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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선조들의 지혜 교통문화에 접목하자

OECD중 어린이 사망 최고
‘인의예지 생활화’ 절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인의예지(仁義禮知)’의 4가지 덕목을 삶의 태도와 사회생활의 ‘기본’으로 두었다. 즉 세상을 살 때, 사람을 대할 때 인간의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 사람다운 도리와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데 최근 몇 십 년 사이 급격한 경제발전과 함께 부, 성공, 능력 등 다른 덕목들이 우선하면서 사람다운 도리가 자리를 잃고 물질의 가치가 인간존중의 정신을 앞서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실태, 특히 그중 어린이 사망률이 최고라는 기록은 이러한 사회분위기와 맥을 같이 하는게 아닐까.

경제발전과 개인활동의 증가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지만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것이 우리 자동차문화의 현실이다. 교통환경이 복잡해지고 의식주만큼이나 자동차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 이제는 선조들의 지혜(인의예지)를 교통문화에 접목시켜 한 차원 높은 ‘행(行)의 문화’를 만들어야 할 때다.

행의 문화를 위한 첫 번째 인(仁)의 지혜는 측은지심(測隱之心)이다. 즉 곤경에 처한 이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미성숙한 자동차 문화는 안전장치가 없는 보행자가 약자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여 교통사고를 야기한다. 특히 사고 피해자 중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약자를 측은히 여기는 배려의 문화가 더욱 절실하다.

두 번째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표현되는 의(議)의 지혜는 의롭지 못한 일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에 대한 배려를 위해 에코-로드(Eco-Road) 또는 식물보호대 설치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요즘 도로건설의 추세다. 그런데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뺑소니 사고를 접할 때면 같은 사람에게 어찌 저럴 수 있나 하는 부끄러운 생각마저 든다. 교통문화에 있어 사람을 보다 사람답게 하는 이 수치심을 깨닫는 마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음주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은 이미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견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한두잔쯤 하고 운전하는 것에 관대한 우리문화 또한 정말 벗어나야 할 부끄러운 문화다.

세 번째 사양지심(辭讓之心)으로 표현되는 예(禮)의 지혜는 사양하는 마음, 즉 남을 공경하고 양보하는 마음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할 때면 어른이 수저를 들고 나서야 식사를 시작했다. 이런 문화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엔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린이나 노인분들의 약간 느린 걸음을 기다리지 못하고 급하게 통과하는 차량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또한 졸음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타인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데도 개의치 않고 운전대를 잡는 것을 보면 예의 문화를 다시 한번 다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시비지심(是非之心에)으로 표현되는 지(知)의 지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다.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지켜야 할 기본적인 신호 또는 교통법규를 어기고 무단횡단, 정지선 침범, 차량점검부주의 등으로 인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속도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작은 것부터 철저하게 지키는 법규준수의 문화정착만이 지금의 우리나라 사고예방을 위한 근본 처방책일 것이다.

최근 어디선가 세계 경제위기에서 가장 빨리 벗어나고 있는 곳이 유교 문화권이라는 보도를 들은 바 있다. 이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법이나 규정으로 이루어진 서구사회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동양사상문화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에 걸맞는 선진교통문화를 보유하려면 먼저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인품, 즉 인간성의 회복을 통해서이다. 가파른 성장에서 비롯된 조급한 마음에서 벗어나 선조들의 지혜와 여유를 돌이켜 우리 고유의 철학이 깃든 ‘행(行)의 문화’를 가꾸어 보자.

프로필
▶1955년 서울 출생
▶2007년 아주대학교 건설교통공학 박사
▶2004~2006년 한국도로공사 건설계획처장, 민자도로처장
▶2008년~현재 한국도로공사 경기지역본부장, 경희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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