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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농민 짓밟고 돈 벌겠다는 농협

 

지난해 말 하남시의회는 시금고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시금고에 시중 은행들이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줄 움직임을 보이자 농협이 발끈하고 나섰다. 하남시 출범 이후 수년간 시금고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독점 운영해 오던 농협이고 보면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농협은 수원시를 제외한 도내 30개 시·군의 금고 운영권을 싹쓸이 하는 면모를 보였다.

도내 30개 시·군의 금고를 농협이 거의 수십년간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농협 사이의 오랜 결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어떤 거래관계가 지속되는지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지난해 8월 수원지검 특수부는 경기도청 금고은행인 농협이 경기도에 제공한 기부금 중 일부가 횡령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인 적도 있다. 경기도는 감사원 감사에서 2006년 도청 금고 관리 은행으로 농협을 지정하면서 기부금 41억원을 받은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경기농협은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사회에서 실시하는 각종 행사에 지역사회 환원 명목으로 적당한 선에서 금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는 수조원대에 이르는 시·군 금고 관리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지속적으로 치솟는 기름, 사료, 비료 값으로 인해 2008년 한해에만 농민 7명이 자살했고 농사까지 포기한 농민은 헤아릴 수 없지만 농협이 ‘돈 노름’에만 정신이 빠져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지난 199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모 후보진영 인사가 당시 농협경기도지회 주요인사를 만났다. 지방선거에서 밀어주면 제일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도금고 은행이 농협이 되도록 힘써주겠다는 약속이 이뤄진 것으로 짐작된다. 그 후 제일은행은 IMF를 거치면서 운영권이 넘어가자 도금고 관리 은행은 변경되었다.

농협은 정치인들이 군침을 흘리는 조직으로 유명하다. 중앙회에 도 단위인 경기농협지역본부와 그 산하에 시·군지부 조직, 그리고 단위조합이 경기도 전역에 바둑판처럼 이어져 있다. 도청 및 시·군 산하에 읍면동, 통리반장으로 조직된 지방행정조직 다음으로 탄탄하게 조직을 갖춘 곳으로 농협이 꼽힌다. 정치권에서 농협개혁을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1989년부터 중앙회장과 조합장을 선거로 뽑으면서 농협에 정치색도 짙어졌다. 지역구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이 미는 후보가 조합장에 당선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또 조합장에 당선되면 이들 정치인과 공생 관계를 맺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지난 1994년 농협의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추진했다. 그러나 신·경 분리는 김대중 정부에 이어 현 정부까지 13년을 ‘논의’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광역단위인 지역본부와 시·군지부로 명칭되는 농협중앙회와 전국 1,187개 지역농협으로 이뤄진 수신고 280조원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대 협동조합 농협은 끊임없이 개혁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농협은 농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농민 위에 군림하고 돈벌이에 치중하면서 농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사실 농협은 그동안 비리의 온상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왔다. 2008년 한해에만 농협자회사 휴켐스 헐값 매각 의혹 검찰 수사, 임직원들의 계속되는 비리행각, 농협 보유 골프회원권만 53개 구좌에 387억원, 해외 파생상품투자로 2000여억원 손실, 600억원 성과급 ‘돈 잔치’ 등 농민들이 들으면 아연실색할 일들이다.

작년 1월에는 단위농협 미곡처리장 근무자가 쌀 판돈 2억9000만원을 입금하지 않았으며 2007년 7월에는 한 농협지부 여직원이 12억원의 돈을 횡령했고 같은 해 말에는 농협 직원들이 서로 짜고 분양도 안된 건물을 담보로 한 건설사에 차명으로 불법대출을 해준 사실도 검찰에 적발됐다.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최근 4년간 농협은 금융사고 1위로 피해금액만 335억원에 달한다’고 질책했다.

이번에 농협이 만들어 항공기 승객에게 제공하던 일부 1회용 쇠고기볶음고추장이 유통기한을 넘기거나 변질된 불량 고추장·된장을 섞어 만든 저질 제품이었다는 사실은 농협의 존립근거를 다시금 생각케 하는 사건이다.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은 강력한 ‘농업개혁’을 주문했다. 이어 3월에는 뉴질랜드 농업시찰에서 다시 한 번 농업에 대한 개혁을 강조했다. 이제 더이상 농협은 개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농민 조합원들을 위해 출범한 농협이 오히려 농민들의 등을 휘게 한다는 것은 농협 조직을 더이상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코 농협에 돈을 몰아줄 일이 아니다. 농협개혁을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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