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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한국판 쉰들러, 후세 다찌즈 변호사

독립운동가 등 무료변론
한일우호관계 상징삼아야

 

올해 10.26은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 30주년임과 동시에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 본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그러니 일본과 잘 지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잘 알아야 한다. 일본인들의 철학과 사상 중에 진정으로 우리와 우정을 나누는 진실한 부분을 찾아내어 모델화시켜야 한다. 일본제국주의를 주도한 일본인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에 반대하여 싸우면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양심적인 일본인을 찾아내야 한다.

나는 한국과 일본이 진정으로 친구가 되었던 한 사례를 알게 되었다. 정준영이란 분이 지리산 의병대장 출신인 할아버지 관련 기록을 찾기 위해 서대문형무소 접견 기록 등을 찾다가 후세 다찌즈(布施辰治, 1880~1953) 변호사를 알게 되었다가 그 공로에 대한 건국훈장 수여 건의를 위해 나를 찾아왔다. 후세 다찌즈 변호사에 대한 기록과 내용을 읽어보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미야기현(宮城縣)에서 태어난 후세는 1902년 메이지 법률학교를 졸업한 후 이듬해 판·검사 등용 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의 길을 걷는다. 후세는 한일합방 직후인 1911년 ‘조선의 독립운동에 경의를 표함’이라는 글을 통해 조선 독립에 대해 논의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다. 그는 2·8독립선언 사건으로 검거된 최팔용·백관수 등 조선 유학생의 변론을 맡으면서 조선 독립운동 지원에 나선다. 1920년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赤旗) 창간호에서 “한일합방은 어떠한 미사여구로 치장하더라도 실제는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의 침략”이라면서 ‘조선 민중의 해방 운동에 특단의 주의와 노력을 바칠’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한다.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의열단원 김지섭의 폭탄 투척 사건, 박열의 황족 폭살 기도 사건 등을 변론하였다.

특히 1923년 간토(關東) 대학살 당시 “조선인 학살을 사죄하며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죄문을 작성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우송하기도 했다. 후세의 활동은 일본 땅에 국한되지 않았다. 조선의 사회·농민단체 초청으로 1923년, 1926년, 1927년 세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하여 김시현의 총독부 건물 폭파 기도 사건, 조선공산당 사건 등의 무료 변론을 맡았다.

이런 활동 등으로 후세는 1930년대에 세 번에 걸쳐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고 두 차례 투옥되었다. 또한 자식들도 투옥되어 죽는 엄청난 시련을 겪으면서도 국경과 민족을 넘어서 식민지 백성들에 대한 애정과 신념을 가지고 일본제국주의에맞섰다. 일본 패전 이후에도 한신(阪神) 교육 투쟁 사건, 도쿄 조선고등학교 사건, 공안조례 폐지 운동 등 한국인과 관련된 사건의 변론을 맡으며 재일한국인과 변함없는 연대 투쟁을 전개했다.

나는 정준영 씨와 함께 건국훈장 추서를 위한 노력을 했다. 국가보훈처에서 통과된 것을 외교부에서 일본에 대한 국민 감정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었다. 당시 이해찬 총리를 만나 설득하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수차례 만나 설득하였다. 그 결과 2004년 10월 12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장개석을 비롯한 많은 외국인들이 건국훈장을 받았지만 일본인이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한일 강제 병합 100주년이 다가온다. 후세 다찌즈의 일대기를 널리 소개하고 기념 학회 등을 열어 진정한 한일 관계의 우정의 상징, 일본판 쉰들러로서 그의 철학과 이념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일의원연맹 일을 수년째 하고 있지만 한일간의 우호 협력이란 추상적인 말의 성찬만 난무할 뿐 재일조선인의 지방참정권 부여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하토야마 내각이 등장해 총리는 물론 오카다 외무대신, 후쿠야마 데스오 부대신 등이 모두 재일조선인 참정권 부여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 정권은 한일 우호 협력의 실천적 의사 표시로 바로 이것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1963년 전남 고흥 출생
▶1988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97년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시작
▶2000~2008년 제16·17대 국회의원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원(인천 계양을·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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