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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론] 세계 내셔널 트러스트 대회 다녀와서

 

세계 내셔널 트러스트 대회 참석을 위해 9월 중순경 아일랜드 더블린에 다녀왔다. 아일랜드는 영국의 왼쪽에 위치하는 아일랜드섬의 5/6 정도를 차지하는 공화국이다. 5일 동안 개최된 이번 내셔널 트러스트 대회의 주제는 ‘변화하는 기후에 대처하는 세계 문화유산 보전’이었다.

더블린 성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내셔널 트러스트 관계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자리였다. 더블린성 내에는 아담한 체스터비티 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에는 기원전 2700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예술품들을 소장 전시하고 있으며, 특히 중동과 아시아(중국, 일본 등)의 진귀한 예술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이번 내셔널 트러스트 국제회의에서 다룬 소주제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 보호 및 역사지구 구축으로 지역재생 및 지속가능한 관광의 도모, 둘째, 지역사회 참여 증대라는 역량강화를 통해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이 갖는 가치의 지속,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직적 관리와 전략이 그것이다.

회의가 끝나면 저녁식사 겸 교류 시간을 갖는데, 더블린성의 홀, 한때는 공장이었던 산업유산 건물 내에서 이루어졌다. 국제회의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아일랜드의 내셔널 트러스트 대회 개최 조직에서 아일랜드와 더블린을 알리는 데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가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참가하는 국제회의는 그 장소, 그 지역, 그 도시, 그 나라를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특히, 문화와 예술, 역사와 환경은 직접 현장에서 체험하지 않고는 제대로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등의 이름으로 우리의 터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데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 행사를 해도 세련되게 지은 현대식 건축물 내에서만 행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있으며, 잘 보존활용할 수 있는 역사적 자원들을 온갖 핑계를 대어 가면서 부수거나, 없애거나 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국가적 이슈는 ‘기후변화에 따른 녹색성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바이다. 그런데, 이를 실천하는 것이 반드시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혹은 빗물을 저장하여 활용하거나 태양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으로만 가능할까? 우리 삶의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공간을 모두 빗물 저장활용 기술이나 태양에너지 활용 기술이 적용된 건물을 새로 지어야만 가능한가?

새로운 공간을 건물로 채운다면 각종 에너지 절약 기술이 적용된 부분만 가능할 뿐, 건물의 그 나머지 부분은 여전히 건축적 재료로 채워지므로, 참된 녹색성장이라면 오히려 기존 건물을 잘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재생기술(선진 외국에서는 지속가능한 건축디자인,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디자인 등이라고 한다)’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일이 아닌가 한다.

세계 내셔널 트러스트 대회에서 많은 나라들의 내셔널 트러스트 조직들이 자국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지키기 위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아울러, 그것이 기후변화라는 전 세계적 이슈와 맞물려서 어떻게 변화, 진화해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서 결국은 주민참여, 지역참여라는 방법을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국가나 기업만이 아니라, 결국 일반 주민의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 내는 가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따른 녹색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역사성이 깃든 장소에서 실질적인 정보와 노하우의 교류를 가질 수 있는 알찬 국제회의가 우리나라에서는 있었던가 하고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대부분의 행사들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현실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세계 내셔널 트러스트 대회를 개최하게 되는 때가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그때에 우리가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대회 참가 외국인 관계자들에게 어떠한 프로그램으로 어떠한 이미지를 줄 수 있을까.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國民信託) : 무분별한 개발과 산업화에 따른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 위험에 처한 전원지역이나 역사적 건조물들을 매입하여 보존하는 활동을 가리키며, 1895년에 영국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영국에서는 1907년에 국민신탁법(National Trust 법)이 제정되었으며, 중요 내용은 국민신탁이 매입한 토지는 양도불가능하게 규정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에 국민신탁법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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