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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파병만이 국제평화에 기여?

미국 조차 출구전략 검토
국익에 심각한 손해 될수도

 

2007년 7월 샘물교회의 선교사 23명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에게 피랍되었다. 그들을 구출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살아서 고국의 땅을 밟을 수 있었던 사람은 21명뿐이었다. 꽃다운 나이의 두 청년이 희생됐으며 온 국민은 커다란 슬픔에 휩싸였다. 결국 이 사건은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부대를 철수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재파병 문제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현지실사를 통해 적게는 300명에서 많게는 2,000명 규모까지 파병하겠다는 입장이다. 규모에 차이는 있겠지만 지역재건역할을 할 130여명과 이들에 대한 자체 호송, 경호병력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불안한 정치상황을 고려해 지역재전을 위한 규모보다는 이들을 보호하고 유사시에는 전투를 벌여야 하는 인원이 더 많다.

사실상 현지인들과의 전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재파병에 나서겠다는 정부는 여전히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국력에 걸맞는 국제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대한 여론이 매우 높고, 미국 정부 역시 아직 확고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명분도 잃고 실리도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길 자신까지 없는 전쟁에 발목 잡혀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늪에 빠져 미국과 함께 허우적거리다가 서둘러 철군하는 모양새가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의 발전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다른 파병국들은 물론, 미국 내에서조차 출구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정부의 입장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우선은 경제적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춰나가면서 국제적 추이를 면밀히 지켜본 이후 판단해도 늦지 않다.

국력에 맞는 국제적 기여와 관련해서도 이미 우리나라는 수차례의 파병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의 해석을 놓고 국론 분열의 홍역도 치뤘다. 더구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파병은 우리 국민들에 대한 직접적 희생으로 이어졌고 이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2003년에는 오무전기 직원 김만수씨와 곽경해씨가, 2004년에는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가 희생됐고 샘물교회 사건이 있었던 2007년에도 윤장호 병장이 희생됐다. 또한 올해 3월에도 박봉간씨 등 4명의 관광객이 예멘에서 폭탄테러로 사망하였고, 6월에는 국제의료봉사단체 회원이던 엄영선씨가 예멘에서 피살됐다. 실패한 것까지 포함하면 30여건이 넘는 피납시도가 있었으며 재파병이 거론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만 한국기업에 대한 공격이 세차례나 있었다.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해 국가의 위상에 맞는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그러나 그 활동은 UN의 평화유지 활동에 집중되어야 하며 우리나라는 이미 13개국 15개 지역에 716명의 병력이 국제적인 평화유지 및 국토재건 업무에 일조하고 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는 지난 2007년 철수 이후에 2011년까지 7410만 달러(850억원)규모의 경제적 지원계획을 마련해 집행중이다.

국제사회는 다양한 이해와 가치관이 충돌하는 곳이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으며 단일한 잣대로 평가될 수도 없다. 국제적 평화에 기여하는 것은 개별이해와 국가들의 충돌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특히 파병은 가장 마지막에 가장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수단이다. 국제평화에 대한 평가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며 자칫 우리국민들의 목숨만 위협하고 국익에도 심각한 손해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 파병에만 있는 것도 아니며 군사적 활동이 국가의 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 대한 무상원조의 확대, 국제기구에의 분담금 납무 및 적극적 참여 등은 외면하면서 파병만이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로는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없다. 무리하게 파병을 밀어붙이려는 정부 입장의 변화를 기대한다.

프로필
▶1951년 전북 고창 출생
▶1979년 경기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1995~1998년 제4대 경기
도의원
▶1998~2006년 민선2·3기
경기도 광명시장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
의원(민주당·광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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