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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仁義와 돈

인간중심의 세상 도래한다
자랑스런 인류를 소망하며

 

집에 신발을 벗고 들어갈 때의 모습으로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을 비교하는 예가 있다. 즉 한국 사람은 신발을 벗은 채로 그대로 들어가고, 일본 사람은 나갈 때 편리하도록 신발을 거꾸로 돌려놓는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이 그런지는 나는 잘 모른다(내가 아는 일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이 비유에서 일본 사람들은 언제 어느 때나 도망갈 준비를 해놓고 있는데 반해, 한국인들은 사람을 만나면 밤을 새고, 코가 비뚤어지도록 회포를 풀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풀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한다면, 한국 사람들은 사람을 좋아하고, 믿음과 의리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런 의미의 비유를 하고자 한 것이었다면 한국 사람들을 표현한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인들이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어울리고 믿고 마음을 주는 품성을 지니고 있음에 대해서는 아마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동감할 줄 안다.

공자가 인(仁)과 의(義)를 중시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논어에서는 仁을 106번이나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仁은 사람다움, 인간다움으로 이해되고, 영어로는 ‘Humanity’ 정도로 번역되고 있다. 義는 의리라고 할 수 있는데, 더 정확한 의미는 이(利)에 반하는 것을 의미하며, 영어로는 ‘Do for nothing’ 정도로 번역되기도 한다. 즉 무엇인가를 바라지 않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자 사상에서 유래하는 仁과 義 사상을 정신적 바탕으로 삼고 있으며, 그래서 사람들 간의 신뢰와 믿음을 매우 중요시한다. 한국인들이 사람을 좋아하고 믿는 품성은 우리의 좋은 전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금전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이러한 훌륭한 전통과 사상이 많은 손상을 입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기 짝이 없다. 자기가 어려울 때 보증을 서주고 형제처럼 대해준 20년지기 선배에게 급한 돈이라면서 돈을 빌려 카지노에서 탕진하는 사람,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사장님이었는데,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사장을 오히려 형사범으로 고소하는 사람, 수십년간 모셨던 사장을 몰아내고 회사를 차지하기 위하여 사장을 범죄인으로 몰아 고소하고, 물고 뜯는 부하직원들 등 최근 우리 주변에서는 돈을 위하여 또는 돈 때문에 인의(仁義)를 저버리는 사례들을 흔하게 접한다. 그 사람들은 왜 자신을 그토록 도와주고 돌봐준 사람을 벼랑끝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결국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리고 그들은 과연 사람을 저버리고 돈을 벌 수 있을까.

우선 이러한 인간에 대한 몰가치적 정서가 깊은 현대에 있어서, 오히려 이러한 仁義사상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한 마디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사악한 자본주의는 이제 해체 및 인간본성으로의 회귀와 초고속정보세계의 접목 속에서 새로운 인간상을 준비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하여 돈을 쫓는 것은 결코 돈을 벌 수 없다. 仁義를 저버린 사악한 욕심은 더욱 그러하다.

오늘날 기업들은 인간을 가장 큰 중심 모토로 표방하고 있다. 또 다가올 세상을 인간 중심의 세계로 내다보는 견해도 있다.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제3의 물결 문명이 성숙되어 감에 따라 우리가 창조해야 할 인간은 과거의 인간보다 뛰어난 유토피아적 남녀도 아니고 괴테나 아르스토텔레스와 같은 초인도 아니다. 우리는 단지 인간적이라고 불릴 가치가 있는 자랑스러운 인류를 소망할 따름이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주목할 대상은 인간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돈의 가장 중심에 있는 셈이다. 仁義를 저버리고 돈을 벌고자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믿고, 그 사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지 않고, 그 사람을 만나면 신발도 편하게 벗어놓고, 마음껏 회포를 풀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면 좋지 않을까.

프로필
▶1967년 경기 수원 출생
▶1993년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1년 4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33기)
▶2004년~현재 변호사
▶2009년 현재 수원지방변호사회 제2공보이사, 경기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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