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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돼지도 피서가 필요하다

 

1년 12달 가운데 가장 들뜨는 계절이 지금이다. 여름은 왠지 일탈을 꿈꿈다. 훌훌 현실을 털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금새 현실이라는 벽에 부닥치고 만다. 사회 전반적으로 뜨거웠던 여름을 본격적인 휴가철이 또 한 번 뜨겁게 달구고 있다.

휴가 피크는 이번주다. 주말 피서인파가 수도권을 빠져나가면서 서울 궁내동 톨게이트가 차량으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경부고속도로와 강원도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는 그야말로 차량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도심은 외곽으로 빠져 나가는 차량들로 인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주말동안 수도권에서 80만대의 차량의 빠져 나갈 것으로 교통당국은 보고 있다.

여름 휴가는 단연코 강원도라고 했던가. 강원도 내 주요 국도와 고속도로는 극심한 차량의 지정체 현상이 이어졌다.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여주분기점~새말 45km, 횡성휴게소~면온IC 20km 구간은 여지없이 심한 차량 정체현상을 보였다. 홍천IC에서 속초방면 44번 국도를 타기 위해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대구나 충청방면에서 온 차량과 최근 개통한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 중앙고속도로를 경유해 진입한 차량과 만나면서 정체가 빚어졌다. 44번 국도 인근 하오안리 복합향토문화단지에서 개막한 홍천 찰옥수수 행사장으로 향하는 차량과 만나면서 정체가 가중됐다.

얼마전 농촌진흥청이 보도자료를 냈다. ‘한여름...돼지도 피서가 필요하다’ 라는 제목이 붙은 거였다. 내용은 이랬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축에게도 더위는 괴롭다. 가축 중에도 유난히 더위가 두려운 동물이 있다. 바로 돼지다. 돼지는 피부의 지방층이 두껍고 땀샘이 퇴화돼 고온 다습한 7~8월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따라서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됨에 따라 양돈 농가에 폭염에 따른 적절한 돼지 관리를 당부한다”는 것이었다.

세상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돼지도 사람처럼 피서가는 세상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돼지는 미련하고 굼뜨고 지저분한 동물이 아니라 주변상황에 민감하고 여린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사람에게 불쾌지수를 적용할 수 있듯이 가축에게는 열량지수라는 것이 있어서 생체 리듬을 가늠할 수 있다. 열량지수는 기온(℃)과 상대습도(%)를 곱한 것으로, 돼지가 쾌적함을 느끼는 열량지수 범위는 900~1300이다. 돼지는 열량지수 1300~1800이면 더위를 느끼고 1800~2300이면 피부를 통한 체열 발산이 불가능해져 특별한 피서 대책이 필요하며 2300이 넘어서면 열사병으로 폐사할 확률이 높다.

특히 높은 열량지수는 새끼보다 어미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데 돈사 안의 온도가 30℃ 이상이면 발정율이 떨어지고 임신한 돼지의 경우 유산 확률이 최고 30%까지 높아진다.

그래서 돼지도 피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엄선된 사료와 축사내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하라고 농진청은 경고하고 있다.

이제는 돼지 등 가축들도 피서를 즐겨야 할 세상이 되었다. 국가경제는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서민경제는 죽을 맛이다. 주변에는 피서는 엄두도 못내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난에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람들서부터 미디어법 처리 후폭풍에 시달리는 여야 정치인들, 노사현장에서 피를 말리며 협상에 임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피서는 커녕 여름을 잘 넘길 수 있을까 우려스러울 정도다.

쌍용자동차 노사는 마라톤 협상을 통해 의견을 좁히고 있어 다행이다. 974명의 정리해고자 가운데 40%를 무급 휴직과 영업직 전환 방식으로 고용 흡수하고 60%는 희망 퇴직, 분사, 우선 재고용, 협력업체 재취업 등의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 사측이 제시한 카드다.

노측은 희망 퇴직 40여명 외에는 모두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안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00여명에 대해 순환 휴직을 시키고 나머지 200∼300명도 무급 휴직과 영업직 파견 등으로 회사에 적을 남기자는 것이다. 여름 휴가의 피크를 이루는 1일 경기도내 택시 기본요금이 1천900원에서 2천300원으로 400원 일제히 인상됐다.

그러나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물론 택시기사들 조차도 택시요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불경기에 당장 택시승객이 줄어들 것은 뻔하고 사측에서 사납금을 인상하자고 나설텐데 그 피해를 고스란히 기사들이 떠안게 되었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그러나 애시당초 택시업계에서는 유가 및 인건비 인상을 이유로 도시지역기준 37.31% 인상을 요구해 왔다고 하니 입장차만 확인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택시업계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돼지도 피서가는 세상, 사람들도 마음 편하게 피서가는 세상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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