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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직책만 연연 책임감은 부족
정책실명제 도입 과오 따져야

 

필자는 과학 분야 중에서도 논리성이 강한 물리학을 전공하다보니 세상의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하는 성향이 강하다. 필자 이외의 물리학자들도 누구나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고, 정도의 차이만 있지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유사한 성향을 갖고 있다. 인문적인 성향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과학자들을 특이하게 보는 것도 이런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성향 때문인 경우가 많다. 좀 극단적인 예이지만 필자의 경우 지나치게 보석을 좋아하는 여성들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호감이 가지 않는다.

다이아몬드는 구조만 다를 뿐이지 연필심이나 그을음과 같은 탄소 덩어리이고, 루비는 유리 덩어리에 크롬이 아주 조금 섞인 불순물 덩어리이다. 보석의 찬란함은 대개 커팅에 의한 것이지 보석 자체와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보석 구입이 경제적 투자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보석을 샀다가 팔 때 구입가격보다 비싸게 팔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석을 선물하는 센스 정도는 가지고 있다. 서론을 마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첫 번째 이해하기 어려운 일. 새 정부가 들어서거나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개각을 단행할 때마다 공직사회에 난리가 난다. 어떤 능력 있는 사람이 부서의 장으로 오느냐가 관심사가 아니라 나이가 몇 살인지, 고시 출신이라면 몇 기인지가 더 큰 관심사이다. 이유는 이보다 나이가 많거나, 이보다 이전 기수의 공직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옷을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논리로 볼 때 이런 일의 당연한 결과는 모든 공직자들의 이른바 빽이 되어 줄 사람 찾기나 줄잡기가 될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최고 바보는 줄 안 잡는 사람이다. 설사 썩은 줄일지라도 줄을 잡아라’라는 자조적인 말이 실감나는 사회가 바로 우리사회이다.

행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관장을, 업무에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기관장에 관계없이 정년까지 그대로 남아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라는 필자의 생각이 비논리적인 것인가? 필자도 눈치는 있어 왜 공직자들이 기관장이 되고자 하는지 알고 있다. 외국 대학생 인턴사원들이 한국회사에서 근무한 경험담을 적은 것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이들의 눈에 비친 우리사회의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직책이 높아질수록 하는 일이 적어진다는 점이었다. 일은 아랫사람들이 죽어라 하고 대가는 전문성이나 능력도 별로 없어 보이는, 그러나 로비 능력이 좋은 그렇고 그런 윗사람이 챙기는 분위기에서 신바람이 날 리 없고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리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대통령 후보들이 당선에만 열심이지 당선 후 무엇을 할 것인지 준비가 소홀해 보인다는 것이다. 준비가 소홀하다보니 몇몇 조언자들에 의한 설익은 정책이 난무하여 온갖 사회적 혼란만 일으키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레임덕 현상에 빠지게 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근래 대통령에 출마하는 분들의 최종 목표가 대통령 그 자체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필자가 대학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예로 대학 입시를 둘러싼 교육문제를 살펴보자. 정권이 서너 차례 바뀌었지만 교육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혼란과 피로만 가중되고 있다. 현 정부도 이 점에서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 문제가 있다. 왜 그리 조급하게 바꾸려고만 하고 부작용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정책 실명제를 도입해 정책 입안부터 집행까지 책임지게 하고 정책 시행이 끝난 후에는 객관적인 평가팀을 통해 정책의 과실을 따지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특히 과오가 많은 책임자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시키고 역사에 남긴다면 대통령, 국회의원 후보자들도 겸손해지고 스스로 포기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프로필
▶1954년 전남 광주 출생
▶1990년 美캘리포니아대학 물리학 박사
▶1990년~현재 아주대학교 자연과학부 교수
▶2006~2008년 아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2007년~현재 한국물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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