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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道지사에게 간곡히 바란다

도교육국 신설 전면 백지화
학교용지매입 미납금 상환

 

경기도 어느 중학생의 가상 일기-2011년 4월 25일 맑음

길 건너 공원에서 체육을 했다. 50분 체육시간 중 20분은 이동 시간이다. 대학교 다니는 선배들은 예전에 운동장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자리가 공영주차장으로 바뀌었다.

지난달에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은 도청에서 30년 동안 근무한 분이다. 학교 교육에도 수익자 부담과 효율을 강조하면서 수업료에 차등이 생겼다. 제일 비싼 원어민 영어 수업은 8명이 한 반이고, 기본적인 원어민 영어 수업은 40명이 한 반이다.

나는 지난달까지 40명반에 끼어 있다가 엄마한테 졸라서 8명반으로 옮겼다. 옮기니 실력이 느는 것 같다. 학원 마치고 새벽 1시에 집에 들어오니, 졸음에 겨운 엄마가 보약을 따라주며 나를 쳐다본다. 바라보는 눈빛이 안쓰럽다.<일기 끝>

경기도 어느 중학생의 가상 일기가 경기도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6일 경기도청은 도민에게 교육안전망 확충, 평생교육법 개정 등의 이유로 ‘교육국 신설’을 포함한 도청 기구 개편 조례안을 발의했다. 지난 4일에는 도의회 기획위원회가 단 몇 시간의 졸속 심의 끝에 이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다가오는 15일 경기도의회 본 회의에서 의결하면 경기도는 도청과 도교육청에 똑 같은 명칭의 ‘교육국’을 두 개 가지고 있는 전국 최초의 지방자치단체가 된다. 그리고 헌법과 법률상 보장된 교육자치제를 훼손시킨 전국 유일의 지방자치단체가 된다.

한마디로 김문수 지사가 경기도교육을 관장하는 ‘교장 선생님’이 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교육사무와 정책을 총괄하는 경기도 교육감이 엄연히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 반MB특권교육을 기치로 당선된 김상곤 교육감이 1200만 도민들에게 약속한 교육정책을 당차게 실현하려는 시점에서 김 지사가 도교육청의 교육국과 똑같은 명칭의 부서를 경기도청에 중복 신설한 것은 또 다른 형태의 ‘김상곤 교육감 흔들기’이자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경기도 교육정책의 심각한 혼선과 갈등으로 학부모님들을 비롯한 경기도민들께 심려와 걱정을 끼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1952년 교육자치제를 실시하면서 자치단체로부터의 독립성, 교육의 전문성, 정치로부터의 중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자치제를 운영했다. 이는 헌법 제34조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1조와 제18조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교육이 자치단체에 귀속되어 특정 정치권력의 이념을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주입했을 때의 폐단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우리는 경험하였다. 시·도 지사가 초중고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그럴 듯한 주장 너머에는 시·도 지사가 바뀔 때마다 기존 정책이 널뛰듯이 교육도 덩달아 춤춰야 하고, 우리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는 불편한 진실을 감추고 있다.

김 지사가 1천200만 경기도민의 교육을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경기도가 법률에 명시된 학교용지매입 비용 50%를 부담하지 않아 쌓여있는 미납금 1조원부터 성실히 갚아 열악한 도교육청 교육재정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이다. 도교육청에 대한 법률상 재정책임을 회피하고 교육 자치를 침해하는 김 지사가 과연 “교육은 한 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지 매우 의문스럽기만 하다. 김문수 지사가 도교육 환경개선 및 교육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급선무는 교육국 신설이 아니라 미납금 1조원을 성실히 갚는 것이다.

김문수 도지사에게 간곡히 바란다. 헌법과 법률상 보장된 지방교육자치를 전면 부정하는 도 교육국 신설을 전면 백지화하고 학교용지매입 미납금 1조원을 즉각 상환하라. 그것만이 경기도와 도교육청이 상생하여 학부모님들과 경기도민들의 심려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프로필
▶1957년 서울 출생
▶1989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0~2008년 제16·17대 국회의원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원(민주당·안양 만안구), 법무법인 나라종합법률 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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