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했던 곡식이 떨어지고 보리가 여물기 전인 음력 4~5월은 우리 조상들이 가장 살기 힘들다는 배고픔의 대명사 ‘보릿고개’다. 나라님도 울고 간다는 보릿고개는 이제 먹을거리의 고민을 넘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대표하는 말이 돼버렸다.
먹을거리가 풍족해진 지금까지도 보리는 쌀 다음가는 중요한 곡식중 하나로 웰빙잡곡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보리가 잡곡밥이외에도 식혜, 조청, 엿 등 우리나라 전통 가공식품의 주 원료라는 사실을 아는지.
바로 보리에 싹을 틔워 만든 엿기름(맥아)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우리 전통음식의 자랑거리인 ‘삭힌 음식’에도 엿기름은 없어서는 안될 재료다.
▲ CEO로 변신한 여성농업인
‘옛날 엿기름’은 1999년 농촌여성일감갖기 사업장으로 선정돼 화성시 정남면 생활개선회 임원 5명이 뭉쳐 ‘정남영농조합법인’을 구성하면서 시작된 사업으로 임춘랑(50) 대표는 벌써 10년차의 배테랑 CEO다.
처음부터 임대표가 엿기름을 사업 아이템으로 구상한 것은 아니었다. 생활개선회 활동의 노하우를 살려 김치 등의 가공식품 사업만을 구상하던 차에 임대표가 살고 있던 지역 농협에서 판매하고 있는 잡곡 중 유일하게 엿기름만 화성지역 농산물이 아닌 사실을 알게 됐다.
화성시에서 생산되는 엿기름이라면 농협에서 판매를 보장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단번에 엿기름 사업을 결심하게 됐다.
제대로 된 사업을 벌려보겠다며 사업비 전액을 시설에 투자하며 제품생산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고 각종 시행착오 끝에 2000년 처음으로 ‘정남영농조합 옛날 엿기름’이란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사업을 기획했을 당시만 해도 농외소득 정도로만 생각했던 엿기름 사업은 예상외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2년도 안된 기간동안 5명이 투자한 금액을 모두 돌려받고 점차 순매출이 증가하면서 사업가로서의 자부심도 높아만 갔다.
2001년, 거칠것 없어 보이던 사업에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다.
농협의 내부규정상 농협마크가 없는 제품은 판매가 불가하다는 이유였다. 이제 겨우 조금씩 이름을 알리며 사업을 시작하던 햇병아리 사업가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고정판로를 잃고나자 정말 막막하가만 했다.
1년정도 아무런 대책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며 사업의 중단까지 고민하던 임대표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으면 농협마크와 상관없이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임대표에게는 마직막 희망이었다.
▲ 전통식품품질인증으로 거듭난 옛날 엿기름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기 위해 무작정 한국식품개발원을 방문해 컨설팅을 의뢰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12가지 기본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요건이었다.
하지만 임대표는 포기할 수 없었다. 조합원들과의 고민끝에 2천만원의 재투자를 결심하게 됐다.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농촌아줌마들에게 2천만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지만 진짜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6개월간의 매출액이 5천만원 이상이어야만 한다는 조건에 지역부녀회의 도움도 받고 저장시설 설비를 비롯해 인증을 받기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2002년 6월 드디어 전통식품 품질인증 통보를 받으며 임대표는 재기에 성공했다.
인증을 받고 나자 판로도 점차 많아지며 매출도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해 2007년에는 1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3개월전부터는 화성시 농특산물 쇼핑몰 ‘화성팜’에 입점해 연매출 1억원 달성을 목표로 뛰고 있다.
▲ 엿기름이 가공 보조재료일 뿐이라고? 천만의 말씀!
엿기름에는 디아스타아제(diastase), 인버타아제(invertase:), 비타민 B, 지방, 인지질 등이 함유돼 있다.
엿기름은 곡물을 당화시키는 재료로 이용되며, 주로 엿이나 식혜를 만드는 데 이용하지만 가축 사료나 미생물의 배지를 제조하는 데 쓰기도 한다.
옛부터 한의학에서는 강장제 및 각기병의 치료제로 이용되기도 했다.
또 한방에서 소화제로 쓰이는 대표적인 약재이기도 하다.
소화가 잘 안될 때에는 엿기름을 분말로 만들어 10g씩 식후 복용하거나 엿기름을 불린 물에 쑥과 쌀을 넣고 밥을 지어 먹으면 좋다. 어린 아이들의 소화불량은 엿기름 1작은술을 찬물에 우려 하루 3회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
입맛을 돋우는데도 많이 쓰이며 약간 볶아서 사용하면 젖의 양을 줄어들게 하면서 몸을 가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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