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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미학] 19. 박경미의 예술세계

자본주의에 묻힌 한국역사의 근원 고귀함과 감동을 대리석에 세기다
이탈리아 까라라 방문 계기 석조작업 본격 시작
우주 생성 발전 원리 속 사람의 도리 가르침 표현

 


백색의 대리석과 브론즈 그리고 별들이 반짝이는 원형 작품들로 가득 찬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조각가 박 경미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작업실 안에는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이른 작품들이었는데, 다른 조각가의 작업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편안하게 차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무엇보다도 빼곡히 들어선 대리석 작품들은 그 출처를 찾기 힘든 작업의 흔적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강동이라는 곳에 위치한 또 다른 작업실에서 기본 형상의 작업 단계를 마치고, 이곳에서는 표면의 질감 등을 마무리하고 작품의 아이디어 구상과 모형 및 실험적인 작업만 이루어진다고 한다.

빛깔이 고운 보이차를 내어 주며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993년 대학 졸업(동아대학교)후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그룹전시에 참가하기 위해 떠나게 되었는데 미켈란젤로의 행적을 경험하기 위해 이탈리아 까라라로 향했다. 잠시 들러서 올 계획은 3개월의 체류 기간을 가지게 되고 1998년 다시 그곳으로 떠나게 된다. 작품 활동을 통한 2년간의 까라라 생활은 석조작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게 되고 기술과 사고의 전환점을 가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곳의 지형과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보존된 역사에 감동받은 박 작가는 비로소 그곳을 통해 한국을 보게 되고 자신을 보게 된 힘들었지만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근본이 상실되고 가상현실이 중요시 되는 한국의 현대 사회에서 “천부경”을 화두로 던진 그 내용을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천부경은 상고시대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하늘의 가르침이라고 알려진 한국 민족 최고의 경전이다.

이 경전은 81자로 우주의 생성 발전의 원리와 그 속에 깃들인 사람의 도리를 밝히고 있다. 천부경은 마음의 근원이라 말할 수 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생성원리,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키우고 거두어들이면서도 자신은 전혀 변함이 없는 하늘의 본체를 깨치고 하늘이 내린 참 본성을 따라 살아가야하는 삶을 가르치고 있다.
 

 

 

 

박 작가는 이러한 천부경의 가르침을 시각적 언어로 풀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간의 작업이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었다면 앞으로의 작업은 공적인 것이 다분히 포함되는, 즉 한국 역사의 근원을 찾고 싶은 교육적인 내용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마음의 약이 되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된다고 말하는 그의 눈동자는 고요하고 차분하지만 강인한 내면의 힘을 느끼게 한다.

일반적으로 작가들이 작품을 설명함에 있어 진행 중이거나 지나온 작품을 먼저 이야기한다. 앞으로 나아갈 작업을 먼저 제시하는 박 작가는 지나온 작품들에 대한 만족이나 애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아카데믹한 방법으로 인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작품 같지만 근원을 제대로 찾을 수 있었던, 그래서 더 많은 에너지를 부여받은 그간의 작품 활동에 대한 시간과 작품들이 사랑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간의 작품에 관한 언어를 들어보자.

박 작가의 작업은 하이데거의 “숭고의 미학” 과 레리다의 “시뮬라르크 미학”에 그 철학적 바탕을 두고 있다.

현대의 미학은 숭고와 시뮬라르크라는 대립적 가치에서 출발한다. 근원적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숭고의 미학이라면 해체론은 시뮬라르크 철학이다.

그의 작업은 “숭고” 미학에 근거하지만 주체의 “해체”를 통해 숭고의 대립적 가치인 시뮬라르크의 이상을 꿈꾼다. 절묘하게 숭고와 시뮬라르크의 합치점에 이르는 형상은 비로소 자연의 리듬 속에 자유를 찾는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1단계 형상-근원, 2단계 형상-비움, 3단계 형상-해체라는 독특한 방법을 제시한다.

1단계 형상 - 근원

모든 생명은 끝없는 시작과 끝의 반복 속에 있다. 생명의 탄생이 자연의 순리라고 볼 수 있으나 그것이 바로 내안에서 일어났던 현상일 때 그것은 신의 섭리와 같은 신성한 현상이며, 실존의 근원이다. 또한 인간의 한계에서 벗어나 우주의 무한함을 마음으로 일깨워주는 기적이 된다. 형상에서의 근원은 인간과 자연, 생성과 소멸의 연속선상에서 우주를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이다.

