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명사칼럼] 질병은 예방이 가장 중요

손 닦기 철저히 하기
‘기침 예절’ 지키기

 

신종 인플루엔자가 세계적으로 대유행이다. 치료약 확보를 위해 각국이 경쟁하고 있고 더 중요한 예방 백신의 개발, 임상적용 및 확보가 세계적으로 최대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필자는 소아와 청소년층의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이다. 그러기 때문에 예방접종에 대한 경험과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필자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과목을 택할 때, 소아과는 정말 들어가기 힘든 과였으나, 수년 전부터 소아과는 수련과정이 힘들어 소위 3D과목에 속하는 과가 되었다. 소아청소년과가 인기가 떨어진 데는 환자 수가 줄어든 것도 한 이유가 되는데 환자수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전염성 질환의 감소다.

여름이면 많은 초등학교가 수업을 못하고 휴교를 하도록 만든 일본 뇌염, 그 외에도 수많은 아기들의 목숨을 앗아간 디프테리아, 백일해, 소아마비, 결핵성 뇌막염을 포함한 결핵균 감염, 홍역 등 이런 질환은 거의 없어졌거나 남아 있더라도 빈도가 낮아졌고 중증도도 매우 낮아졌다.

예방접종하면 초등학교 자연책에서 배운 에드워드 제너나 우리나라의 지석영 선생을 생각하게 하는데 이들이 발견하고 적용한 종두 예방접종을 통해 천연두는 이미 지구상에서 없어진 질환으로 세계 보건 기구에서 선언한 지 오래 되었다. 디프테리아의 합병증인 심근염으로 갑자기 사랑스런 자식을 잃고 예방접종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울부짖던 부모님들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밤새도록 자지러지는 기침을 얼굴이 벌겋게 되도록 하고 결국은 토해야 조금 기침이 자자드는 돌도 안 된 영아를 간호하며 밤잠 못 잔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지금은 덤덤히 들을 수 있으나 그 때 그들의 타들어 갔던 마음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이 모든 아픔을 없애는 데는 예방접종이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다른 예방적 조치도 있었다. 1970년대 초 대한 소아과학회에서 전개한 ‘임신부에게 소독된 가위 나누어주기’는 신생아 파상풍 예방에 큰 도움을 주었다.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의를 시작한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생아 파상풍 환자는 적지 않았다. 돈 벌러 상경하여 닥치는 대로 일하며 보내다가 갑자기 출산기가 있어 집에서 아기를 낳다보니 소독되지 않은 가위로 탯줄을 잘라 생긴 신생아 파상풍, 돈은 없어도 어쩔 수 없어 입원시키고 경련을 계속하는 아기 앞에 퉁퉁 부은 몸으로 앉아 계시던 엄마의 모습은 더 이상 생각해 보기도 싫은 장면이다.

이 모든 아픔들을 주던 점염성 질환을 감소시키는 데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역할이 컸고 전염성 질환의 감소는 사회 경제학적으로 우리나라에 크게 기여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모든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큰 보람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오늘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다른 질병들과 싸우고 있다. 전에는 드물었던 각종 암, 선천성 대사 질환들 그리고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 비만이나 소아 당뇨병 등의 소아 성인병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들도 대개 정복되리라는 소망을 갖는다.

이미 모든 분들이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해 잘 알고 계시지만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비상상태이고 전염력이 높은 질환이다. 사망률은 계절성 독감과 유사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것이 좀 과장되어 홍보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의심이 가면 조기에 타미플루같은 항 바이러스제제의 투여가 중요하다. 특별히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환자의 경우 더욱 유의해야 한다. 하루 속히 예방접종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할 일이 무엇인가?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있는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손 닦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기침에 대한 예절, 철저히 지켜야 한다. 지역거점 병원을 알아야 하고 의심이 가면 의사와 빨리 상의하여야 한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환자가 늘어날 것이다. 모든 질병에 대해서 예방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30여년의 경험을 통해 강조하며, 최소한의 피해로 이 세계적 대유행이 끝나도록 의료진은 물론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1949년 충북 청원 출생
▶1985년 서울대학교 의학박사 (소아과학)
▶2007년~2009년5월 대한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 이사장
▶2008년~현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장/의학전문대학원장
환경부지정 인하대병원 알레르기질환 환경보건센터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