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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비(非)자율학교를 위한 변명

 

우리나라에는 가령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국어 136시간, 도덕 34시간, 사회·국사 170시간, 수학 136시간, 과학 102시간, 기술·가정 102시간, 체육 68시간, 음악 34시간, 미술 34시간, 영어 136시간, 재량활동 204시간, 특별활동 68시간의 시간배당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는 학교도 있고, 지키지 않아도 좋은 이른바 ‘자율학교’도 있다.

자율학교는 이 기준을 정한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이 지키지 않아도 좋다고 허락해준 학교이다.

교육청에서는 그 외의 학교에 대해서는 이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지 장학지도와 행정감사를 통해 일일이 감독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각 학교에서 학년별·교과별로 이 기준을 잘 지켜야 국가가 정한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교과부에서는 시간배당기준을 통한 이 기대와는 다른 관점으로, 지난해의 ‘4·15 학교자율화조치’에 이어 지난 5월 1일, 다시 ‘학교자율화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교육과정 자율화’ ‘교원인사의 자율화’와 함께 2.5%(282개교)에 지나지 않는 자율학교를 2010년까지 20%(2500여교)로 확대하겠다는 ‘자율학교 확대’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공교육 내실화 및 사교육비 경감, 교육의 수월성 추구를 위해 제시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자율형 사립고(100개교), 농어촌과 중소도시, 낙후지역의 기숙형 공립고(150개교), 학생의 특기·적성을 살리면서 졸업 후 취업과 진학이 모두 가능한 전문계 마이스터고(50개교)도 ‘자율학교’지만, 교과부에서는 교육과정 혁신학교, 사교육없는 학교, 학력향상 중점학교, 전원학교 등 교과부 재정지원 학교 전체를 자율학교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교과부의 자율학교 확대 배경은 궁극적으로는 학교로 하여금 새로운 학습방법을 적용하게 함으로써 지역·학교간의 교육격차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자율학교에 여러 가지 자율재량권을 주는 일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운영의 수준을 높이자는 것이 그 전략이다.

자율학교는 실제로 교육과정, 교과서, 교장임용, 수업일수 등에서 일반학교와 다른 특례가 인정되는 학교이다. 특히 교과별 수업시수의 35% 증감 운영과 정원의 50%까지 초빙교사 임용이 가능하다. 또 공통기본교과 외에는 교과서도 자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고, 정원외 기간제 교원의 인건비 등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본지침을 지키지 않고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교과부의 자율학교 확대방안의 전제는 “국가가 더 많은 재정지원을 하고 학교운영의 자율권을 부여하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관점대로라면 어느 학교나 예산이나 교원 등은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 확보는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최소한의 필수적 조건이 된다.

또한 언론이 ‘CEO형 교장시대’라고 추켜세우는 만큼, 교장이라면 당연히 이 조건 확보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에 따라 어느 학교나 교과별로 수업시수의 20% 범위에서 증감 운영할 수 있게 되고, 교사초빙권도 정원의 20%까지 상향조정되는 등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한 자율화가 추진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고교 교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명 중 3명만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영어나 수학 수업시간을 늘이겠다고 했고 대부분 현행 교육과정을 유지하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발표됐다.

현행 교육과정을 유지하는 것이 전인교육의 이상 실현에 효과적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현실적으로 대입준비에 효과적이라는 뜻일까.

또 학생은 물론 학부모나 교사들의 의견수렴 및 의사결정을 전제로 한 대답일까, 아니면 ‘CEO형 교장’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무모한 견해일까. 나아가 자율학교의 자율권 행사를 무위한 것으로 본다는 뜻일까.

교과부와 교육청에서는 극히 일부인 자율학교에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들 비자율학교에 대한 실태조사와 장학지도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지금쯤 그 절차에 분주해야 당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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