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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미학] 14. 강인구의 예술세계

이쑤시개·돌맹이 등 재료본질 접근
시간과 노동력·인내심 필요한 작업
단순하고 기하학적 형태로 ‘탈바꿈’

 


 

살짝 비튼 ‘일상 오브제’의 재발견


조각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 행복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부분의 작업실이 도시에서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시골길을 한가롭게 달리다보면 자연의 움직임과 변화하는 모습을 가깝게 느낄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맑은 공기가 반겨주니 몸과 마음이 싱그러워진다.

강인구 조각가의 작업실도 자연의 향기가 물씬 감도는 경기도 광탄면 기산리의 한적한 시골에 위치해 있다. 작업실 입구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낯선 이를 경계하며 맞는다.

60여 평의 작업실에서는 곳곳에 한창 진행 중인 작업들로 젊은 작가의 활기찬 기운이 느껴진다. 또한 그동안 도록을 통해서만 봤던 작품들이 제각기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강인구 작가의 작품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강 작가의 특징은 사회 속에서 이루어지는 큰 이슈보다는 재료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즉 재료나 objet(오브제-기성품) 자체가 지니는 물성이나 형태 혹은 사연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2002년경부터 시작된 이쑤시개를 이용한 작업은, 어느 날 국밥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서 평상시와는 달리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된 이쑤시개가 새로운 발견이 되어 강 작가의 또 다른 작업의 시작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의 작업은 본래 자연(나무, 바위, 돌 등)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기성품을 작가의 손을 통해 다시금 원래 자연의 형태로 되돌리는 접근방식이다.

이쑤시개는 자연의 나무를 가공해 물체의 목적에 맞게 뾰족하고 날카롭게 작은 형태로 변했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서 강 작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양의 이쑤시개를 하나하나씩 붙여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서로 부대끼며 엉겨서 다양하고 변화무쌍하게 바뀌지만, 전체적 작품의 형상들은 단순하고 기하학적 형태를 취하게 되어 작품의 무게감을 주고 있다.

이 작업은 그런 이쑤시개를 거꾸로 본래의 형상으로 되돌리는 행위와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서 이쑤시개라는 질료를 그대로 드러내는 이색적인 작품으로 탄생되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적 질료인 이쑤시개를 가지고 그것이 경험했을 태곳적 기억과 시간들을 하나하나 붙여가는 반복적 노동행위를 통하여 또 다른 자연의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도시적 이미지를 갖는다.

작가 본인을 비롯한 인간, 자연, 그리고 현시대는 하나라는 것을 반복적이고 윤회적 행위를 통하여 이야기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세계, 즉 시간, 공간, 물질, 정신, 작가 개인이 지니는 역사 등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작가가 또 다르게 선택한 재료는 돌멩이(분쇄석-바위나 돌 등을 인공적으로 잘게 깨어서 주차장이나 정원 등의 바닥에 혹은 배의 무게를 잡아주는 용도 등으로 사용됨)와 철사다.

 

작가는 2007년 미국의 Verment에 있는 Red Mill Gallry (vermont studio center)에 개인 전시회를 위해 방문했던 첫날을 회상한다.

그곳에 도착해 첫발을 내딛었을 때 땅에 깔린 수많은 돌멩이들이 밟히는 소리가 작가의 가슴을 뒤흔들었다고 한다. 강 작가는 굉장히 흥분되었고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새로운 발견에 대한 희열 혹은 그들과 대화하고 서로를 간절히 원하는 느낌을.

항상 돌멩이들은 사람들의 발 또는 자동차의 무게를 감당하며 그곳의 역사와 시간, 그리고 날씨 등을 겪어 내면서 그곳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돌멩이들은 강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작품 안에서 나약하거나 하찮은 존재가 아닌 또 다른 존재감을 가지고 춤을 추며 움직이게 된다.

작품의 진행과정을 들어보기로 한다.