2단계 형상 - 비움

1단계에서 형상추구가 근원을 찾기 위한 마음이었다면, 2단계의 형상추구는 그 형상의 비움이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떨어진다. 그것은 자연의 순리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명상에 잠겼다. 얼마나 소중한 추억들인가! 명상은 삶의 근원이 내면에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는 비울 수 있다. 낙엽은 비워진 채로 존재한다. 비워진 형상들은 공간속에 사라진 채 영원한 시간 속에 존재한다. 우리의 무수한 기억 저편처럼.

3단계 형상 - 해체

3단계의 마음의 해체는 장자 철학의 해체적 마음 닦음과 그 의미를 함께 하는데 장자의 ‘나비의 꿈’ 이야기를 제시한다. 장자는 마음을 떠나 기운의 질서를 통해 세계를 보려고 했다. 이것은 주체를 해체 하라는 뜻과도 통한다.

이러한 철학적 바탕으로 탄생하는 박 작가의 작품, 특히 2007년 “나비의 꿈” 은 위에서 이야기한 한국역사의 근원을 찾고 싶다는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

이 작품은 2단계에서 추구하는 비우는 형상을 표현한 것으로 전통기술인 밀랍작업, 에밀레종을 만들었던 기술과 같다. 작업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비우려고 하는 형상 즉 나비의 모양을 밀랍으로 제작 한다. → 외형 틀을 흙을 이용해 만들고 FRP를 붓기 위한 틀을 석로를 이용해 제작한다. → 석고 틀 안에 밀랍을 넣고 FRP를 붓는다. → FRP가 경화되면서 열을 발생하면 그 열로 인해 안에 있던 나비모양의 밀랍은 녹아 사라지게 된다. → 석고 외형 틀을 깨어내고 표면작업으로 마무리를 이룬다. → 애초에 만들었던 나비(근원)가 사라진 채로 존재한다.

대부분의 조각가들이 그러하듯이 박 작가 또한 육체적 노동이 작업의 과정과 함께 수반된다. 특히 여성으로서 돌조각을 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가르듯이 작은 나의 힘이지만 가식 없는 고통이 따른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요?” 라고 답한다. 이미 노동의 어려움은 대수롭지 않게 혹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조각가 박 경미의 모습을 보면서 일전에 얘기한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된다.

 

약 력
 
   
▲ 작가 박경미
박경미 (PARK KYUNG-MI)
1992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 졸업 
1995 동아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98~1999 이탈리아 작품 활동
2009 동아대 대학원 예술학 박사 수료
개인전
1999 제1회 개인전 (삐에뜨라따까/이탈리아)
2002 제2회 개인전 (부산시청 전시관/부산)
2003 갤러리 현대 초대전 (갤러리현대/서울)
2008 제4회 갤러리 (부산시립미술관 시민갤러리/부산)
2009 제5회 초대 개인전 (부산진구청 백양홀/부산)
단체전 및 기획초대전
2009 박경미 전성진 정영주 3인전 (대안공간 숲/부산)
2008 부산조각화랑 페스티발 (갤러리화인/부산)
2008 부산미술제 (문화회관/부산)
2008 대구 광주 부산 전북 미술 교류전 (대구문화예술회관/대구)
2001 롯데화랑개관 기념 초대전 (롯데화랑/부산)
2001 부산 조각제 (문화회관/부산)
2001 배내골 미술관 초대전 (배내미술관/양산)
2001 대전롯데화랑 초대전 (롯데화랑/대전)
1999 소르젠떼 피스토이아전 (마리노 마리니 박물관/이탈리아)
1999 외국인 작가 독일 초대전 (스파르카타 인골스탄트/독일)
1998 까라라 외국인 작가 초대전 (까라라시 복지관/이탈리아)
1998 시에나 포르메 넬 베르네 환경조각전 (산귀르꼬 도리치아/이탈리아)
1988~2009 국내외 초대전 및 단체전 50여회
현) 부산국제외고, 부산진구예술학교, 동아대학교 출강, 서면특화거리조성자문위원
E-mail : aqua75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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