. 부가 늘면 가난한 백성에게 나눠주면 될 것이요, 무병장수 하면 제 몸에 고민없이 세상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다남하면 저들에게 제 몫의 일을 주면 될 것인데, 임금께서는 그저 제 덕만 골몰하십니까.” 하고 자리를 떴다.

지도자에게는 도덕성이나 청렴성과 같은 통시적인 자질과 포용력이 무의식적으로 내면화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대통령은 국민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지도자로 안 보인다. 세상이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믿고 의지할 지도자가 절실한 법이다. 그런데 믿고 의지하기는 커녕 국민을 실망시키고 고통을 안겨주는 정치인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우리에게는 지혜롭고 용기 있는 지도자는 과연 없는 것인가.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것은 13년 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 비해 도덕성과 청렴성만큼은 자부한다던 노 전 대통령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에 관한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찰청에 출두하여 조사를 받았다. 액수는 수천억 원에서 수십억 원으로 줄었지만 형과 부인, 아들까지 줄줄이 소환돼 도덕성을 강조하던 자신의 말이 무색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초라한 모습은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정치권의 현 주소가 드러난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모습이다. 그는 정치개혁을 외치면서 쌓았던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그것은 개인 노무현의 비극만이 아니라 그의 정치철학을 지지했던 세력에 대한 배신행위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본인과 아들이 올바르지 못한 행동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정치철학이나 인생 역정에 차이가 있지만 한결같이 제왕적 교활형과 뇌물형이란 똑같은 중독 성향을 지니고 있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은 3.15 부정선거 이후 하와이로 망명하였으며, 윤보선 전 대통령은 1974년 민청학련 배후 등의 혐의로 ,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장기 집권으로 권력적 매너리즘에 빠진 대통령으로, 최규하 전 대통령은 권력을 가진 적이 없어 모르쇠로 일관하다 국회모욕죄 등으로 형사고발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실명제 등 개혁적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지워진 회색의 세월로 점철됐다. 소통령의 아들 때문이다. 김대중은 한국 정치에 리버럴리즘과 좌파를 소개한 이념형 대통령으로 퇴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느 대통령보다 국가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불편한 대통령이다. 지도자로서의 콤플렉스와 인간성과 도덕성 그리고 통찰력과 적응 능력에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국민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을 더 이상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그것은 본인과 아들들의 비리로 온 국민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전직 대통령이 비리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는 후진적 역사 행태가 세계만방에 고해져서는 안 된다.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이에 따라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릴 정도로 대통령으로 집중되는 권력의 감시 및 분산이 필요하다.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입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의 올바른 견제로 비리 소지가 발견되면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통해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행정부 권력에 대한 국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단체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이제 대통령은 권력으로 분절된 뇌물과 교활함의 이중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설득과 통합의 리더십, 경험과 원칙과 소신이 뚜렷한 지도자, 비전을 갖춘 리더십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닮고 싶거나 존경하고 싶은 정직한 지도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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