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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민원 사전예약제의 정착

시간배분·양질의 서비스
시민 이해분위기 형성돼야

 

필자는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과장 때 미국에 국비 유학을 다녀왔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국민께 감사드리는 것 중 하나가 국비 유학의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교수에게 질문할 것이 있어 교수실을 찾아갔더니, 사무실 앞에 A4 용지에 교수가 학생 면담이 가능한 요일과 요일별 시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몇 몇 학생이 면담을 요구하는 시간에 자기 이름을 적어 놓았다. 참 색다른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수님 계시면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면담하고 나오면 되는데.. 여기서는 사전에 면담예약을 하라고 하는구나하고 생각했다. 학교 뿐 아니었다. 병원, 관공서등 공공기관 모두 사전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지내면서 느낀 것이 필요한 제도였다는 것이다.

면담하고자 하는 사람과 면담을 받아 주는 사람, 관공서에 필요한 일을 보러 가는 사람과, 관공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 간에는 서로 다른 입장이 있고, 서로 다른 상황이 있을 것이다. 일하는 입장에서는 처리할 일이 있어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중에 민원인이 방문하면 일의 흐름이 끊어진다.

그러니 차분히 민원 상담을 해 줄 수가 없다. 민원인의 입장에서 보면, 급한 민원이고 중요한 일이라서 차분히 설명을 듣고 합리적인 처리를 요구하러 갔으나, 담당자가 건성건성 대하는 태도를 볼 때는 불쾌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무슨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관공서에 간다거나, 또는 거래처에 갔을 때 담당자가 없어서 그냥 돌아온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용인 부시장을 하면서 용인시청 청사 건립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우리나라 관공서도 사전예약제를 실시 할 수 있도록 내부 구조를 설계하고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의 생각이었기에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 과천시장이 되고 난 후에도 사전예약제 실시를 여러 번 시도하였다. 그러나 개방 행정시대에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과 민원인들의 불편이 더 할 것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제시되어 번번이 실시를 하지 못하였다. 주민들을 만나면 시청에 일이 있어 부서를 방문하면 담당자가 출장 등으로 자리에 없어 민원을 처리하지 못하고 헛걸음 했다는 불평을 많이 들었다. 민원 부서의 직원들 고충을 경청 해 보면 일부 방문 민원객의 지나친 항의로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몇 시간씩 사무실에 앉아서 항의를 하고 고성을 내고 해서 그 일의 담당자 뿐 아니라, 옆에 근무하는 동료들도 차분히 근무를 할 수 없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차에 부서 사무실에 민원인이 흉기를 들고 들어온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를 계기로 해서 민원 사전예약제 도입을 과감히 실시하였다. 의회에서도 반대가 있었다.

민원 사전예약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이다. 첫째,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전 예약을 하면 약속시간에 담당자는 반드시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민원인은 부서를 방문했다가 담당자가 없어서 돌아가는 일이 없을 것이다. 민원 상담실을 별도로 마련하였기 때문에 옆 동료의 업무를 방해하지도 않고 민원인의 애로 사항을 경청하면서 성심 성의껏 민원을 처리할 수가 있다.

두 번째로는 사무실 근무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집중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좋은 아이디어 창출과 철저한 업무 처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행정을 시민께 서비스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원 사전 예약제 실시를 위해 사무실 통로 복도를 차단하는 유리문을 설치 해 놓았다. 처음 방문하시는 분을 위해 유리문에 사무실 전화번호를 적어 놓았으며, 청사 입구에 민원 사전예약제 안내문과 안내 직원이 배치되어 안내하고 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효율적인 시간 이용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공무원과 시민 모두 함께 이해하는 분위가 형성되면 민원 사전 예약제가 정착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 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민원 사전예약제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자 한다.

프로필
▶1955년 서울 출생
▶2001년 경기도 용인시 부
시장
▶2002~2006년 민선3기 경
기도 과천시장
▶2006년~현재 민선4기 경
기도 과천시장
▶2009년 경원대학교 도시계
획학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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