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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 아름다운 도시는 가능한가

 

책 읽는 도시, 명품도시, 디자인도시, 생태도시, 역사문화도시, 평생학습도시, 자전거도시…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내거는 슬로건들이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여건들 중에서 가장 잘 할 수 있거나 잘 해보고 싶은 분야를 택해서 그 지향하는 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2005년 6월 1일, 일본에서는 경관에 관한 법인 ‘경관법’이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리고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경관법을 활용하여 양호한 경관형성을 향한 대처를 추진하고 있다.

이 법에서는 기본이념에서 양호한 경관이 현재 및 장래에 국민의 공통자산이며, 양호한 경관의 형성은 지역의 자연, 역사, 문화 등과 사람들의 생활적인 조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지역의 개성 및 특색을 신장시키는데 이바지하여 다양한 경관이 형성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주민과 사업자,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통해 진행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관법의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성은 위에 나열한 대처방안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경관법의 운용과 관련한 기술적 조언 및 양호한 경관형성 움직임을 국민운동으로서 전국적으로 전개해 나가기 위한 보급 및 계발 활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도시경관의 날’ 실행위원회가 주최하는 ‘도시경관대상’은 이와 같은 보급 및 계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하여 2001년도부터 시작된 표창으로 NPO 등의 마을만들기조직과 지방공공단체가 협동하여 아름다운 마을과 도시의 형성을 행하고 있는 우수한 지구를 대상으로 여러 상을 수여하고 널리 소개하는 제도이다.

지난 22일에는 9회차 도시경관대상 수상지구를 발표하였는데 장관상에 해당하는 대상은 2개의 도시, 우수상은 6개의 도시, 특별상은 2개의 도시에 선정되었다.

대상을 받은 도시는 역사적인 경관을 주제로 하여 대상을 받았는데, 그중 이바라키시는 47.7ha에 달하는 역사적 마을가로 경관형성지구로 수상을 받았다.

이 지구는 에도시대부터 메이지에 걸쳐 지어진 창고와 다이쇼시대에 지어진 서양식 건물들이 다수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으로 구성된 가로만들기조직이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시민과 행정이 일체가 되어 경관형성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 높이 평가되었고, 또한 카와고에시와 함께 보존재생사례로 높이 평가되어 대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대체로 지역의 역사적·문화적 자원들을 보존하고 정비하여 지역의 개성이 되도록 노력하는 사례도 있지만, 특별상을 받은 토야마시는 중심 상점가에 위치하는 2개의 시가지 재개발사업과 일체가 되어 폐지된 기존 도로와 재개발 빌딩을 신축할 때 생겨난 공간을 합쳐 약 1,400㎡의 광장공간을 창출하였다.

광장은 투명한 유리로 천장을 덮고, 계절과 날씨에 관계없이 다양한 활동을 행할 수 있어 공동화되어 가는 공간에 번화함을 창출할 수 있는 거점이 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지구 주변에의 보행자 통행량이 대폭 증가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경관’이 도시를 가꾸어 나가는데 중요한 덕목이 된 것은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이다.

서양의 사례를 굳이 들지 않고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약 40년에 걸쳐 법적 근거 없이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경관을 가꾸어 온 성과가 경관법의 제정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방자치단체가 체 준비할 사이도 없이 경관법이 만들어져 실효성 있는 수단도 없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재개발을 일삼고 있는 우리나라의 서울과 지방자치단체는 이대로 가다가는 주민의 옛 추억을 담고 있는 오래되고 친숙한 건물과 공간들을 모두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왜 우리는 적어도 일본이 행하고 있는 것처럼 지역의 역사 및 문화를 형성해온 중요한 유산을 어떻게 지역만들기 속에서 살려나가는 시도를 하고 있지 않는가.

역시 세월이 흘러서 그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진 후에야 움직일 것인가.

지역의 미래를 현재와 연결시켜서 꾸준한 발전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그러한 슬로건을 내세우는 도시는 왜 없는가.

과거의 최근 모습이 현재이고, 미래의 옛 모습이 현재라면, 왜 우리는 바꾸는 것에 급급하고 지켜나가려 하지 않는가.

이러한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모두는 어떤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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