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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정쟁유발자로서의 대통령제

‘선거를 위한 선거에 의한’
몸싸움·장외투쟁의 끝은?

 

우리정치가 매일 싸움판이라고 국민의 걱정이 크다. 그런데 그 원망의 대상으로 대통령제 헌법구조가 자주 떠오른다.

우선 대통령제에서는 균형과 견제를 중심한 권력분립을 근간으로 하고 있어서 직선 대통령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라는 이원적 민주적 정통성을 가진 두 최고 헌법기관이 병존하는데 그 사이에 마땅한 연계점이 없어 대통령과 국회는 항상 잠재적 대결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의회의 지지를 얻는 것이 어렵고 특히 여소야대의 경우 국민적 정통성이 대통령인가 그에 반대하는 다수야당인가로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어려워지게 되어 있다.

이와 달리 내각제에 있어서는 국회만이 독점적인 정통성을 갖고 있고 내각은 국회를 지배하는 다수당이 자동적으로 차지하는 것이어서 양자의 대결이란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다. 더욱이 내각제에서는 국회의 내각불신임과 정부의 국회해산권이라는 치명적인 상호 견제수단이 있어서 함부로 상대방을 공격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대통령제에 있어서는 일단 대치상황이 되면 이를 극복할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대립관계가 악화되기 쉽고 상호 견제할 장치마저 없으니 정치적으로 험한 언사가 오가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제는 득표비율에 관계없이 일단 승자가 정부 전체를 장악하는 승자독식체제이므로 지나치게 권력이 승자에게 집중되고 대선 패자는 정치접근이 불가능하여 공직을 차지할 수도 없고 의원직도 유지하기 어렵게 되어 오로지 다음 선거를 목표로 극단적인 대결로 치닫게 된다.

따라서 차기 후보군과 의원들은 현대통령과 단절하고 차기 대선과 총선준비로 선거후 단기간 내에 레임덕 현상이 생겨서 자신의 권력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차기주자들은 일찍이 현 대통령과는 별도의 권력형성에 모든 힘을 쏟게 되고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도 새로운 대통령 보다는 다음 주자가 누구냐에 모여 새로운 대선 후보를 헤아려보면서 보험가입형 줄서기가 심하게 된다.

대통령제에서는 국회의원은 입각하는 것이 예외적인 일에 불과하므로 정부를 비판하는 일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어 무능 무력하게 되고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을 위하여 하나가 되는 의원이 적고 자신의 다음 국회의원 선거를 위하여 대통령을 비판 공격하는데 열을 올리게 된다. 국회는 대통령 선거를 위한 정쟁의 장이 되고, 의원은 대선 선거운동원적 성격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제에서는 유일한 국회와 정부의 포섭기구인 정당마저 별다른 연계역할을 해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다음 선거 때에 국민은 내각제에 있어서는 오로지 정당에 모든 책임을 추궁하게 되는데 반하여 대통령제에 있어서는 정당보다는 후임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게 되어 후임자는 전임자와 차별화를 꾀하게 되어 전임자를 비판 공격하게 된다.

여당마저 당내 경선과정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뿐 아니라, 정부 안정이나 개혁에 책임을 지지 않고 이는 대통령이 할일이라고 보고 여당도 독자성을 위하여 대통령의 성공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 심지어 대통령 스스로도 다음 정권의 창출을 위하여 희생하여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탈당을 강요당하게 된다.

연립정권과 협의제적 합의를 통해 갈등 포섭이 쉬운 내각제에 반하여 대통령제에서는 야당이나 다른 정파와의 연정 가능성이 희박하고 협의민주주의와 같은 새로운 갈등해소제도를 다양하게 추진하기가 어려워 여당은 다수결만을 고집하게 되고 야당은 단순한 반대주장 표결만으로는 완패만을 초래한다고 보아 극한대립 끝에 몸싸움, 장외투쟁으로 달려 나가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이 최근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서 모든 대통령이 그들의 업적에 불구하고 비참한 운명의 길을 걷게 되고 한 두 명의 정치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처절한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세 번의 대선을 중심에서 치룬 본 의원의 솔직한 소감이다.

국민들도 이제는 우리나라와 같이 중소형 단일국가에서의 대통령제가 갖는 문제점을 깊이 생각해 보고 개헌에 임할 때이다.

프로필
▶1947년 인천 출생
▶1982년 서울대 헌법학박사
▶1991년 서울가정법원 수석 부장판사
▶1996~2008년 제15·16· 17대 국회의원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인천 연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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