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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노인복지청’ 설립을 제안한다

 

얼마전 노인을 상대로 한 독감백신 예방접종이 전국 보건소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백신을 맞으려고 보건소에 찾아온 노인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한나절을 허비해야 했다. 이뿐인가. 파지를 주우려는 노인들이 허리를 굽히고 쓰레기장과 시장통을 전전하며 거리를 헤매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후진국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이러한 일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며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비교적 노인인구가 많은 파고다공원, 청량리역을 출발한 지하철 1호선은 수원 화서역, 수원역을 거쳐 천안까지 전철화된 이후 전철요금 부담없이 아산시 소재 온양온천을 찾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노약자석 자리잡기 경쟁이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노약자석을 차지하지 못한 노인들이 일반석에서 벌이는 좌석경쟁은 때로는 세대갈등을 노출시키기도 한다.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인구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2009년 7월1일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519만 명으로 총인구(4878만 명)의 10.7%. 바로 2020년이 문제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 출생)가 고령층(65세)에 진입하는 시기여서 그렇다. 이때 가면 대한민국은 이미 ‘아이보다 노인이 많은 나라’가 된다. 2016년부터 고령인구(658만 명)가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653만 명)보다 많아진다. 더구나 2029년에는 고령인구가 유소년 인구의 2배를 넘어선다.

2009년만 해도 15~64세 생산가능인구 6.8명이 함께 노인 한 명을 부양하면 되는데 2020년에는 4.6명, 2030년에는 2.7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 노인 한 명을 책임지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만큼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은 커지는 것이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노인일자리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도내 노인 362명을 대상으로 노인일자리사업 참여 이유를 조사한 결과 162명(44.8%)이 ‘생활비 조달’을, 79명(21.8%)은 ‘용돈 마련’을 들었다.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18만9천원으로, 전체의 81%에 이르는 295명이 15~20만원을 월급으로 받는다고 답했다.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는 노인들은 행복할 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만성 고혈압에 당뇨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일을 찾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로 노인 자살자 수는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80세 이상은 3배 이상 늘었다.

이제부터라도 노인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통계청이 제시하는 노령화 사회의 대안을 눈여겨 볼 필요성이 있다. 여성과 노인 인력 활용을 꼽았다. 고령자 활용을 위해선 정년을 연장하고,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며 고령자에 적합자 직종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구 감소에 맞게 주택, 교육, 국방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 통계청은 도심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택 위주 공급이 바람직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투기 세제도 재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노인문제를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인복지청’의 설립을 다시 논의해볼 때가 됐다.

노인복지청은 지난 2005년 9월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국회의원 63명의 공동발의와 57명의 찬성서명으로 노인복지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고 2006년 11월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심의에 들어갔다. 이 법안은 3번의 전문가 좌담회와 공청회를 거쳤고 국민을 상대로한 여론조사에서도 94%의 지지를 얻었다. 대한노인회는 회원 2만여명의 지지자 연명부를 작성해 홍 의원에서 전달했고 성균관 유림도 2천여명의 지지 서명부를 전달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한노인회 이존하 경기도연합회장은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노인복지정책을 일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인복지청의 신설이 시급하다”며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든 사회 경제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제 치하에서부터 8.15해방, 6.25전쟁 등 각종 고초를 겪으면서 눈부신 국가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토대를 마련해준 노인세대에게 이제는 편하게 쉴 공간을 만들어 드려야 한다. 중풍, 관절염 등 각종 퇴행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노인 세대에게 맘껏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후세대들의 몫이다.

이러한 체계적인 정책들을 ‘노인복지청’에서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가정에서 또는 사회가 떠안아야 할 고통을 분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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