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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건강한 추석명절 기대하며

소유권 보다 앞선 성묘권리
음덕 되새길수 있었던 기회

 

이제 추석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추석이 다가올수록 설래고 무언가 큰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하루 하루 빨리 추석이 오길 기다렸던 것 같다. 평소에 못 보던 사촌들, 용돈 챙겨주시는 친척 어르신들, 평소 먹어 보지 못한 맛난 음시들, 특히 지글지글 거리는 후라이팬에 부치던 그 맛있는 전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이고 정말 행복하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버린 그 어느 날부터 그토록 가슴 설래던 그 어린 시절의 추석에 대한 기대는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버리는 것 같다. 이제는 긴 추석 연휴 동안 어떻게 지내야 별 휴유증 없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인지의 문제가 제일 큰 관심사 중에 하나가 돼 다소 씁씁한 감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니 그보다는 다소 덜 하겠지만은 여전히 적지 않은 기대를 가지고 추석을 기다리는 듯 하다. 초등학교 다니는 막내는 그런 것 같은데 이제 중3인 큰 아이는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되는 것 때문에 은근히 추석 연휴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여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곧 중간고사가 다가오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연휴기간 내내 놀 수만은 없을 것이기에 추석 연휴가 그렇게 반가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지난주에 재판 때문에 용인시 외곽에 있는 어느 야산에 분묘(산소)들을 둘러 보러 현장 검증을 담당 판사와 가게 되었다. 그 현장 검증은 통상적인 현장 검증이 아니라 분묘기지권을 인정해 달라는 청구와 관련된 현장 검증이여서 자주 가게 되는 것은 아니였다. 일반사람들도 그렇고 법조인 사이에서도 이 분묘기지권관련 재판은 자주 있는 소송이 아니여서 다소 생소한 감이 있을 것이다. 분묘기지권은 간단히 설명하면 남의 땅에 묘가 있게 되었을 경우 그 땅에다가 조상을 모시기 위하여 묘를 쓴 후손들이 그 묘가 있는 주변중 일정한 범위 내에서 그 묘를 관리하고 후손들이 모여서 제사 등 조상을 기리는 행사를 할 수 있게끔 그 땅의 주인에게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그 땅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 땅 주인 입장에서 보면 위 분묘기지권이라는 것이 정말 원수 같은 존재일 것이다. 소유권을 행사하는데 있어 엄청난 제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하랴. 예로부터 추석이나 설날 같은 큰 명절을 통하여 조상 숭배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의 정서상 비록 개인의 땅에 대한 소유권에 제약을 가하는 한이 있더라도 조상을 모시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가 인정되는 것에 대하여 그 어느 누가 반기를 들 수 있으랴. 위 현장검증에서 땅 주인측은 어떻게 해서든지 분묘기지권이 인정이 되지 않게끔 하려고 무진 애를 써 보았지만 담당 판사도 조상을 모시는 전통에 익숙한 우리 대한민국의 일원이라 조상을 모시기 위하여 분묘기지권을 인정해 달라는 후손의 하소연을 외면할 수 없는 듯하다.

더구나 추석이 얼마 남지 않는 시점에 이루어진 현장 검증인지라 조상을 편안하게 모시겠다는 후손측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개인의 소유권을 절대시 하는 자본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음에도 조상을 편안히 모시겠다는 후손들의 바램과 열망은 위 자본주의의 기본 이념마저 수정해 버린 것 같다.

정말 추석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조상들을 생각하고 조상들의 음덕을 기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끔 해 준 현장 검증이 아니였나 생각해 본다. 곧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이 될 것이다. 허나 다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요즘 기승을 부리는 신종플루가 이 민족의 대 이동을 따라 확산이 될까 염려가 된다. 부디 우리 조상님들이 이 신종바이러스의 피해로부터 우리 후손들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굽어 살펴주시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번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추석 명절을 기다려 본다.

프로필
▶1965년 서울 출생
▶1988년 고려大 법과대학 졸업
▶1992년 제34회 사법고시 합격
▶1995년 제24기 사법연수원 수료, 변호사 개업
▶2009년 현재 수원변호사협회 제1공보이사, 수원지방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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