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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미학] 16.최종운의 예술세계

‘슈퍼 레인보우’ 26일까지 초대 기획전
주변서 쉽게 접하는 물건 작품으로 승화
사각프레임 전동장치 설치 관객과 소통

 

일상서 찾은 고요 속 긴장 무지개 되다

오늘은 작업실이 아닌 초대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충북 진천군 진천읍 장관리에 위치한 진천 종박물관을 방문해 작품을 관람하며 작품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Super Rainbow’ 최종운 초대 기획 개인전의 제목이다.

이번 전시는 Super Rainbow 뿐만 아니라 6년 전부터 최근까지의 대표적 작품들이 전시되면서 작품의 변화와 발전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각가 최종운은 현재 국립고양미술창작 스튜디오 5기 입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1월경 최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엔 지금 전시되고 있는 Super Rainbow 작품시리즈가 한창 작업 중이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을 전시장에서 만나니 반가움이 두 배다.

조각가 최종운의 작품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겠다.

영국 런던에서 4년의 유학 시절(MFA Fine Art, The Slade school of Fine Art-런던대학)은 작품의 발상이나 표현의 방법까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던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트라이앵글의 형태를 한 Calmtension(고요함과 긴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뜻의 작가가 만들어낸 단어)작품은 고요 긴장의 개념으로서 최종운 작가 작업의 모티브가 되었다.

이는 자신의 유학생의 모습을 보는 듯한, 긴장감과 고요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작업 형태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의 발전은 “Beyond the horizon”, “A storm on the yellow” 이라는 작품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는 바다를 대했을 때 느껴지는 고요함 속의 긴장감을 시각적 차원 즉, 평행한 지표면이나 수면이 하늘과 맞닿아 이루는 선을 horizon(지평선, 수평선)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시점을 이용해 관람객이 작품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자연의 현상적인 모습 즉, 수평선을 이룸과 파괴되고 또다시 고요함을 이루는 현상을 아크릴 프레임에 집어넣어서 인공적 자연현상으로 전환하는 작업의 형태를 구축한 것이다.

작업의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아크릴로 제작된 사각 프레임 안에 색이 있는 액체로 된 거품목욕제를 넣으면 잠시 뒤 horizon이 생겨난다.

작가는 사각 프레임의 뒤쪽에 베어링을 설치해서 관객이 직접 동참해 움직일 수 있게끔 제작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사각프레임 안에 전동장치를 설치해서 관객이 가까이 오면 프레임 안의 내용물이 움직이는 방법도 개발했다.

이는 horizon의 경계를 관객들 스스로가 흔들어 놓게 하거나 커다란 폭풍처럼 역동하다가 평온한 바다의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목격하도록 하는 관람 방식이다.

유연한 액체의 움직임을 통해 역동적인 모습과 고요의 모습을 동시에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현상들을 관객 스스로 직접 동참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최 작가는 자연과 환경 그리고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분을 중요시하는 관객과의 관계성을 깊이 생각한다.

 

 


이번 전시의 메인 주제인 Super Rainbow 작품은 단어적 의미로 거대한 무지개 혹은 Super market에서 만들어낸 무지개이다.

일상적으로 Super market에서 살 수 있는 워셔액, 섬유유연제, 음료수 등과 주변에 있는 쓰고 마시고 버리는 것들을 작품에 이용하는데 Super Rainbow 작품은 색색의 액체를 좁은 아크릴 관에 넣어 무지개 빛깔을 띠는 형상으로 재현한 것이다.

‘작가노트’에 조각가 최종운의 생각이 잘 담겨져 있다. 그의 글이다.

“나는 일상적인 오브제를 이용해 고요와 긴장이 공존하는 순간들을 찾아 그것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것은 일상의 아주 작은 움직임에서부터 자연의 거대한 움직임까지 그 안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긴장감을 극대화시켜 표현한 것이다. 이를 동적 혹은 정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는데, 서로 다른 두 모습이 공존하는 순간을 단순히 표면에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내면의 긴장감을 상호작용하여 밀도 있는 공감각을 만들고자 한다”

“그 방법으로 지금의 시대가 바라보는 사물의 관점과 시대를 닮은 이미지를 찾아내고, 무거움에서 가벼움으로, 의미에서 외양으로, 실제에서 가상으로 향해가는 일상적인 사물 안에 내재된 긴장감을 다양한 관점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색의 선택, 면의 분할 등 회화의 구성양식을 통해 자연의 절대적인 미를 추구한 듯 보이나,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액체상품들이 가지고 있는 용도와 색의 재결합을 통해 표출되는 새로운 관계 만들기이며, 질료를 재해석한 것이다” “시대의 필요에 의해 생산된 공산품이 가진 고유한 색과 성질은 동시대적 감성을 표현하는데 있어 적절한 이유가 있듯 액체의 유연함은 세상의 모든 경계의 막을 흐트러뜨리고 유약하고 가벼운 우리의 감성을 대변해 준다. 또한 재료가 갖는 물성에 관한 과학적 고찰과 환경에 대한 간접적이며 통일된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젊은 작가로서의 열정과 고민은 역시 작업 발전의 고민들로 가득하다. 새로움을 긍정적 사고로 추구하면서 두려움이 아닌 즐거움으로 일관하는 조각가 최종운의 미래가 Super Rainbow의 빛보다 훨씬 더 빛나길 기대한다.

그의 작품전시는 6월 26일까지 계속된다. 많은 이들이 방문해 그의 작품에 더불어 직접 동참하고 즐거운 작품 감상의 시간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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