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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공무원의 유전자(?)

규정 얽매인 처리방식 여전
감사 변해야 공직도 변한다

 

필자도 평생 공무원 생활을 해 왔지만, 민원인들에게 그렇게 친절한 공무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주민들께서 자주하시는 불평, 불만 중 하나가 공무원들이 친절하지 못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공무원이 되는 사람들은 불친절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고, ‘친절하지 못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는가 보다’라는 생뚱맞은 생각도 머리에 떠오른다.

과천시청 민원실에 들어서면, 우리시 공무원들은 시장인 나를 봐도 그냥 목례 정도만 할 뿐이지 더 이상의 표정은 없다. 그런데 바로 옆 공간에서 근무하는 시 금고인 농협 직원들은 내가 그분들의 상사도 아닌데, 아주 밝은 표정으로 “시장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 “별일 없으시죠?”, “건강하시죠?” 하고 안부까지 물어봐 준다. 참 대조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이렇게 친절하지는 않았다. 손님이 와도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손님이 궁금한 것이 있어도 직원들의 경직된 표정을 보면 감히 질문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다. 아주 친절하고 업무도 신속히 처리해 준다. 담당자가 자리를 잠깐 비우면, 과장님이나 차장님 심지어는 지점장님까지도 서 계시다가 손님이 기다리는 것이 보이면 얼른 와서 상냥한 인사말까지 곁들여 업무를 처리해 주신다.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었을까? 바로 교육이다. 경쟁기관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교육을 실시하여 태도를 바꾼 것이다. 친절 교육! 고객을 편안하게 모시는 방법, 일 처리하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공무원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공무원 친절교육 실시로 민원인을 대하는 자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구체적인 업무처리에 있어서는 경직되어 있다. 관계규정에 꽉 억매여 민원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민원인들의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법이라는 것도 다 주민을 위해서 있는 것인데, 특혜를 달라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사정상 법령해석을 조금만 더 확대해 처리해도 될 일을 소극적으로 법령타령만 하고 있으니 민원인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지경일 뿐이다. 왜 그럴까? 다시 한번 자문해 본다. 필자의 공무원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그 근본 원인은 감사에 있다고 본다. 감사는 받아본 사람만이 감사가 어떻다는 것을 잘 안다. ‘왜 그렇게 처리해 주었는지?’, ‘관계법령에 그렇게 명시되어 있지 않았는데 왜 확대해석을 했는지?’라고 추궁할 때는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다.

필자가 중앙부처 과장 시절 IMF위기를 탈출하고자 외자 유치에 전국적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때였다. 경기도 지역에 미국의 모 회사가 2억불을 투자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해 왔다. 수도권 계획법상 규제를 완화해야만 외자유치가 가능한 일이었다. 관련기관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외자 유치를 위한 조치를 담당자 회의를 통해 추진하였다. 그때 마침 감사가 있었다. 감사관의 첫 질문이 “어느 기업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려고 합니까?”였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심한 논쟁을 하던 중에 감사책임자가 부처 입장을 이해하고 정리해 주어서 다행히 아무 일없이 끝났지만, 감사로 겪는 어려움의 단면이다.

그래서 몇 년 전에는 왜 해 주었냐고 감사하지 말고, 왜 안 해 주었는지를 감사하라는 지사님의 지시가 있었다. 현장 실정을 정확히 아시고 하신 지시라서 많은 환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차라리 민원인에게 답답하다는 불평을 듣고 마는 것이 났지, 적극적으로 민원인 입장에서 일을 처리하다가 나중에 감사에 지적 받고 신분상 불이익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감사는 정책감사는 지양하고 회계감사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평소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의 불친절을 모두 감사 탓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 편향된 시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만큼 감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이해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프로필
▶1955년 서울 출생
▶2001년 경기도 용인시 부시장
▶2002년~2006년 민선3기 경기도 과천시장
▶2006년~현재 민선4기 경기도 과천시장
▶2009년 경원대학교 도시계획학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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