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명사칼럼] 이제는 국민이 바뀌어야 한다

‘치정같은 정치’ 종식을
신뢰·용기가 간절하다

 

이제는 국민이 바뀌어야 할 때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 지루하고 답답하고 짜증나는 정치문제, 노사문제, 교육문제 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국민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 우리가 1945년 해방 이후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마련해 놓은 민주적인 법과 제도를 올바로 정착시키기 위해 국민의 행동양태가 바뀌어야 할 때다.

여의도 1번지가 시장판처럼 되어버린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가 ‘정치(正治)’의 길이 아니라 ‘치정(癡情)’의 길을 걷는 것은 우연히 벌어진 일도,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시청 앞 광장의 풍경과 국회의사당의 풍경을 한번 비교해 보라. 아무런 차이가 없지 않은가?

국민들이 하고 있는 일과 정치인들이 하고 있는 일이 다르지 않은데 정치인들만 비난하는 것은 ‘나는 바담풍 하더라도 너는 바람풍 해야 한다’는 말과 똑같다. 국민들이 먼저 ‘바람풍’으로 올바르게 읽지 못하는데 국민의 표에 생명을 걸고 있는 정치가들이 알아서 올바르게 바람풍으로 읽기를 바라는 것은 백년하청이다. 우리나라에서 ‘치정(癡情)같은 정치(政治)’가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노사문제가 언제나 극단으로 치닫는 데에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서로를 선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하면서 죽기살기로 싸우는 데에는 우리 국민들이 공존의 문화, 신뢰의 문화, 이해와 설득의 문화를 제대로 체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좀 더 심하게 말해 이기적으로 사고하며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 태도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년 전 부안군에서 핵폐기물 처리장 유치로 군민들이 군수를 무자비하게 구타한 사건을 상기해 보면 이 점은 자명하다.

우리나라 이곳저곳에서 쓰레기장, 소각장, 장애인 재활시설, 도로 건설, 지역재개발 등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죽기살기식의 분쟁들은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이기적으로 집단적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자명하게 보여준다. 노사문제는 고립된 사안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부면에서 이해관계를 두고 벌어지는 상호부정의 양상들과 이기적 사고방식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본질상 동일한 것이다.

지금까지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짜서 정책을 마련하고 법과 제도를 정비했지만 백약이 무효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 자식의 문제 앞에서는 어떤 정책이나 법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공부에는 자질이 없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그 원인을 자식의 문제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교육제도 탓으로 돌리며 외국으로 자식을 유학보내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학부모들이다.

입학사정관 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입학사정관 제도가 정착하려면 학생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을 신뢰해야 하지만, 그러한 신뢰가 우리나라에서는 뿌리내릴 수 없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이 선발되지 않는 한 그러한 판단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제는 국민이 바뀌어야 한다. 되풀이되는 저 형편없는 정치판을, 전쟁같은 노사판을, 대책없는 교육판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국민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에게 아부하는 방식으로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인, 노동운동가, 교육자들을 퇴출시켜야 한다.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지만 지금의 경상도당, 전라도당, 충청도당이 나타난 것은 자질이 의심스러운 정치가들 탓만이 아니다. 그런 정치인들을 대표로 생각하는 국민들의 사고방식이 더욱 문제적이다.

“우리가 남이가?”라고 말하는 사람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정의파, 의리파로 간주하는 우리 국민들의 의식, 선생님의 말씀과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금과옥조처럼 따르는데 익숙해져버린 자동화된 국민의식이 그런 문제들의 태반이란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아니 용기있게 지적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바뀌어야 한다.

프로필
▶1953년 경북 예천 출생
▶1981년 서울대 문리대학원
박사
▶1992년~현재 인하대학교
교수
▶2008년~현재 문학과 지성
사 대표이사
▶2009년~현재 인하대학교
문과대학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