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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분열 원하는가 화합 바라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몸을 던져 전하고자 했던 것은 ‘화합’이다. 그도 한때 분열의 대명사처럼 불려왔던 장본인이었다. 그러나 속내야 어찌되었든 억울하고 아쉽고 심히 분노하고 억울하고 또 복수하고 싶었겠지만 그가 분열과 갈등으로 사회가 갈라지기를 원하지는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몸 던져 분열을 삭히고 화합하는 방법을 전해주려 했던걸까.

수많은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의 영전 앞에서 고개를 숙여 눈물을 훔친 것은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쏟아지는 그와 관련한 서민 대통령의 이미지가 새삼 부각되면서부터 더욱 그랬다. 아이에게 사탕을 주는 듯 하다 이내 자기 입으로 훌쩍 가져다 빨고 있는 사진은 장난끼 많은 우리 이웃집 아저씨 그대로다.

봉하마을 동네 가게 탁자에 않아 담배를 물고 주인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습에서는 그가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지낸 분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서민적이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과 대면한 적이 없는 필자는 수많은 사진 중에 특히 이 사진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지녀야할 기본덕목을 이 사진에서 느꼈다면 지나칠까. 그는 분명 통치자의 내면의 세계를 보여준 유일한 대통령이었다.

우리 국민은 위대한 빛 하나를 잃었다. 1주일의 장례 기간에 전국적으로 수백만명이 노 전 대통령 추모행렬에 동참했고 국민장이 거행된 29일에도 발인과 영결식장은 물론 서울에서 봉하마을까지 운구행렬이 이어지는 긴 구간에 추모의 물결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들은 미움과 오해로 인한 이런 결말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물 속에 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명복을 빌었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이든 아니든 전직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보내는 것은 두번 다시 있어서는 안되는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를 사랑했던 사람이나 미워했던 사람 모두 이제는 그가 갈등과 반목의 세상을 잊고 편히 쉬기를 바라며 그를 보냈다. 노 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가 던진 화두는 역시 ‘화합’이다. 장의위는 30일 공동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 명의로 낸 ‘국민께 드리는 감사의 말씀’에서 우선 “고인이 남긴 숭고한 정신과 열정이 이 땅에 영원히 살아 숨쉬길 기원한다”며 “이제 남겨진 우리는 고인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하나로 화합하고 국가발전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나 장의위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관용을 강조하는 자성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서는 새로운 불화와 반목, 갈등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돼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강압 수사’와 ‘정치 보복’ 주장, ‘서거’·‘자살’ 등 용어를 둘러싼 논쟁, 조문 거부와 추모행사 봉쇄 등 소위 진보와 보수 세력간, 노 전 대통령 지지자와 정부 사이의 갈등이 계속 노출됐고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새로운 정쟁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거듭된 언급이나 “국민장을 정치적으로 잘못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어 소요사태가 일어나게 될까 걱정”이라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은 화해와 관용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정치권의 대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여야 대립은 올 하반기를 달구며 한치의 양보도 없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치러질 전국 동시지방선거와 노 전 대통령 1주기가 맞물려 있다는데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야권은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정국 주도권을 거머쥐는 계기로 삼을 것이 뻔하며 여는 이를 막기 위한 전방위적 공세가 이어져 여야 대립이 더욱 격화될 것이 예상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 살림살이를 책임져야 할 시장·군수와 지방의원을 가려 뽑아야 할 주민 선택권을 혼란케 해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정치권과 정부가 힘을 합쳐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경제살리기는 물론이고 북한의 핵 위협으로 시작된 남북 대치상황도 소홀히 대처할 수 없는 일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사회통합과 대한민국 선진화의 발판이라고 역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그를 떠나보낸 우리의 의무다.

국민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많은 국내외 인사들이 보는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사죄하라’고 외치는 소란을 벌였다. 그는 제지를 당한 뒤에도 ‘정치보복으로 살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방영됐다. 그동안 숨죽여 왔던 친노 진영의 국회의원들이 정부를 향해 이를 갈고 있다. 진정 “남을 원망하지 말라”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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