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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국회개조’ 새 인물에서 찾아라

 

대한민국 국회가 ‘국제적 망신’의 맨 앞에 서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우리 국회를 ‘세계에서 가장 난장판 국회’ 중 하나로 꼽았다. 딱히 순위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을 비롯해 대만, 우크라이나, 영국, 호주 등 5개 나라를 지목하면서 “의회 난동 분야의 역대 챔피언은 대만이지만 현재 세계 리더는 한국”이라고 꼬집었다.

이렇게 세계적인 망신을 당하게 된 사건은 역시 ‘전기톱과 해머, 고성과 폭력’이 난무했던 지난해 1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상정안 처리였다. 당시 한나라당이 국회 회의실 문을 걸어 잠그고 법안을 상정하자 야당 의원들은 해머와 전기톱을 이용해 문을 부쉬면서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회의실 안에 있던 의원들은 가구로 바리케이드를 쳤고, 야당 의원들에게 소화기를 뿌려댔다. 이 장면이 고스란히 전세계로 중계된 것이다.

포린 폴리시가 직접 거론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회 폭력의 실상을 들여다 보자. “한국 민주주의는 강도 높은 신체접촉이 이뤄지는 격투기다. 한국 국회에서 최초로 세계의 이목을 끈 패싸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놓고 벌어졌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전투는 2008년 12월 한·미 FTA 비준을 놓고 벌어진 전쟁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야당 의원들은 해머와 전기톱을 동원해 문을 부수려 했고, 회의장 안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가구로 문을 막고 진입을 시도하는 의원들에게 소화기를 뿌렸다. 당시 한 의원 얼굴에서 피가 흐르는 모습이 TV에 방영되기까지 했지만, 이조차 한국 의원들의 ‘피에 대한 욕망’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7월 미디어 사유화를 둘러싼 논쟁은 주먹질 전면전으로 번졌다”

포린 폴리시의 “의회 난동 분야의 세계적 리더는 한국”이라는 지적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세계 주요 20개국(G20) 중 2007년 이후 의회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조사 결과다. 이 조사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의 의뢰를 받아 G20의 의회폭력 발생 현황을 파악한 결과다. 입법조사처는 인터넷 등에서 입수한 해외 자료를 분석하고 현지 공관을 통해 추가로 정보를 수집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한국 국회에서는 해머와 전기톱으로 출입문을 부수고, 외부인이 여성 의원을 폭행하는 등 폭력의 강도가 높고 행태도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런 국회 폭력은 18대 국회에서 더욱 늘어나는 양상이다.

안 의원은 국회의장에게 의사당 내 폭력 의원에 대한 정직 권한 부여, 정직 의원에게 세비 지급 중단 등을 내용으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국회의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자유선진당은 지난 4월 국회의원 정수를 30%가량 감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당론 제출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 수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응답자의 68.1%가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고 답변했다.

대한민국 국회의 고질적인 파행·폭력사태를 뿌리뽑기 위한 ‘근원적 처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다수결 원칙 같은 의회민주주의 기본정신 확립과 폭력의원 제명을 통한 국회 질서유지 강화가 핵심 내용이다.

 

한나라당 국회선진화특위(위원장 주성영 의원)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선진화법안’을 22일 최종 확정, 이번 정기국회내 당론 처리키로 결정했다.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2월 초 국회 운영의 개선안을 냈으나 국회 운영위에선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심의를 하지 않고 있다. 각 당에서 추천한 전문가들이 1년 동안 만든 개선안이 국회에서 8개월 동안 잠자고 있다.

한국경제가 경의로울 정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경기도 되살아나 있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아직은 서민들에게까지 피부로 전해지지는 않지만 전박적인 회복 분위기와는 달리 정치권은 민생은 외면한 채 10.28 국회의원 재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공천신청을 마감한 결과 8명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거물급 정치인의 낙하산 공천을 줄다리기 하고 있다.

안산 상록을 선거구도 여야 모두 지역인사 공천과 낙하산 공천 사이에서 고민중이다. 폭력국회의 상징이 된 한국 국회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국회는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들은 오랜동안 만성에 젖어 있어 책임을 통감하지 못한채 네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새인물이 국회를 개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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