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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은행나무 열매 이야기

악취·보도블럭 얼룩 주범
관리 이원화 빠른대응 곤란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 다가왔다. TV에서는 ‘설악산, 지리산 단풍이 절정이다’, ‘단풍이 남쪽지방에서 북쪽으로 올라 온다’라는 뉴스가 자주 나오고 신문지상에서도 단풍과 관련된 기사나 단풍관광을 가자는 광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사실 요즘은 뭐 굳이 단풍을 찾아 멀리 갈 것도 없어 보인다. 바로 아파트 진입로로만 나와 보아도 단풍이 들어 있는 여러 가지 형형색색의 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가로수로 심어 놓은 은행나무는 아마도 제일 먼저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나무일 것이다.

그러나 은행나무의 열매이야기가 나오면 약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파트 단지 내 곳곳에 떨어져 내린 은행 나무 열매를 주으려고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이 검은색 비닐 봉지 등을 들고 여기 저기를 돌아 다니는 모습은 전형적인 가을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은행나무 열매의 효능이 적지 않아서 그런지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지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없어져 버린다.(은행나무 열매는 특히 기관지 천식 등 폐에 좋다고 한다.)

하지만 아파트 안이 아닌 길거리의 은행나무 열매들은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 신문기사에 의하면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KBS드라마센터 앞 인도, 보도블록엔 행인들의 발에 밟혀 터진 은행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겼고 얼룩은 바닥 곳곳에 지저분하게 묻어 있었다고 하고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수원지법 앞 도로에서는 은행을 줍던 한 노인이 차도에까지 내려갔다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 한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은행나무로 인해 민원이 폭증하지만 지자체마다 가로수 관리부서가 이원화돼 있거나 관련 조례마저 달라 시민들의 민원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는 각 구청 녹지담당 부서가 가로수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졌다 하면 업무는 일단 환경위생팀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물론 가로수 담당 팀이 떨어진 열매까지 청소하는 등 환경팀과 함께 민원처리에 나서지만 구청 관계자들은 담당 부서가 이원화돼 있다 보니 그만큼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고 한다. 더구나 수원시는 기존에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미리 은행을 딴 뒤 이를 팔아 불우이웃 돕기에 쓰던 것을 ‘공해가 심한 도심의 가로수 열매를 식용으로 써도 되느냐’는 여론이 일자 지난 2007년 말 조례를 개정, 구청에서도 미리 은행을 따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가을만 되면 은행나무 열매들의 습격(?)에 시민들이 위와 같은 골탕을 먹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성남시의 경우는 미리 은행나무 열매를 수거해 이들 판매 대금으로 불우이웃 돕기 성금에 보태고 있으며 미리 열매를 따기 때문에 가을철이 되어도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시민의 불편이 수원시보다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가 아닌가 한다.

사실 길거리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들이 우리들을 괴롭히는 것은 아마도 그 열매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이상하게 역한 냄새일 것이다. 그런데 은행나무 열매들이 그런 역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알고보면 그 열매들의 생존 본능이라고 하니 새삼 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곤충 및 여러 동물들은 식물의 열매를 먹이로 삼을 때가 많은데 이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은행나무는 냄새를 보호수단으로 쓰는 것이라 한다니 우리들에게는 정말 역한 냄새이지만 은행나무 입장에서는 그야 말로 생존을 위한 보호막인 셈인 것이다.

이제 가을만 되면 온 거리를 뒤 덮은 은행나무 열매에 대하여 그들의 생리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참으로 그저 평범한 열매에서도 이렇게 자연에 순응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생존의 본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두도 가을의 정점에서 다시 한번 이 조그만 은행나무 열매처럼 이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우리들의 생과 다음 세대의 생을 위해서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1965년 서울 출생
▶1988년 고려大 법과대학 졸업
▶1992년 제34회 사법고시 합격
▶1995년 제24기 사법연수원 수료, 변호사 개업
▶2009년 현재 수원변호사협회 제1공보이사, 수원지방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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