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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감기는 만병의 근원인가?

다양하며 일반적인 증상들
과민할 필요없지만 주의해야

 

신종플루가 대 유행을 하며 국가 방역 기관이 총 출동하여 이의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대 국민 홍보를 통해 국민들의 불안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걱정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계절성 독감 예방 주사를 무료로 접종하는 곳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큰 소란이 일고 또 건강에 이상이 있는 노인들에게 접종하여 목숨을 잃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어떤 예방주사이든지 예방주사는 몸이 건강한 상태에서 맞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독감 예방 주사는 신종플루의 예방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너무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우리들이지만 예방접종, 특히 독감 예방접종에는 좀 여유를 갖고 했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접종에 필요한 양을 충분히 확보해 놓고 있다는 당국의 발표이니 원칙을 지키는 것이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겠다.

병원외래를 찾아와서 ‘어떻게 오셨어요?’ 하면 ‘감기 때문에 왔어요’ 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 그보다는 감기의 구체적 증상, 예를 들면 기침, 콧물 등 코 증상, 목의 통증, 열 등의 구체적인 증상을 이야기 하는 것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 감기의 증상은 너무도 많고 특이하지도 않다. 피로, 식욕부진 등 일반적인 증상이 모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인천의 한 보건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할 기회가 있었는데 참석하신 분들에게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다’라는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질문하고 ‘예’ 또는 ‘아니오’로 손을 들라고 하니 훨씬 많은 분들이 ‘예’하는데 손을 드셨다. 특히 나이가 드신 분들이 더 많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요즈음보다 오래 전에 그런 말이 자주 이야기되었기 때문으로 생각하였다. 거기에 대해 필자는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드렸다.

“모든 병이 감기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강조하여야 할 것은 많은 질환이 초기에 감기 증상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도 독감은 물론이고 폐렴, 천식, 결핵, 간염,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병인 에이즈나 많은 종류의 암까지도 처음에는 감기라는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감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강조되어야 하지만 감기 자체가 그 병들의 근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를 하시는 것 같았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감기 증상을 잘 구별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고, 환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나타난 감기 증상을 그냥 감기겠지 하고 오랜 동안 소위 ‘감기약’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의사들 사이에서 외과의사는 ‘맹장에서 시작해서 맹장으로 끝난다’라는 말을 흔히 한다. 그 많은 외과 수술 중에서 충수염(흔히 맹장염으로 말하는) 수술이 가장 쉽고 간단한 것 같지만 그 수술에도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같이 있으니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물론이고 내과계 의사는 ‘감기에서 시작하여 감기에서 끝난다’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를 감기 증상은 의사에게나 환자에게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매스컴을 통해 자주 의사들이 ‘단순 감기’를 다른 병으로 진단하며 약을 많이 써서 감기에 의한 보험 청구액이 암 치료를 위한 보험 청구액보다 많다는 보도를 본다. 의사의 입장에서 역시 감기는 가장 흔한 병인 것을 확인하며, 감기라고 진단된 환자 중에 적지 않은 수의 중한 병이 포함되어 있을 것도 또한 생각하며, 감기 증상을 정확히 구별해 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동료 의사들의 애씀이 정당하게 평가 받기를 기대해본다.

프로필
▶1949년 충북 청원 출생
▶1985년 서울대학교 의학박사(소아과학)
▶2007년~2009년5월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이사장
▶2008년~현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장/의학전문대학원장,
환경부지정 인하대병원 알레르기질환 환경보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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