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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함께라서 더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올 추석엔 이웃에 사랑을
행복지수 1위 국가 만들자

 

강남의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과 열대우림 지방에서 문명과 거리를 두며 부족의 전통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할까?

영국의 신경제재단에서 발표한 나라별 행복지수를 보면 답이 나올 듯하다. 밀림으로 가득찬 열대지방에 위치한 국가의 행복지수가 ‘무덤에서 요람까지’ 국민들의 복지를 책임지는 선진국보다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단순한 부의 양보다 이웃과의 상대적인 차이가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척도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의 성장위주 경제발전으로 국부의 총량이 급격히 늘었지만 수혜의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IMF, 미국발 금융위기 등 잇따른 경제 충격으로 빈부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복지사각지대에서 생활능력과 자립의지를 상실하는 계층이 늘어나는 반면, 사교육 열풍과 학력을 통한 부의 세습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친서민 행보를 보이며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에서도 복지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유수의 공기업, 사기업에게도 이제는 사회공헌활동은 필수불가결한 경영활동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지원정책만으로는 미흡해 보인다. 의식주의 기본욕구를 해소하는 것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뛰어넘어 사회적 약자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같이 키워가는 사회적 연대노력이 필요한 때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던 과거 60·70년대를 돌이켜보면 그래도 우리에게는 꿈이 있었다. 열심히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부족함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인생에 큰 장해가 되지는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박지성을 꿈꾸는 어린이라면 마음껏 축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 그림을 좋아하는 어린이에게는 미술관 문을 활짝 열어주고 미술선생님을 만날 수 있게 해주자.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공부의 의지를 꺾지 말자. 집안형편이 어려워도, 부모의 자리가 비어있어도 우리 사회가 누구나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임을 보여주자.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도로공사에서는 10년 전부터 집안형편이 어려운 가운데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120여명의 어린이에게 수술 기회를 제공해오고 있다. 처음 아이들을 대면할 때는 연약한 체구에 수술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수술을 받고 마음껏 뛰놀며 방글방글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또한 올해는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작업차량을 이동식 포장마차로 개조하여 보육원, 장애우시설을 찾아 떡볶이, 어묵, 호두과자를 나눠주는 이색적인 활동도 실시해 보았다. 해맑은 표정으로 달려와 왁자지껄하게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좋았다. 물질적으로 크게 보탬이 되지 않아 이벤트성 행사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괜한 기우였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 하면 할수록 봉사활동은 하는 자와 받는 자 모두에게 수혜가 돌아가는 상생의 활동임을 느끼게 된다. 몸소 참여하고 체험하는 가운데 사람의 정을 느끼고, 주는 것보다 더 큰 것을 받고 돌아오기 마련이다.

시설을 찾아 얘기를 나누다 보면 최근 찾아오는 발길이 점차 줄어든다고 해서 안타깝다. 또 선물꾸러미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행사활동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그럴 때마다 간직하지도 않을 단체사진을 찍어야 하는 아이들과 장애우의 마음을 헤아려 보자.

이제 얼마 후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따뜻한 정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함께 있어 상실감을 느끼는게 아니라, 함께 있어 꿈과 희망이 더욱 커지는 만남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이웃과 함께여서 우리 모두의 행복지수가 저절로 올라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프로필
▶1955년 서울 출생
▶2007년 아주대학교 건설교통공학 박사
▶2004~2006년 한국도로공사 건설계획처장, 민자도로처장
▶2008년~현재 한국도로공사 경기지역본부장, 경희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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