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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다수결 원칙’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

 

단체나 기관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만장일치로 결정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마지막으로 의견을 묻는 방법을 택한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다수의 의견이 그래도 보편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다수결 원칙’은 헌법 49조에서 보장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만민 평등의 원리에 입각하여 모든 국민에게 국가 운영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하지만 사람마다 의견이 똑같을 수는 없다. 따라서 여러사람의 결정에 따르는 ‘다수결의 원칙’이 채택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다수결 원칙이 항상 만사형통은 아니다. 다수의 의견만 따르게 되면 소수의 의견은 항상 무시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묵살되기 마련이다.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래서 다수결 원칙이 민주적이기는 하지만 완벽한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이에 반하는 것으로 나치스 독일의 정치 체제의 통일적인 조직 원리인 지도자원리가 있다. 다수결의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의회 정치를 부정하고 최고의 두뇌를 가진 한 사람의 지도자가 어떤 것을 결정하면 국민 대중은 이에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히틀러의 파시즘 독재를 정당화한 것이다.

요즘 때아닌 ‘다수결 원칙’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미디어법 등 현안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고 있는 국회는 물론이고 학교급식 무상지원과 관련한 예산수립을 놓고 경기도의회에서 벌어지는 여야간 대립이 심각하다.

이번 임시국회는 ‘다수결 원칙’을 주장하는 여당과 ‘결사저지’로 저항하는 야당과의 한판승부처가 되고 있다. ‘다수결 원칙’이 민주적이기는 하지만 완벽한 민주주의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169석을 가진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이 84석의 민주당의 반대의견에 ‘다수결 원칙’을 선뜻 감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티격태격 싸우지 말고 여야 합의에 충실하라는 국민적 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은 표결을 밀어 부칠 태세고 야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고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표결을 밀어부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안 원내대표는 “다수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이 소수의석의 민주당 때문에 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이것이 제대로 된 민주국가이냐”며 “국민이 다수당을 만들어준 것은 집권기간에 다수결 원칙에 따라 법을 통과시키고 열심히 일해라,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수폭력으로 국회가 난장판이 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바꿔가야 한다”고도 했다.

여권으로부터 법안 직권상정 요청을 받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도 ‘다수결 원칙’을 거론해 여당의 움직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김 국회의장은 지난 10일 제5회 대한민국 어린이국회에 참석한 어린이 국회의원들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김 국회의장은 “격론 끝에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원리”라고 강조해 직권상정 의사를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도 지난 1일 춘천베어스관광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정보고대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민주당의 국회 동참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뒤 미디어법, 비정규직법 등과 관련해 국회서 점거농성을 벌이는 민주당을 겨냥해 “현재 국회의 가장 큰 문제는 다수결의 원칙이 무시되는 것”이라며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005년 열린우리당 시절에 ‘소수 의견도 존중되고 반영돼야 하지만 다수결의 의결은 물리력에 의해 굴복 되거나 부정될 수 없다’고 말해 놓고 이제는 말을 바꾸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한나라당의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문방위 차원에서 미디어악법과 관련된 논의는 더 이상하지 않겠다’고 사실상 문방위 차원에서 날치기를 위한 준비가 끝났다는 선언을 했다”며 “민주당은 최선을 다해서 국민의 뜻을 헤아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막아낼 것”이라고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진보성향 교육감의 공약예산을 심의중인 경기도의회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김상곤 교육감의 학교급식 예산을 삭감하자 소수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예산을 살려 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결 원칙’을 존중해야 하는 의회에서 떼법이 판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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