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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人事가 萬事

인재 등용·결단력은 기본
국민의 소리 귀 기울일 때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한 나라를 운용함에 있어 인재들을 등용하고, 배치하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일임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국정철학을 가졌다 해도, 관리들에 의하여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다면, 국정철학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중국의 진나라가 멸망한 이후 항우와 유방은 패권을 놓고 다투게 되었다. 그런데 결과는 유방의 승리로 끝이 났고, 유방이 한나라의 시대를 열게 된다. 그런데 항우는 초나라 장군 출신으로서 잘 훈련된 정병을 수십만 명이나 거느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 출신에 군사의 수적으로도 열세였던 유방에게 결국 패권의 자리를 물려주게 된다. 그것도 유방의 군사는 제대로 훈련을 받은 병사들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유방은 전쟁을 승리로 끝낸 후, 장수들과 술자리를 벌이는 자리에서, 자신이 항우를 누르고 천하를 차지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군진의 장막 속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의 승패를 산가지 하나로 판가름 짓는 일은 내가 장량만 못하고, 국가를 다스리고 백성들을 위무하며 보급을 원활히 하는 일은 내가 소하만 못하고, 백만 대군을 거느려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공략하면 반드시 빼앗는 일은 내가 한신만 못하오. 이 세 사람은 모두가 인걸이야. 나는 이들 인걸을 잘 썼기 때문에 천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고, 항우에게는 홀로 범증 한 사람뿐이었는데, 이 사람마저도 제대로 쓰지 못했기 때문에 천하를 잃은 걸세”

그렇다면 인재들을 존중하고, 인재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결국 유방은 천하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용장은 지장만 못하고, 지장은 덕장만 못하다고 한다. 유방의 수하에 있던 장량, 소하, 한신은 물론 두 말할 나위없이 훌륭한 장수들이다. 그러나 그보다 그들을 높이 인정해 주었던 유방이 있었기에 그들도 천하를 제패한 주역이 된 것이고, 유방은 그들의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대로 인사에는 칼날같이 냉정한 결단도 따라야 할 것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의 이야기가 있다. 조비의 아들 조예로부터 이십만 대군을 받은 사마의는 출사표를 던지고 나선 제갈량이 이끄는 촉과의 전쟁에 나서게 되었다. 사마의는 촉이 움직일 길목인 가정(街亭)을 차지하기 위해 나서는데, 제갈량도 이를 알아차리고 장수 마속을 가정으로 먼저 보내게 되었다. 제갈량은 길목에 진을 치라고 수차례를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속은 산 위에 진을 친 채, 위나라 군대를 우습게 얕잡아 보았다. 그러나 산위에 진을 친 촉의 군대는 사마의의 계략에 의하여 물을 긷는 길목을 차단당함으로써, 결국 위나라 군대에 대패하고, 가정을 빼앗기고 말았다. 마속은 제갈량의 절친한 친구인 마량의 아우이기도 하고, 전장에서 고락을 같이 한 사람으로 그야말로 형제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수하 장군들의 읍소와 마속 스스로의 속죄에도 불구하고,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면서 마속의 목을 베도록 명을 내렸다. 우리는 흔히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사자성어로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나라가 어지러운 때에 군법을 함부로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장졸을 부리며, 어떻게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제갈량의 변이었다.

최근 인사 이야기가 또 화두가 되고 있다. 늘 고통도 많고 말도 많았던 인사. 정권 초기부터 인사문제는 늘 불씨가 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가장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은 국민의 목소리가 아닐까. 때로는 그것이 입에 쓴 소리일지라도 겸허하게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날의 구태의연한 연결고리를 과감하게 끊어내야 할 것이다. 학연과 지연, 혈연은 물론이고, 당 차원도 떠나서 보다 다양하고 고른 선발이 필요할 것이다.

아무리 깊은 인연이 있다고 하더라도, 직역에 적합하지 않다면, 과감히 선을 그어야 하고, 가사 성향이나 종교를 달리 해도 그 직역에 적임자라면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함에 여야가 따로 있고, 지역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여야가 국가대계를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국민의 열망은 한낱 꿈에 불과한 것일까.

프로필
▶1967년 출생
▶1993년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1년 4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33기)
▶2004년 - 현재 변호사
▶2007년 - 현 경기대학교 겸임교수
▶2009년 - 현 수원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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