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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낙하산 공천은 ‘민주주의 후퇴’

 

4.29 재보선을 앞둔 지난 4월 6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인천 부평 을 국회의원 후보로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공천했다.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경제관료’ 출신 후보가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중앙당의 공천발표에 당원과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인천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앙당의 ‘낙하산 공천’이 문제가 된 것이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지역위원장 출신으로 단단하게 지역기반을 다져온 민주당 홍영표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4.29 재보선에서 0대5 라는 분투를 삼켜야 했다. 그후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좌담회에서 GM대우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낙하산 공천’한 것이 오히려 한나라당의 자충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집권 민주당이 추락하는 결정적인 분기점이 2003년 낙하산 공천에서 찾아왔다. 4.24 재보선은 노무현 정부 집권 2개월 정도가 된 2003년 4월 24일에 치러졌다. 민주당 해체를 주장했던 개혁정당 유시민 후보가 고양 덕양갑 선거구 후보로 공천 됐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유 후보는 민주당의 안형호 후보에 뒤졌지만 후보단일화를 하면 안 후보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억지 논리가 작용한 것이다. 민주당의 반발은 심했지만 신주류가 점전면에 등장하고 민주당의 구세력이 소외되는 국면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낙하산 공천이 권력자에 의해 자의적으로 활용된 예도 있다. 이는 당은 물론 국민적 공분을 사 정치 혐오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7년 4.25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전남 무안·신안에 공천을 신청한 김홍업씨가 공천후보로 결정됐다. 지역구의 상향식 공천이나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중앙당의 실세들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더구나 김씨는 뇌물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고 최근에야 사면된 인물이었다. 전국적인 여론뿐 아니라 지역구에서도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공천배경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이었다.

선거 때만 다가오면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중앙당의 하향식 공천은 낙하산 공천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선거에 큰 기여를 했거나 영입인사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경선 등 상향식 공천을 무시한채 이뤄지는 일방 하향식 낙하산 공천은 당선 우선주의를 내세워 지역여론을 아예 무시한다. 낙하산 공천은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에 역행해 지역주민들의 정치불신과 냉소주의를 불러온다. 급기야는 무더기 탈당사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10.28 재선거에 여야 모두 낙하산 공천을 드러내 놓고 있어 정치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안산 상록 을에 민주당 후보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서울 도봉 갑)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벌써부터 야권에서 여러명의 후보자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다. 그동안 지역을 일궈온 후보들은 한결같이 “낙하산 공천은 무리수”라며 출마의사를 불사르고 있다. 임종인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최근 천정배 의원의 지적처럼 지역사정을 무시한 정략적인 낙하산 공천은 무리수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예비후보 등록에 지역 정치인들의 등록이 이어지자 정치 거물을 전략공천 하려던 한나라당의 고민도 많다. 한나라당이 김덕룡 청와대 국민통합특보를 공천할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들은 ‘낙하산 공천’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예비 후보는 “낙하산 공천은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후진정치의 표본”이라며 “정당의 필요성과 지역구의 중요성을 감안하지 않은 정치병폐”라며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수원 장안선거구가 때아닌 ‘빅매치’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 모두 ‘거물급 공천’ 운운하며 낙하산 공천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지역실정을 무시한 처사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지역연고가 없는 서울 종로에서 낙선한 경험을 갖고 있다. 손 전 대표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뒤 탈당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비서실장을 맡았던 박 의원의 지역구에서는 정치 도의상 출마할 수 없다는 말을 해 온 것이 손 전 대표이다.

한나라당내 에서도 일찌감치 강재섭 전 대표를 손 전 대표의 대항마로 띄워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역색이 짙은 수원시 장안구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지난 7월 한국에 온 김창준 전 미국 연방의원은 “장기를 두는 식으로 누구는 어디에 보내고 누구는 어디로 공천을 결정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동네에서 5년은 살아야 연방의원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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