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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시·군 통합, 세종시에서 배워라

 

충청남도 연기군 일대에 2015년까지 정부 부처가 이주할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세종시다. 시의 이름은 조선 제4대 왕인 세종에서 따왔다.

12부 4처 2청의 정부기관 이전은 2012년부터 이뤄지며, 민간 기관의 입주는 2010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종시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

아직까지도 세종시의 법적 지위, 법적 권한, 관할구역, 시행시기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로인해 개발계획을 확정할 수 없고 지방 공공기관의 설치대상을 정할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세종특별자치시 설치법(세종시 설치법)’이 합의는 되었지만 각 정당간 이해관계가 얽혀 본회의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또 도마 위에 올라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를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렵지만 원안대로 다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하면서 정치권을 들쑤셔 놓고 있다. 충청권 국회의원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수도권 지역 정부기관이 행정중심복합단지인 세종시로 빠져 나가게 되어 있어 세종시 건설에 반대입장을 견지해 왔던 수도권 광역단체장들은 은근히 찬성하는 입장이다.

세종시가 이처럼 끊이지 않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정치적 이해득실에 의해 탄생된 산물이라는데 있다. 세종시는 충청지역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노무현 정부의 정치적 사업으로 시작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했다. 이는 청와대와 국회 등 헌법기관의 이전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국가의 틀을 바꾸는 거대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노 전대통령은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의 위헌 결정이 나자 ‘행정수도’ 이전의 대안으로 세종시의 건설을 추진한 것이다.

이렇듯 정치적 논리에 의해 추진된 세종시는 정치적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회창 선진당 총재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당시 행정수도에 반대했으나 지금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부정적이었으나 2007년 대선 때는 행정도시 건설에 찬성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세종시를 추진했던 정권이 바뀌면서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세종시의 성격과 범위를 규정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당이 처리를 미루고 있다. 정부도 이전 기관 변경고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는 총 사업비 22조5000억원 중 5조2000억원이 토지보상비와 각종 공사비로 투입됐다.

세종시는 인구 50만명의 자족도시로 설계되었지만 정부 부처가 모두 이전해도 입주가 가능한 공무원은 1만2천명뿐이라는 것이다. 정부 주요기관은 서울에 남고 일부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보내는 ‘수도 분할’ 성격의 기형적 구조는 오히려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세종시, 난센스 중 난센스”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서울시의회 발언을 통해 “세종시 건설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정책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세종시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미 수조원의 세금이 투입됐고 충청권 주민들의 기대는 부풀어 있다. 정치권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뤘어야 했다.

성남권 시·군통합 선언으로 촉발된 행정체제개편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도내에서 만도 성남·하남·광주를 비롯, 수원·화성·오산, 안양·의왕·군포, 의정부·양주·동두천 등의 통합논의가 한창이다. 정부는 인센티브 제공으로 행정통합을 부추기고 있지만 자칫 섯부른 통합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세종시의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관할 시장·군수가 모여 합의했다고 시·군 통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의회는 특별기구를 구성해 통합대상 의회와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주민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법에 의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100년 이상 유지하던 시·도를 없애고 중앙정부가 전국 통합시를 직접 상대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역행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행정체제를 뜯어 고치는 일은 백년 앞을 보고 심사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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