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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아이들을 ‘입시지옥’서 구해내자

무탈하게 ‘거사’ 마치길
진정한 공교육 이뤄내자

 

오늘은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이다. 경기도내 230여개 시험장을 비롯해 전국 1천124곳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교실에서 문제를 푸느라 여념이 없을 수험생들과 학교 정문 밖에서 두 손 모아 비손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마치 ‘줄탁동기( 啄同機)’란 사자성어를 연상케 한다. 굳이 어원을 들추지 않더라도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명제 하에서 병아리는 깨달음(상아탑)을 향해 나아가는 수행자, 곧 수험생이 아닌가 싶다.

또 어미닭은 깨우침의 방법을 일러주기 위해 최소한의 도움을 주려는 스승의 마음으로 학교 정문 앞을 지키는 학부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줄( )’, ‘탁(啄)’의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환한 모습으로 조우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이번 수능은 수험생들과 학부모, 교육당국의 긴장감이 여느 해보다 더 심할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전염병 위기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되는 등 말 그대로 ‘아노미’ 상태이기 때문이다.

수험장 담장을 사이에 두고 노심초사하고 있을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안쓰러울 따름이다.

당국은 어제(11일) 예비소집일을 통해 수험생 전원에게 마스크를 일괄 지급하고 수험장엔 발열측정기와 손소독제를 비치하는가 하면 신종플루 확진 수험생을 위한 분리시험실을 운영하는 등 방역대책에 만전을 기울였다 한다. 모쪼록 단 한 번의 평가로 대학진학을 좌지우지하는 비정상적인 입시제도의 현실에 갇힌 수험생들이 초·중·고 12년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무탈하게 ‘거사’를 치러내길 기대할 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 견고하게 뿌리내린 학벌 지상주의는 입시위주 교육을 불러 왔고, 이는 곧 공교육의 붕괴로 이어졌다. 이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이거니와 사회 전체의 몫으로 떠넘겨 졌다.

통계에 따르면 사교육 비용에 대한 가계 지출규모가 20조원(2008년 기준)을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사교육비로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 가계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교육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별무성과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단체의 학원 심야교습 제한 조례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학원은 참여율이 가장 높은 사교육으로 학원 교습시간 제한을 통해 학생들의 수면시간 및 휴식시간을 확보하고 학교교육을 정상화 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실을 직시한 가뭄의 단비 같은 판단이란 생각이다.

이제 공을 넘겨받은 정부 당국이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할 때다.

‘입시지옥’이라는 우리만의 독특한 교육여건을 바로잡아 주길 염원한다.

진정 공교육만으로도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 한다’는 일부 학부모의 불만도 학원들의 반발도 ‘대세’를 거스르진 못할 것으로 본다. 물론 임시방편적인 대증요법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각설하고, 수능시험이 끝났다고 해서 대학입시에서 해방된 것은 물론 아니다.

가채점 결과에 따른 희망대학·학과 분석, 수시 2차 및 정시 논술고사, 면접 등 입시전략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수반돼야 하겠지만,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오늘 만큼은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실을 거둬 ‘고행’이란 이름의 굴레를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령 결과물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자신에게 관대할 수 있는 여유를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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