돌멩이들을 수집해 물로 깨끗이 씻기고 말린 후 철사를 사용, 돌멩이들을 하나씩 연결해 철사의 물성적 힘을 이용해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이 움직임은 무게를 견디는 무게의 중심이 아래에 있는 것을 위로 올려서 자유롭게 춤추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은 철사로부터 분리되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하며 끊임없는 인내심이 요구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의 손은 돌멩이의 표면의 모양을 따라 철사와 함께 움직이는데 작가는 하나하나의 모양을 다 기억할 수 없지만 손을 통해 그들의 생김새를 관찰하며 대화하는 것이다.

바위나 큰 돌로부터 분리된 이 돌멩이들은 또 다른 바위의 모습이나 성격을 띠면서 퍼즐을 맞추듯이 돌멩이들을 하나하나 철사로 맞추고 있는데, 이런 행위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과정을 작가 스스로 경험하는 것이다.

작품전시회가 끝나면 작품은 철사와 돌멩이들을 분리하여 돌멩이들을 원래 있던 장소로 되돌려 놓는다고 한다.

이 과정 또한 작품의 연속인 것이며 결국 마지막에는 철사만 남는데 철사들은 돌멩이들의 모양을 모두 기억하며 그 모양을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작품은 마지막으로 철사만이 남는 것이다.

조각가 강인구는 예술가의 삶에 대한 태도를 스스로 자유로움을 포기하지 않고 새로움의 발견에 대한 희열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많은 젊은 작가들이 경제적인 것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사고의 전환 즉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면 스스로를 가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도 전한다.

 

약 력
   
▲ 작가 강인구
1998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 졸업
2000  동아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조소
       전공 졸업
● 개인전
2003  1회개인전(문예진흥원 마로니에 미
      술관/서울)
2006  히노키갤러리 기획초대전(동경긴자
      /일본)
2007  Red Mill Gallry (vermont studio
      center /U.S.A)
● 기획전/초대전
2008  아오모리 현대미술관 레지던시프
       로그램 위너(일본)
       바깥미술전 ‘대지의 신명’(가평)
       숨소리-소통전(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마감뉴스 야외 설치전 ‘시간으로
      의 여행’(연천역사/연천군)
2007  버먼트 스튜디오 센터 아시아 아티스
       트 위너 선정(미국)
       조각프로젝트 ‘공간을 치다’(경기
      도미술관/안산)
       마감뉴스 야외 설치전 ‘바람 피우다’
       (너리굴문화마을/안성)
       나무이야기(푸르뫼 창작공간 기획전)
2006  고양낙엽축제 야외설치전(호수공원
       /일산)
       야외설치미술전 ‘휴’(호수공원/일산)
       memory 2006전(단원미술관/안양)
       마감뉴스야외설치전(유림목재/고양)
       작가탐방프로그램 ‘작가와의만남’
       (강인구스튜디오/파주)
       심학산 프로젝트(심학산/일산)
       프로젝트그룹 공룡 소품전(보림출
      판사/파주)
2005  아리엘 한·일전(아리엘갤러리/부산)
        한국조각가협회전(세종문화회관/서울)
       고양조각가협회전(미관광장/일산)
       한일 국제 교류전(문화회관/부산)
       경기북부 비무장지대 평화전(예술
       의전당/의정부)
       동강현대작가초대전(문화예술회
       관/영월)
       금광환경미술제(금광지/안성)
       마감뉴스 야외설치전(상품중학교/여주)
       치유하는 미술-어른 마음 아이마
      음 (장안공원/수원)
       부산조각제(문화회관/부산)
2004  야외조각프로젝트 인간·도시·환경
       (세종문화회관/서울)
       고양 조각가협회전(미관광장/일산)
       일산 오픈 스튜디오(조각가 권석만
       작업실/일산)
       마감뉴스 야외 설치전(한화 리조트
      /속초)
       홍대 예술학과 기획전 환경-느리게걷
         기(홍대 현대미술관/서울)
       금광 저수지 환경 미술제(금광호수
       /안성)
       독립예술제(숲갤러리/서울)
       기쁨속으로전(호수갤러리/일산) 외
       다수
● 현재
설치그룹마감뉴스, 한국 조각가협회, 미술협회 회원, 동아대학교 조각과 초빙교수
●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과천)/ 김천시 종합운동장 사격장 기념 조형물(경북 김천)/ 담양군 야외조각공원(전남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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