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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일품먹거리] 46. 화성 엿기름

술·식혜 등 전통 가공식품 주요 재료로 사용
소화촉진 돕고 강장제·각기병 치료에도 탁월
깐깐한 12가지 조건 충족 전통식품 품질인증

옛 맛 살리고 건강 다지고 엿기름의 매력

저장했던 곡식이 떨어지고 보리가 여물기 전인 음력 4~5월은 우리 조상들이 가장 살기 힘들다는 배고픔의 대명사 ‘보릿고개’다. 나라님도 울고 간다는 보릿고개는 이제 먹을거리의 고민을 넘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대표하는 말이 돼버렸다.

먹을거리가 풍족해진 지금까지도 보리는 쌀 다음가는 중요한 곡식중 하나로 웰빙잡곡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보리가 잡곡밥이외에도 식혜, 조청, 엿 등 우리나라 전통 가공식품의 주 원료라는 사실을 아는지.

바로 보리에 싹을 틔워 만든 엿기름(맥아)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우리 전통음식의 자랑거리인 ‘삭힌 음식’에도 엿기름은 없어서는 안될 재료다.

CEO로 변신한 여성농업인

‘옛날 엿기름’은 1999년 농촌여성일감갖기 사업장으로 선정돼 화성시 정남면 생활개선회 임원 5명이 뭉쳐 ‘정남영농조합법인’을 구성하면서 시작된 사업으로 임춘랑(50) 대표는 벌써 10년차의 배테랑 CEO다.

처음부터 임대표가 엿기름을 사업 아이템으로 구상한 것은 아니었다. 생활개선회 활동의 노하우를 살려 김치 등의 가공식품 사업만을 구상하던 차에 임대표가 살고 있던 지역 농협에서 판매하고 있는 잡곡 중 유일하게 엿기름만 화성지역 농산물이 아닌 사실을 알게 됐다.

화성시에서 생산되는 엿기름이라면 농협에서 판매를 보장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단번에 엿기름 사업을 결심하게 됐다.

제대로 된 사업을 벌려보겠다며 사업비 전액을 시설에 투자하며 제품생산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고 각종 시행착오 끝에 2000년 처음으로 ‘정남영농조합 옛날 엿기름’이란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사업을 기획했을 당시만 해도 농외소득 정도로만 생각했던 엿기름 사업은 예상외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2년도 안된 기간동안 5명이 투자한 금액을 모두 돌려받고 점차 순매출이 증가하면서 사업가로서의 자부심도 높아만 갔다.

2001년, 거칠것 없어 보이던 사업에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다.

농협의 내부규정상 농협마크가 없는 제품은 판매가 불가하다는 이유였다. 이제 겨우 조금씩 이름을 알리며 사업을 시작하던 햇병아리 사업가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고정판로를 잃고나자 정말 막막하가만 했다.

1년정도 아무런 대책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며 사업의 중단까지 고민하던 임대표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으면 농협마크와 상관없이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임대표에게는 마직막 희망이었다.

전통식품품질인증으로 거듭난 옛날 엿기름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기 위해 무작정 한국식품개발원을 방문해 컨설팅을 의뢰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12가지 기본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요건이었다.

하지만 임대표는 포기할 수 없었다. 조합원들과의 고민끝에 2천만원의 재투자를 결심하게 됐다.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농촌아줌마들에게 2천만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지만 진짜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6개월간의 매출액이 5천만원 이상이어야만 한다는 조건에 지역부녀회의 도움도 받고 저장시설 설비를 비롯해 인증을 받기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2002년 6월 드디어 전통식품 품질인증 통보를 받으며 임대표는 재기에 성공했다.

인증을 받고 나자 판로도 점차 많아지며 매출도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해 2007년에는 1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3개월전부터는 화성시 농특산물 쇼핑몰 ‘화성팜’에 입점해 연매출 1억원 달성을 목표로 뛰고 있다.

엿기름이 가공 보조재료일 뿐이라고? 천만의 말씀!

엿기름에는 디아스타아제(diastase), 인버타아제(invertase:), 비타민 B, 지방, 인지질 등이 함유돼 있다.

엿기름은 곡물을 당화시키는 재료로 이용되며, 주로 엿이나 식혜를 만드는 데 이용하지만 가축 사료나 미생물의 배지를 제조하는 데 쓰기도 한다.

옛부터 한의학에서는 강장제 및 각기병의 치료제로 이용되기도 했다.

또 한방에서 소화제로 쓰이는 대표적인 약재이기도 하다.

소화가 잘 안될 때에는 엿기름을 분말로 만들어 10g씩 식후 복용하거나 엿기름을 불린 물에 쑥과 쌀을 넣고 밥을 지어 먹으면 좋다. 어린 아이들의 소화불량은 엿기름 1작은술을 찬물에 우려 하루 3회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

입맛을 돋우는데도 많이 쓰이며 약간 볶아서 사용하면 젖의 양을 줄어들게 하면서 몸을 가뿐하게 한다.

“‘조청’ 색다른 맛 개발… 또 다른 도전 ”
   
▲ 임춘랑 정남영농조합법인 대표
“농촌에서야 어느 집이든 엿기름을 조금씩 기르잖아요. 저 역시도 평소 하던대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사업을 벌릴 수 있었던거죠”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 임춘랑 정남영농조합법인 대표에게 엿기름 사업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만만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커다란 오산이었다.
사업비 전액을 시설에 투자하면서 자비로 보리 2천kg을 구입했다.
겁도 없이 시작한 시도는 실패라는 당연한 결과를 안겨줬다. 집에서 소량으로 싹을 틔울 때와는 전혀 달랐다.
2천kg이나 되는 보리를 전부 버리면서 임대표는 처음으로 불안함을 갖게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돈을 벌기는 커녕 투자비마저 모두 날리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돈도 걱정이지만 조합원들의 투자비를 생각하면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대표는 늦었지만 엿기름 제조를 위한 비법을 찾기 위해 연구에 들어갔다. 타 사업장도 방문해보고 책도 봐가면서 이방법 저방법 실험을 거듭하면서 제품개발에 몰두했다.
“첫 시행착오인 만큼 좌절도 컸지만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처음 시도에 어설프게나마 성공을 했다면 더 나은 제품을 위한 노력을 안했을테니까요”
임대표는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름대로의 제품생산과 마케팅에 대한 노하우도 생기고 다른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자부심도 생겼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머물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아직 기술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요.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죠. 3개월전부터 화성시 농특산물 쇼핑몰 ‘화성팜’에 입점했는데 아직은 크게 소득은 없지만 기대가 커요. 이걸 바탕으로 이름도 알리고 더 큰 판로도 확보해야죠”
임대표는 앞으로 엿기름 생산과 더불어 조청을 만드는 가공업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한다.
가공에 대한 허가는 이미 받은 상태다. 임대표는 판로만 정해지면 바로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쌀 조청을 비롯해 제가 개발한 도라지 조청, 은행 조청, 블루베리 조청 등 상품 개발은 거의 마친 상태예요. 물론 그 전에 엿기름 사업분야에서 최고로 인정 받는게 더 중요하겠지만요. 최고의 엿기름을 생산하는 엿기름계의 1인자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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