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명사칼럼] 감기 달고사는 아이들과 알레르기 질환

주거환경 변화 환자 증가
증상 반복 정확한 진단 필요

 

필자는 지난 글에서 감기는 만병의 근원은 아니지만 감기 증상의 정확한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날씨가 차가워지며 또 감기가 기승을 부린다. 더군다나 신종플루 때문에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걱정이 매우 큼을 부모님들과의 상담에서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이제는 신종플루에 대한 홍보가 잘 되어 정확히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 다행이다. 초기에 보건 당국에 의해 지나치게 심한 병으로 알려졌던 것도 이제는 이해하시고, 한편으로는 그런 어쩌면 과장(?) 홍보 때문에 국가적으로는 득이 될 수 있음도 이제는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을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다. 예방접종이 특별히 심한 부작용 없이 진행되고 있음도 매우 다행이다.

오늘 이야기는 소위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에 대한 것이다. 진료를 하다보면 ‘이 애는 감기가 끊이지 않아요’, ‘감기를 달고 살아요’, ‘감기가 날만하며 또 오고 해서 1년 내내 감기를 앓아요’, ‘감기 한 번 떨어져 봤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하시는 부모님들의 말씀을 자주 듣는다.

도대체 ‘감기’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자주 걸릴 수 있는 것일까? 의학 교과서에는 소아의 경우 일 년에 6~8회까지는 감기에 걸릴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보다 자주 감기를 드는 아이들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물론 복잡한 다른 병이 있는 아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은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비염 등의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아이들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알레르기질환에는 천식과 알레르기비염 이외에 흔히들 태열이라고 말하는 아토피성 피부염, 음식(우유)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이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런 알레르기질환 환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부터 우리나라 소아 알레르기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 여러 의학통계에서 입증되고 있다. 또 우리 주위를 보아도 알레르기 환자가 많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손자, 손녀를 데리고 병원에 오신 할아버지나 할머니께 ‘이 애는 천식 환자입니다’ 하면 ‘어린 것이 무슨 천식이예요’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셨으나 이제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드물고 거꾸로 스스로 알레르기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환자를 자주 만난다.

실제로 감기가 자주 들고 감기만 들면 쌕쌕거린다고 하는 아기들도 너무 많다. 코감기 때문에 코가 막혀 밤에 잠을 못자고 숨이 차서 우유도 못 빠는 애기들도 너무 많다. 지속적으로 코와 눈을 비비는 아이들도 주변에서 흔히 관찰되며, 이런 아이들은 흔히 눈 주변이 푸르거나 약간 검은 색을 띠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러면 왜 이렇게 알레르기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필자는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며 알레르기 질환이 급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천식, 알레르기비염 등의 알레르기 환자에서 무엇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지를 검사하는 데, 검사 결과 90% 이상에서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으로 밝혀진다.

이 진드기는 그냥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0.3mm 정도의 작은 진드기인데, 이것은 차고 건조한 상태에서는 살 수가 없다. 우리의 주거 환경이 나빴을 때는 이 집먼지진드기가 우리들의 집에 없었는데, 집안의 온도가 높아지고 습도 역시 높아지면서 이 진드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음식물의 변화, 대기오염, 약물의 오남용 등 알레르기질환의 증가에 관여하는 요소는 많다.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도 한 원인이다.

물론 천식이나 알레르기비염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은 감기 환자에 나타나는 것들이다. 기침을 하고 콧물이 나고 코가 막히는 증상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증상들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 것이 알레르기 질환의 진단에 가장 중요한 소견이다.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은 알레르기질환을 가지고 있을 아이들이라는 생각으로 꼭 한 번 정확한 진단을 위해 알레르기 전문가를 방문할 필요가 있다.

프로필
▶1949년 충북 청원 출생
▶1985년 서울대학교 의학박사(소아과학)
▶2007년~2009년5월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이사장
▶2008년~현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장/의학전문대학원장,
환경부지정 인하대병원 알레르기질환 환경보건센터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