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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미디어법안 헌재결정에서 얻은 교훈

입법부 문제 헌재 떠넘겨
대책없는 비난 자제해야

 

지난 7월 국회에서 신문법과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이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로 통과되었다. 이에 대하여 10월 29일 헌법재판소는 ‘미디어관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야당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지만 가결 선포된 법안 자체는 유효하다’는 결정을 하였다. 동시에 헌법재판소는 “기능적 권력분립과 국회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헌재는 원칙적으로 권한 침해만 확인하고 권한 침해로 야기된 위헌·위법 상태의 시정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하여 한나라당은 헌재결정이 났으니 미디어관련법에 대한 공방을 종결하자고 하는 반면 민주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감안해 미디어법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어 11월 5∼11일로 예정된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간 충돌이 형성될 조짐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당간의 격돌에 여론까지 가세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패러디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조롱하고 있다.

국회는 국민이 위임한 입법의 권리를 입법과정에서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문제를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넘긴 셈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국회 의사진행과정에서의 민주당의 잘못과, 심의·표결과정에서의 한나라당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하여 판단을 내렸음에도 각자 자신의 유리한 부분만을 부각시키면서 여론몰이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다툼과 비난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냉정히 이 사건을 통하여 정당의 역할, 여론의 포퓰리즘, 법치주의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 싶다.

의회민주주의에서 여야의 대결은 당연하고도 긍정적인 정치과정이지만 대화를 통한 정책의 경쟁을 벗어나 물리적 난투극에 폭언, 폭행까지 발생한다면 민주주의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일부 청구인에 대하여 ‘심의·표결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국회본회의에 참석하였다기보다는, 오히려 국회본회의 개의 자체를 방해하거나 국회본회의장에서의 의사진행 자체를 방해함으로써 이 사건 각 법률안의 심의·표결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국회본회의에 참석하였다’고 보아 이들에 대하여는 권리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한나라당도 의사과정에서 문을 뜯어 부수고 야당 의원들을 폭행하는 불법을 저질렀으며 대리투표를 했고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어기는 등 입법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

따라서 각 정당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유리한 부분만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나타난 불법사항을 따끔한 충고로 받아들여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존중하고, 적법절차를 통하여 정당간의 정책경쟁을 하여야 한다.

여론의 포퓰리즘도 문제이다. 사안에 대한 명확한 이해없이 허위정보와 무책임한 의견이 넘쳐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는 사법기관이며, 그동안 정치에서 해결하지 못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기구로서의 역할을 하여 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희화화한 패러디로 헌법재판소 결정을 조롱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나타난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그 결정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검토없이 익명성을 내세워 대책없는 비난을 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간의 불신의 골을 깊이 파고 모순과 갈등을 더할 뿐이다.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해 놓고 정작 그 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을 명확히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헌법재판소가 의회의 결정을 뒤엎는 것은 당장은 국민들의 입맛에 맞는 속 시원한 일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된다.

이제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지적된 위법사항을 겸허히 받아들여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국회의장도 “앞으로는 국회의 일을 헌법재판소로 가져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국회가 입법부로서 품격과 자율권을 지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하였다. 진심으로 이 말이 잘 지켜지기를 바란다.

프로필
▶1964년 전북 순창 출생
▶1987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6년 전주지법 부장 판사
▶2007년 인천지법 부장 판사
▶2008년~현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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