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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다원화된 사회에서의 교육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치의 다양성이 허용되고 존중되는 다원주의 사회이다.

따라서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가치판단의 충돌과 의견 대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최대의 미덕은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관용을 베풀고 대화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민주주의가 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권리 그리고 의견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철칙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기 싫어하는 경향성이 있다.

특히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이런 경향성이 심각하게 표출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 구조는 정치적 이념 대립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대립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논쟁을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또한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서 사람들이 아무리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할지라도 그 죽음은 이미 정치적 죽음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참여정부 시절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이라는 논리나, 아니면 진보는 친북좌파세력이고 보수는 자유민주세력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 교육도 이런 현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교육계의 갈등은 여전히 진보 대 보수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 이념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이 기준에서 벗어나면 정죄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다원화된 사회라면 마땅히 다름을 인정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또 다양성을 십분 인정하는 교육 정책에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의미에서 보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 정책은 다원화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추진되고 있는 정책임에 틀림없다.

자율과 경쟁의 교육이념, 학교 다양화 정책, 대학입학 전형 제도의 다양화, 학교의 자율성 제고, 학교 선택권 확대 등의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7월 15일에 서울에 13개, 부산에 2개 학교를 자율형 사립학교로 지정한 것은 이런 정책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리고 현재 교과부와 국회에서 공교육과 대안학교의 상생을 목적으로 대안학교 활성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도 대단히 고무적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이 실제로 다원화된 사회에서 그 기능을 올바로 하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대단히 부정적이다.

하지만 다원화된 사회에서 교육의 다양성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경계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교육이 정치 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8일 전교조 소속 교사 1만 7천명의 이름으로 발표한 1차 시국선언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시국선언 자체가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느니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느니 하는 문제를 떠나서 이미 정치 세력화된 교원 노조가 시국선언을 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교사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얼마든지 개인자격으로 현재의 시국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또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교사가 아이들을 교육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원화된 사회에서의 교육의 핵심은 정치 중립적인 입장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교육을 행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전교조측에서는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당혹감과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면서 시국선언의 정당성을 운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까지 국가 정체성이 감정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거나 정치적 자아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 있는 아이들에게 특정한 정치적 이념을 강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전교조측에서는 오는 7월 19일에 1차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에 반발해서 2차 시국선언을 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러면 그럴수록 교육은 정치적 이념에 예속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 뻔하다.

다원성의 가치를 무기로 다원성을 부정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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