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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자동차 보유자는 봉인가

 

자동차는 순전히 돈으로 굴러간다. 한 방울의 연료도 없으면 차는 움직일 수 없다. 자동차 세금을 내지 않고 운행하다 적발되면 그 자리에서 번호판을 빼앗기고 만다. 자동차 보험은 책임보험은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고 종합보험은 선택사항이라고 하지만 만의 하나 사고가 나면 엄청난 금액을 수중에서 꺼내줘야 한다. 이밖에 주차요금, 통행료 정도는 수시로 지불하는 껌값에 해당된다. 이쯤이면 차가 돈 덩어리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이처럼 돈 덩어리를 굴리는 자동차 보유자는 최소한의 대접이라도 받는걸까. 고급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은 보유자의 결정권한이라고 치자. 그렇지만 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자동차 세금이라든지 높은 연료비, 자동차보험료 등은 자동차 보유자들을 봉쯤으로 생각하는지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사고를 내지 않는 보험 가입자들은 우대하기는커녕 오히려 보험료를 적게 내고 사고가 나면 똑같이 받는다며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상식을 벗어난 말을 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내년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올린다고 한다. 원가 상승요인이 있으면 보험료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먼저 구조조정 등 경영개선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묻고 싶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초과사업비가 1천600억원에 달했다. 과당·출혈경쟁을 벌이지 않고 당초 책정한 사업비만 썼더라도 보험료를 인하할 여력이 생길 수 있는 일이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등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보험료를 올릴 궁리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특히 장기 무사고 운전자에 대한 보험료 할인 혜택을 더 축소하기로 한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료를 최고 60% 할인받을 수 있는 무사고 운전기간을 현행 10년 이상에서 내년에는 11년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2006년까지는 7년 이상이었다. 손보사들이 갈수록 장기 무사고 운전자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형국이다. 수십만원에서 백만원까지 고액의 보험료를 물고도 사고를 내지 않아 회사에 전혀 손해를 끼치지 않은 운전자들을 내치겠다는 것 아니고 무엇인가.

장기 무사고 운전자가 할인을 크게 받는 것은 그만큼 무사고라는 신용을 쌓았기 때문이다. 사고를 내면 그 후 보험료를 할증하면 되는 것이다. 대다수 선량한 무사고 운전자를 ‘불량물건’ 취급해 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것은 금융회사로서의 신뢰를 잃는 일이다. 보험사들은 손쉬운 보험료 인상으로 적자를 해결하려기보다는 먼저 경영합리화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방만한 사업비를 줄이면 오히려 보험료를 내릴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07년 한 해 동안 자동차 보유자가 낸 세금이 30조7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26조8천억원에 비해 15%인 4조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이같은 규모는 국가 총세수의 15.5%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른 교통에너지환경세 증가, 주행세 등 유류 관련 세금 인상, 자동차 내수판매 증가(전년대비 5.5% 증가), 7∼9인승 승용차의 자동차세 인상(33%→50%) 등으로 인해 세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자동차 1대당 연간 부담한 세금은 187만1천원으로 전년 168만5천원보다 11.0% 증가했다. 자동차 보유자를 짓누르는 것은 자동차 보유단계의 세금 못지 않게 유류에 붙는 엄청난 세금에 황당해 한다.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자동차 관련세금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류 관련세금의 대폭 인하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운전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차량이 갑자기 돌진해 사고를 내는 급발진 사고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측은 남의 일처럼 등한시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최근 법원이 차량 제조사에게 사고원인을 입증할 책임을 물은 것이다. 평균 이틀에 한 번꼴로 급발진 관련 사고가 일어난다고 한다. 사고를 내고도 속수무책이었던 운전자는 물론 어느 누구에게 닥칠지 모르는 급발진 사고에 대한 이번 판결은 자동차 보유자를 배려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 하다.

자동차를 특수계층의 전유물처럼 여겼던 시절에 수립되었던 자동차 관련 정책들을 이제는 보편화된 현실에 맞게 다듬을 필요성이 있다. 고액의 자동차 관련 세금들도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전봇대쯤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정부 세수입의 막대한 부분을 메워주는 자동차 보유자들이 봉이라고 자조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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