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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국가 브랜드 손양원

아들 살해범 양아들로
화해와 통합의 인간상

 

우리 한국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은 어떠한가? 최근에 한국인 하면 기술을 떠올린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마도 한국의 건설업이 세계에 퍼지면서 각종 건설물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한국인은 기술이 좋다는 이미지로 정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없지 않다. 아마도 대표적인 모습이 노사분쟁이나 정치적 투쟁에서 보인 거칠고 과격하여 타협과 화합을 하지 못한다는 이미지일 것이다. 이제는 전 세계의 언론이 한국을 주목하면서 세세한 것까지 그대로 여과 없이 노출되다보니 어느 것 하나 감추어지는 것이 없다.

과연 우리 한국인은 이렇게 거칠고 사납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인가? 아니다. 한국인의 소박하고도 사려 깊은 배려심은 어느 누구 못지않을 것이다. 결국 한국을 진실로 사랑하고 마음을 내주며 가까운 친구로서 대하게 하기 위하여서는 어떤 큰 한국인이 인간적 모습으로 세계에 기여하여 한국의 이미지를 따듯하게 새로 형성해 주어야 한다. 그런대도 우리에게는 이런 면에서 한국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 예컨대 인도는 간디로, 미국은 링컨과 마틴 루터 킹 목사로, 독일은 루터와 괴테로, 중국은 공자로 그 나라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야말로 천금 같은 국가브랜드다.

우리나라로서는 구태여 따져본다면 최근에 스포츠나 기업인, 외교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역사적으로도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같은 위대한 인물이 한국인의 이미지를 세계에 심어 주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감동과 영향력을 주려면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와 본성에 호소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는 아직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 손양원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손양원은 원래 함안의 영남인인데 호남 여수에서 활동하면서 그곳에서 모든 것을 다 바쳤다. 그는 여순사건에서 두 아들을 잃고는 두 아들을 죽인 공산당 청년을 오히려 양아들로 삼아 남북의 이념의 벽까지를 넘어서서 하나로 융합하였다. 또 자신은 신사참배를 거부하면서 순교를 각오하고 사형집행 되기 3일 전에 해방이 되어 회생하였는데도 해방 후 기독교계에서 신사참배 한 성직자들을 교단에서 쫓아내자는 정풍운동이 세차게 불었을 때 이들을 정죄하지 말고 받아드리자고 통합론을 펴서 나라의 분열을 막았다. 이 때 신사참배를 한 목사 한 분이 목사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분이 후일 한국의 기독교계를 이끌었던 큰 지도자였던 바로 한경직 목사였다.

뿐만 아니라 당시 불가촉인으로 경원시 되었던 한센병 환자들의 피고름을 입으로 빨아내 치료를 하였을 정도로 이들을 한 가족같이 돌보다가 공산당이 밀려온다는 소식을 듣고도 피난 가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끝까지 이들 곁에 남아 자신도 총살당하여 순교한 분이다. 이 분의 일생을 보면 바로 이념과 지역과 종교와 사회의 모든 벽을 뛰어 넘어 사랑의 힘으로 녹여낸 화해와 통합의 인간상을 볼 수 있다. 바로 이 시대의 인류가 필요로 하는 남북과 동서의 갈등, 종교와 이념과 계층의 갈등을 모두 녹여내는 인간상을 보여주는 한국이 낳은 귀중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아니 한국인의 마음 깊이 숨겨져 있는 본연의 실상을 잘 보여주신 분이시다.

이처럼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꿰뚫은 인물인 손양원의 정신을 우리의 국가브랜드로 삼아 널리 선양함으로써 인류의 갈 길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제 여수 해양엑스포가 2012년에 열리면 수많은 세계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한국의 아름다운 산천만을 보고 돌아가게 할 것이 아니라 한국이 배출한 한국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가도록 손양원 선양사업을 강력히 추진하도록 하자. 국회에는 한국의 인물로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상이 있다. 이제 국회에 손양원 동상이 세워져야한다.

프로필
▶1947년 인천 출생
▶1982년 서울대 헌법학박사
▶1991년 서울가정법원 수석 부장판사
▶1996~2008년 제15·16·17대 국회의원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인천 연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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