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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풍년이 오히려 두려운 농민들

 

2008년산 벼가 미곡처리장에 수북히 쌓여 있다. 산지 쌀값은 뚝뚝 떨어지고 쌀 소비량은 늘지 않는다. 수매가격도 작년보다 신통치 않다. 풍년을 맞고도 시름에 잠겨 있는 농인들의 주름살이 깊게 패이고 있다. 쌀이 남아 돌고 있기 때문이다. 거듭되는 풍작으로 쌀 생산량이 늘어난데다 쌀 의무수입량(MMA)도 매년 늘어나는 반면 일인당 쌀소비는 최근 급격히 줄고 있고 적정 쌀재고량을 유지시켜주던 대북 쌀지원까지 중단된데 원인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 추석 선물로 선택한 것은 ‘쌀’이다. 각계 주요인사 및 소외계층 7천여명에게 햅쌀과 쌀국수를 추석선물로 전달했다. 추석 선물로 햅쌀과 쌀국수가 선정된 것은 쌀 소비량 감소로 깊어지는 농민들의 시름을 다소나마 덜고 쌀 소비를 권장하려는 차원에서다. 햅쌀은 경기도 여주산이 선정됐고, 쌀국수는 강원도 철원과 충남 홍성산 쌀과 우리 밀을 혼합해 제조됐다.

보통 벼 줄기마다 낟알이 120∼130개 달렸으면 풍작이라고 하는데 태풍이나 병충해 한 번 오지 않은 올해 벼농사가 풍작을 만난 것이다. 그러나 기쁨의 함성이 흘러 넘쳐야 할 들녁은 농민들이 한숨으로 가득하다. 이달 초 수매가 시작된 올벼(조생종)의 농협 수매가는 40㎏당 6만3천원으로 지난해보다 6천원이나 떨어졌다. 한 마지기당 40㎏짜리 쌀 10가마가 나오므로 손해액은 6만원에 이른다.

정부가 올해 수확기 쌀 매입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우선 농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쌀 작황이 평년수준인 463만t을 웃돌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작년 수준인 242만t의 쌀을 매입하기로 하고 정부의 벼 매입자금 지원규모를 당초 9천184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는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재고 쌀의 완전 격리 등 쌀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도 지난 21일부터 올 연말까지 공공비축용 벼 2만659t을 농협과 미곡종합처리장을 통해 사들이고 있다. 이는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식량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올 전국 매입량 51만4천t의 3.9%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러나 이 물량은 지난해 도내 매입량 3만3천663t보다 39%(1만3천t) 감소한 것이어서 대풍을 맞은 농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쌀 재고가 줄지 않는 것도 쌀값 하락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풍작에도 쌀 재고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햅쌀 출하가 목전에 다가옴에 따라 쌀값 폭락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커가고 있다. 경기도내 31개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과 13개 민간 RPC의 쌀 재고량은 1만6천253t에 이르지만, 올해 추청벼 햅쌀이 출하되는 내달 초순에도 재고 쌀이 소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농민들의 불안이 가중되자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4일 방송에 출연해 쌀 풍작에 따른 쌀 가격 하락 우려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물량이 굉장히 넘쳐서 팔 곳도 없는 상황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 장관은 “지역별로는 금년에도 작년만큼 대풍작인 곳이 있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평년 수준은 넘어도 작년만큼 대풍은 안 될 것”이라고도 했다. 오리려 대풍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소비자와 농민을 모두 살릴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있다. 지난 17일 김문수 경기지사는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11개 주요 관련업체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쌀 가공산업육성 간담회를 가졌다. 참석한 업계는 경기도가 진행하는 플러스 미(米)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플러스 미(米)는 쌀소비에 대해 1차원적인 소비촉진을 넘어서서 쌀가공산업 활성화라는 산업적인 해법과 관련산업 종사자들을 감동시키는 문화적 전략을 통해 쌀 소비를 늘리는 프로젝트이다.

경기도는 간담회에 앞서 ‘대호가’와 연간 20억원 규모의 경기미와 한우를 공급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좋은 예다. 대호가는 죽이야기와 육회달인 등의 브랜드를 가진 프랜차이즈 업체로 ‘죽이야기’는 전국 273여곳에 가맹점을 갖고 있어 경기미 소비촉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도내에서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축제로 2년연속 지정된 이천쌀문화축제가 올해 11년째를 맞아 ‘행복이 넘실거리는 흥겨운 풍년잔치’를 주제로 내달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이천설봉공원에서 개최된다. 쌀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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