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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미학] 15. 김학제의 예술세계

미래 시각에 비춰 인류감정 상상
조각과 디지털 프린트 합성 작업
시·공간개념 초월… 생명성 찬미

 


 

미래를 향해 쏘아올린 ‘열망’


점차 푸름이 짙어지는 서느런 산 기운이 감싸는 작업장은 하루 종일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가끔씩 분주한 듯 기계음이 들리기도 하지만 작은 풀잎을 흔들고 가는 바람도 느낄 수 있다.

해가 떨어지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요란해지지만 오랜 친구의 수다를 듣는 듯 정겹고 익숙한 곳,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에 위치한 조각가 김 학제 교수(동아대학교)의 작업장이다.

 

“단지 작품을 제작하는 곳으로서만 아닌 비밀스러운 공간이며 늘 축제의 나날을 기원하며 즐거운 삶을 영위하는 공간으로서의 작업장이다”라는 말에는 김 작가가 이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들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김 작가는 조각을 전공하기 전에 국문학을 공부했고 뮤지션으로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게 되면서 일명 토탈 아티스트라는 호칭이 그를 대신한다.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끼는가는 그 사람을 알아차릴 수 있는 좋은 힌트인 것이다. 문학, 예술의 다방면에 관심을 보이고 활동하는 김 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어보기로 하자.

‘미래’ - 인간은 누구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기대, 혹은 상상을 해볼 것이다.

김 학제 작품에서 나타나는 미래는 지극히 개인이 지향하는 미래는 아니다. 그렇다고 주술적 영향을 가지는 예언자적 입장의 그 무엇 또한 아닌 것이다.

미래에 대해 사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현재의 시점에서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적 시각에 비춰진 인류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상상의 출발 시점은 일반적인 미래에 대한 상상의 시점과는 사뭇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미 미래에서 그의 시점은 시작되는 것이다.

<미래서정>이라는 작품들에서 그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데 우주선, 사이보그, 행성, 우주생명체 등의 흔히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소재와 단어를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근간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일반적 소재와 단어를 사용하지만 미래에 대한 시선의 전복(顚覆)을 위해 조각과 더불어 디지털 프린트 작업 방식으로 출현한다.

 

작업의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흙 작업을 통해 로봇이나 인체 형상을 만들고 이는 스테인레스 스틸이나 FRP(플라스틱 질료)로 제작되어진 작품과 자연의 풍경 등을 직접 사진으로 찍은 뒤 수천 장의 사진 중 필요한 이미지를 선택한 뒤 합성작업을 통해 작품으로 나타낸다. 대형 디지털 프린트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커졌을 경우의 이미지 변환을 생각하면 사진 추려내는 일은 신중하고 다소 시간이 요구되는 일이다. 이러한 김 작가의 작품은 때로는 순수 조각 자체의 독립적인 존재로서 눈여겨 볼 만하기도하고 조각을 찍은 이미지와 다른 이미지의 합성을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김 작가의 합성된 작품들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 심하게 색이 선명하고 형상은 또렷하며, 로봇, 우주선, 행성 등의 이미지와 생명력이 느껴지는 이미지들은 직접적인 배치와 대립되는 구도로 인해 낯선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인 합성의 기술이 미적 효과를 최대한 증대시키고 세련된 이미지를 뽑아내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김 작가의 경우는 이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기술적 부족이나 감각의 부족이 아니고 오히려 일반적인 기술을 굳이 버린 이유는 착각을 자아내지 않으려는 의도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작품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는 이미 의도되고 만들어진 이미지임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다른 작품들과 사뭇 다른 차별화와 독창성이 생겨난 것이다.

“미래서정(未來抒情)-Future lyricism”

영원을 향한 인간의 열망과 절망의 파노라마 속에서 우주의 집약체로서 인간의 몸과 모든 생명체 나아가 삼라만상의 질서에 경탄하며 인간과 자연 우주는 결국 하나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과 어떻게 살까? 의 문제보다 어디를 향해 무엇을 향해 가야하나의 시공간개념이 내 사고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작품에서 동양의 자연과 인간 일원론, 음양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어제와 오늘, 미래의 시간을 한자리에 모으며 마치 미래의 그 누군가 이발소 그림을 보듯 인간과 자연과 우주의 디오라마를 연민으로 쳐다볼 상상을 하며 원시적이고 뜨거운 생명성을 찬미하는데 무릎을 꿇고자 한다. - 2007년 봄, 비갠 날 김학제

김 작가의 2007 개인전 도록에 직접 기재한 글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창작의 굴레에 갇혀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깊은 생각의 결과물들이, 봄에 피어나는 새싹들만큼의 신선함과 생명력을 지니며 새로운 색깔을 띤다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여전히 놀라운 일인 것이다.

조각가 김 학제는 조각가가 되기 이전부터 예술가로서 그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책임감, 혹은 사명감보다 눈물 흘릴 수 있는 것이 예술가의 삶이 아닌가? 라는 그의 말은 예술가뿐만이 아닌 많은 이들로 하여금 우리의 인간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인 것 같다. 새롭게 둥지를 튼 양평의 작업실에서 앞으로도 즐겁고 놀라운 일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약 력
   
▲ 작가 김학제
● 개인전
1992-2007  8회 -서울 서남미술관, 청작 갤러리, 시 어터제로, 부산 대
                 안공간 섬, 부산 KBS, 다다 갤러리, 대청갤러리
2008  Erotism 21c전(아트선재센터)
       Medium-나는 나의 몸이다(홍익大 현대 미술관)
      부산국제아트페어 특별전(부산 BEXCO)
1990-1991  제9회,10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및 대상 수상
               To Asia From Asia 한·일 현대미술전(가나가와/일본)
               가나자와 현대조각전(가나자와 시청/일본)
               제1회 亞 현대 조각전 초대(후쿠오카/일본)
                한·일 현대조각전(서울 및 후쿠오카)외 단체전 150여회
● 현재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조각과 교수 / 연락처-부산광역시서구 동대신동 3가 1번지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조각과 / 사무실:051-240-1940 / e-mail: sosjkim@hanmail.net, http://blog.naver.com/so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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