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명사칼럼] 책임에 관한 짧은 생각

대형사건사고 방조한 국가
기형적 사회 원인제공자 국민

 

얼마전 임진강에서 여러 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졌다. 원인은 북한에서 방류한 물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지게 된 것은 결국 말단 공무원들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평상시 북한 방류에 대하여 준비나 예상을 하지 못했던 그 공무원들에게 어쩌면 임진강 참사는 전혀 예견가능성이 없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들에게도 최소한 강의 수위가 늘어나는 것을 알면서도 대피방송을 하지 못했다는 등의 과실책임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임진강 참사를 두고 말단직의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국가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일까.

수년 전 대형화재가 수차례 있었다. 샌드위치판넬 때문에 발화된 화재는 크게는 수십명의 인명피해를 내고 말았다. 샌드위치판넬은 얇은 철판의 사이에 내장재를 넣어 단열이나 소음제거 기능을 함으로써 건축자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장재로 스치로폼이나 우레탄폼 종류를 넣는 경우, 단열효과도 높고 값도 싼 장점이 있지만, 한 번 불이 붙는 경우, 진화에 매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많은 인명피해를 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단점이 있다. 그런데 국가는 이러한 자재 때문에 대형사고가 잇달아 남으로써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왔건만, 그 샌드위치판넬 내장에 대한 법적 규제 등 조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방치함으로써 후속적으로 동일한 종류의 대형화재를 여러 건 발생시키고 말았다. 그러나 결국 처벌받은 것은 발화원인제공자와 방화관리자 등 말단의 실무자에 불과했다. 이러한 위험한 결과를 방치한 국가나 사회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과거 우리는 높은 벼슬에 오르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알았고, 높은 벼슬에만 오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그 시절에 높은 벼슬이 안아야 할 책임에 대해서는 우리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즉 높은 벼슬에 오른 만큼 얼마나 많은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지, 추진하는 국가사업마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잘 알지 못했고, 책임이 필요한 것인지조차 우리의 관심밖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건에 대해서는 그저 희생양이 필요했을 뿐이다. 수많은 사건에서 우리는 끔찍한 결과를 보았고 경악하였지만, 당해 사건 관련자가 처벌되는 것이 전부일 뿐, 그 사건의 원인을 국가가 또는 사회가 또는 그밖의 더 심각한 원인제공자가 제공하였음에 대해서는 우리는 침묵한다.

그것이 가장 심각한 경우는 그 원인제공자가 곧 사건관리자가 되는 경우이다. 즉 책임을 인정하고 희생양을 처벌하는 주체가, 곧 원인을 제공한 자인 경우란 말이다. 아주 원대하게는 북극의 빙하가 녹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우리 문명국가의 모든 사람들은 북극빙하가 녹는 문제에 대해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 진정한 원인제공자에 대해서는 함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원인제공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이러한 원론적인 사례 외에도 우리는 정치현실에서 동일한 사례를 흔하게 접하게 된다. 국가를 대신해서 나라를 운영하고 고민해야 하는 정치에 있어서, 우리 정치인들은 과연 얼마나 심각하게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서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나의 안위와 내 당의 안위보다는 미래에 국민들에게 책임져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까. 교육시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국가와 사회를 책임질 미래의 기둥인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교육시책을 내어놓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준비를 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이제 매우 성숙했다. 책임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단계이다. 그 책임은 비단 국가나 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정부 시책이 잘못되었을 경우, 그 정부를 뽑아준 것은 바로 국민들, 우리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사생아로 태어난 후 고아처럼 버려진 아이들에게 어쩌면 이 사회는 함께 어울려 만들고 꾸며가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공격하고 파괴해야 할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책임이 없는 곳에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누구의 책임이 아니다. 이제 나의 책임이고, 우리의 책임이다. 샴쌍둥이가 또 다른 내가 싫다고 해서 쌍둥이를 죽일 수는 없다. 많은 부분이 비뚤어져 있고, 기형적인 모습인 우리 사회,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많은 문제에 대하여 함께 책임져야 하고, 함께 감시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1967년 경기 수원 출생
▶1993년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1년 4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33기)
▶2004년~현재 변호사
▶2009년 현재 수원지방변호사회 제2공보이사, 경기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