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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세상의 다리가 되어주는 나무들

 

지난 화요일 늦은 저녁부터 안양의 한 공공기관의 넓은 대강당이 즐기는 공연장으로 오픈되었고 그 안에선 정겨움과 훈훈함을 맘껏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그것도 늦은 한밤중까지.

공공기관의 대강당을 민간단체에게 늦은 밤까지 오픈한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그것보다 이곳에서 펼쳐진 아름다운 공연이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던져주는 듯 했다.

바로 안양, 군포, 의왕, 과천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난치병아동돕기 운동으로 추진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명사음악회”라는 이름으로 3년째 즐거운 밤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 곳의 명사들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여느 명사보다 더 훌륭한 그야말로 “명사”들이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 뿐 아니라 공무원, 시·도의원에서 의사, 약사, 변호사, 교수, 학생과 교사 ,성당과 교회, 그리고 난치병으로 병마와 싸우는 환우와 부모들까지 지역내 여러 영역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진정한 명사인 까닭은 음악회에 출연하는 출연료를 ‘난치병어린이를 돕기 위한 모금’의 후원금으로 내면서 모금운동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사들은 자신이 스스로 음악회 출연료를 내면서 음악회를 연출해 내고 지역민들은 티켓구입으로 후원을 하고... 참여하는 사람들과 구경하는 사람들 모두의 축제라 이름 붙여도 전혀 손색없는 한마당이었다.

이렇게 모여진 이번 음악회의 기금(2천여만 원)은 치료비 뿐 아니라 특별히 병마와 싸우느라 학교를 갈 수 없는 아동들을 위한 전용 공부방을 개소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초 여름밤의 수 많은 어느 음악회보다 이 음악회가 내게 더 멋지고 아름다운 이유는 지역민들이 모두 크고 작은 힘을 하나로 모아가는 새로운 실천과 나눔을 즐겁게 실천하는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고 있는 모습들 때문이다.

또한 공연 관객들도 대부분도 모두 각자의 생활현장에서 모두 바빠 서로의 안부도 못 채기고 살다가 조금은 쌩뚱맞은 문화생활(?) 핑계로 만남의 장을 가질 수 있으니 재미난 훈훈함인 듯하다.

함께 서 있음에도 서 있음의 이유가 다른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한번 주저 앉으면 다시 일어설 수가 없어 다리가 아파도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아이들, 휠체어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어 훨체어의 두 바퀴로만 움직일 수 있어 휠체어가 그들의 유일한 다리인 아이들....

그래서 이 명사음악회는 지역의 다양한 명사(名士)가 아닌 세상의 빛이 되고자 하는 명사(明士)들이 모여 세상의 다리가 되어주는 ‘나무’로써 난치병 아이들의 작은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는 의미있는 이 실천이 좋은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어떤 나눔이나 기부는 모두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겠으나 그 나눔과 기부가 특정한 누구를 위한, 또는 특정한 누구의 기부나 나눔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한 마음으로 십시일반( 十匙一飯)한 것의 의미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할 수 있어 부리는 여유보다는 할 수 없지만 부려 본 여유가 마음을 왠지 따뜻하고 뿌듯하게 만든다.

출연자의 사소한 실수조차도 또 하나의 연출되지 않은 연극으로 호탕하게 웃으며 지켜봐 줄 수 있는 관객의 여유 또한 참 값진 동행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최근 점점 강화되고 까다로운 지원 절차를 만들어 내는 여러 형태의 기금들과 정부 지원운용규정 탓에 생긴 자격지심일까? 이렇게 함께 만들어 낸 이 기금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고 감동하는 것...

혹 한강에서 맞은 빰을 달래려는 심리적 위안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가도 싶다.

이런 까다로운 기존 기금의 지원절차가 지금의 어려운 우리 경제 탓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의도만 숨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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