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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통합지역 번복… 못믿을 정부

취지 왜곡·자치제 훼손 우려
충분한 논의 거친후 추진해야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2일 오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진주·산청과 안양·군포·의왕은 실질적으로 통합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10일 행정구역 자율통합 여론조사 결과 수도권 3곳, 영남권 2곳, 충청권 1곳이 자율통합대상으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한지 이틀 만에 정부의 공식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정부가 공식입장을 변경한 이유는 행정구역통합이 되면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문제가 발생하여 국회의 선거구 획정권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명박정부가 언제부터 이렇게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정책을 집행했는지 궁금하다. 아울러 행정구역통합대상지역중 한 곳이 여당 실세의원의 지역구란 사실은 이번 행정안전부의 입장변경에 대한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이 지역구출신 여당의원은 그동안 행정구역통합관련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돌연 “정부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에 기인한 것이며, 주민투표를 통해서 반드시 주민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여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을 봐도 행정안전부의 해명에 의구심이 든다.

이번 행정구역통합 논의는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필요에 의한 통합추진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행안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시작부터 여러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었다. 특히 성남과 청원은 통합찬성이 50%를 넘지 못했는데, 행안부가 무응답을 빼고 백분율을 다시 계산해 찬성률 50%를 넘긴 것으로 발표하는 등 행안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여러 가지 무리수를 범하면서 행정구역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 할 것이다.

물론 원칙적으로 자치단체간의 사무중복을 최소화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행정구역개편의 취지에 동의하고 찬성한다. 그러나 최근 행정구역통합 논의는 정부와 여당내부에서조차 사전에 의견소통도 되지 않은 채 충분한 준비도 없이 성급하게 진행되어 행정구역개편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고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어서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행정구역 통합은 행정구역 개편의 청사진과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한 폭넓은 공론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고, 각 지역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지리, 문화, 역사,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고 주민의사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행정구역을 통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충분한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 상태에서 단순하게 덩치만 키우는 식의 인위적 통합은 오히려 풀뿌리민주주의인 지방자치를 후퇴시키고, 주민들에 대한 밀착서비스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통합대상이 되는 어느 지역도 소외되지 않고 균형발전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통합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치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통합시 설치법’이 아직 국회에서 통과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조사만을 가지고 성급하게 행정구역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자칫 막대한 예산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법적 근거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뢰성이 의심되는 여론조사만을 근거로 행정구역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일처리의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수개월여 앞둔 시점에 행안부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행정구역통합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행정구역통합을 내년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정치적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이명박정부는 행정구역통합을 둘러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자 한다면 본격적인 행정구역통합 논의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이명박 정부에 바란다. 대통령이 원하는 행정구역 통합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행정통합을 추진해주길.

프로필
▶1957년 서울 출생
▶1989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0~2008년 제16·17대 국회의원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원(민주당·안양 만안구), 법무법인 나라종합법률 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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